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손동호 강서특수학교 설립 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이 합의한 강서구 장애학생들을 위한 서진학교 설립은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얼핏 민주주의 형식을 띤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이기적인 계산에 의한 정치적 야합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불가피성을 역설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협상은 장애학생 측의 의견을 배제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뿐만 아니라 학교 설립 후 부지가 남을 경우 국립한방병원 건립에 최우선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서울시 교육청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비록 구속력 있는 약속은 아니지만 교육이라는 공공재에 관한 국가 정책집행을 이해관계에 따른 협상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미래에 또 다른 분란의 불씨를 남겼다.

장애학생 교육을 위한 학교설립에 반대한다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이다. 물론 낙후된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 봤을 때, 선호 시설 설립을 요망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할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고, 나아가 어떤 이들은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천박한 짓을 벌이고 있다. 이는 장애학생의 존엄성을 팔아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지역 이기주의의 한복판에는 표를 의식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있다. 김의원은 이미 장애학생을 위해 확보된 부지에 지역 정치인으로서 국립한방병원을 유치하겠다고 선거 공약을 하고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이번 분란의 원인을 제공했다.

정치의 근본은 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토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는 우리사회의 그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포용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수학교 설립문제를 정치 도구로 이용하는 것 등을 보면서 우리 정치와 국민의 수준을 목격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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