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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보다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자기치유 소재 개발
  • 우리대학교 과기대 정찬문 교수
  • 승인 2018.09.09 23:00
  • 호수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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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문 교수
(우리대학교 과기대)

생명체는 상처가 나면 스스로 치유하는 자기치유(self-healing) 기능이 있다. 생명체의 이러한 자기치유 기능을 인공 재료에 도입해 재료 스스로 손상을 감지하고 치유할 수 있게 만든 소재를 자기치유 소재라고 한다. 자기치유 소재 연구개발은 2000년대 초반 시작돼 현재 전 세계 신소재 연구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됐으며 3대 재료라 불리는 금속, 세라믹, 고분자에 걸쳐 연구되고 있다.

자기치유 소재 개발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공공 안전성의 향상이다. 우주선이나 항공기의 동체와 날개에 자기치유 소재를 적용해 비행 중 발생하는 균열을 발생 즉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면 대형 항공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공공 구조물(교량, 터널, 발전소, 지하시설물, 해양시설물 등)의 콘크리트 또는 금속 구조물에도 적용이 기대되고 있다. 균열은 매우 작은 크기부터 시작되는데, 미세한 균열의 경우 육안으로 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점검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균열을 통해 수분, 염소 이온 등이 침투해 철근콘크리트 내부가 부식돼 1994년 성수대교 붕괴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공공 구조물이나 운송 수단의 미세한 균열부터 자기치유가 가능하다면 공공안전을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기대효과는 재료 수명이 증가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이 절감되고 폐기물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공공 구조물은 건설비용 이외에도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치유 소재를 적용하면 빈번한 수리나 교체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제적이며, 폐기물이 감소하므로 친환경적이다.

자기치유 소재의 대표적인 치유 방식 중 하나는 액체 상태의 치유물질이 들어있는 미세 캡슐 또는 미세관을 매트릭스 재료 내부에 분산하는 방식이다. 매트릭스에 손상이 발생하면 손상 부위의 미세 캡슐 또는 미세관이 깨지면서 치유물질이 흘러나와 손상 부위를 채워주고 화학반응에 의해 굳어지면서 치유된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나 금속 구조물 부식 방지를 위해 표면에 보호 코팅 재를 도포하는데, 코팅 재에 손상이 발생하면 그 틈으로 물, 염소이온 등이 침투하여 구조물을 부식시킨다. 하지만 이 보호 코팅 재에 치유물질이 함유된 미세 캡슐을 분산해 놓는다면 코팅 재에 발생하는 손상을 스스로 치유하도록 할 수 있다. 한편, 콘크리트 자체에 자기치유 기능을 도입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박테리아를 담체에 넣어 콘크리트 내부에 분산하는 방식이 있다. 손상 부위의 담체가 깨지면서 박테리아가 대기 환경에 노출돼 활성화되면서 탄산칼슘을 생성해 손상된 틈을 채워준다. 최근 진단용 전자 피부(E-skin)와 같은 각종 웨어러블 전자 디바이스에도 자기치유 개념을 적용하려는 연구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전자 디바이스는 물리적 변형이나 스크래치 등에 의한 손상에 취약하여, 구리 배선 등에 손상이 발생하면 회로의 전도성이 감소해 디바이스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액체 금속을 담은 미세 캡슐을 구리 배선의 보호막 내부에 분산시켜 둔다. 손상이 발생하면 미세 캡슐이 깨져 액체 금속이 흘러나와 손상 부위를 채움으로써 회로의 전도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

미세 캡슐이나 미세관을 분산하지 않고 매트릭스 재료가 자기치유를 하는 방식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미 자동차 또는 휴대전화 표면에 발생한 스크래치가 저절로 치유될 수 있는 도료 제품이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아스팔트 도로에도 자기치유 개념이 적용될 전망이다. 아스팔트 도로는 그 위를 달리는 차들로 인해 파손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파손된 도로로 인해 사고 위험이 높은데 이를 수리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스팔트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미세한 전도성 섬유를 분산하는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파손된 부분의 노면 위에서 고주파 자기장을 발생시키면 자기장 때문에 전도성 섬유에서 열이 발생해 아스팔트가 녹아 액체 상태가 되면서 균열 면이 서로 달라붙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지금까지 자동차 운전자들을 괴롭혀온 또 다른 큰 문제는 타이어 펑크였다. 펑크는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스페어타이어를 차에 싣고 다니다 보니 연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타이어에 못이 박히면 타이어 안쪽에 도포된 특수 봉합제인 실란트가 구멍을 스스로 봉합하도록 개발됐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였으나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치유 소재가 연구·개발되고 있다. 재료 스스로 손상을 감지하고 치유한다는 면에서 ‘지능형’ 또는 ‘스마트’한 소재의 개발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이는 최신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과 잘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연구자가 자기치유 소재의 연구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대학교 과기대 정찬문 교수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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