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고려한 시설로 거듭나야…

▶▶ 세연1·2학사 앞, 흡연하는 학생들을 위해 흡연부스가 만들어졌다

지난 2018학년도 1학기에 학교본부와 생활관의 주도 아래 백운관, 청연학사, 매지1학사에 흡연부스가 설치됐다. 이어 이번 학기에도 세연1‧2학사 입구에 1개가 추가로 설치돼 총 4개의 흡연부스가 학내에 존재한다. 하지만 ▲시설이 미흡한 점 ▲위치가 적절하지 못한 점 ▲홍보가 부족한 점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흡연부스, 가장 큰 문제는
시설 미확충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시설 미흡이다. 현재 원주캠에 설치된 흡연부스 4곳 모두 흡연용이 아닌 휴게용으로 제작된 부스다. 비용 문제 때문이다. 환풍기 및 제연기와 같은 기본적 환기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매지1학사 인근 흡연부스를 이용해본 학생 고모씨는 “흡연부스 내부에 환기시설이 없어 이용이 꺼려진다”며 “환기 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흡연부스 사용을 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금연지원센터 김혜민 담당자는 “흡연부스로 제작된 제품도 환기시설이 없는 경우 내부 연기가 심한데 다른 용도로 제작된 부스는 더 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학생들의 건강이나 실효성 측면을 고려한 시설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설관리부 차유덕 사무주임은 “애초에 흡연부스를 목적으로 제작된 제품이 아니기에 환기시설을 설치해도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도 환기시설 설치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부적절한 위치 선정과 홍보 부족도
실효성 저하의 원인

 

또한, 일부 흡연부스의 위치 선정에 비흡연자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세연1‧2학사 인근 흡연부스의 경우, 통행이 잦은 기존 흡연구역과 동일한 장소에 설치돼 여전히 간접흡연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디자인학부 17학번 이모씨는 “세연1학사 앞에 흡연부스가 설치됐지만 이전과 똑같이 간접흡연을 겪고 있다”며 “학생들이 흡연부스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흡연부스 입구가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길로 나 있어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설관리부와 생활관은 적합한 장소를 모색해 현재 위치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흡연부스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점도 지적된다. 흡연자인 박모씨는 “교내에 흡연부스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생활관이나 학교본부 차원에서 홍보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학생이 흡연부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관리부와 학생회, 생활관 모두 흡연부스 홍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설관리부는 흡연부스 설치 요청이 들어오면 설치만 할 뿐, 홍보는 학생회와 생활관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보과대 비대위는 홍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특별한 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생활관 측도 흡연구역 안내 표지판 외에 공지 등의 적극적인 안내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생활관은 추후 매지3학사 주변에도 흡연부스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흡연부스 설치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의 복지를 위한 정책이다. 단순한 전시성 정책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시설 개선과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글 정지현 기자
stophyun@yonsei.ac.kr

사진 최능모 기자
phil413@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