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론이 세금주도 성장론이 되지 않길

이태형 (행정·15)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론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소득주도 성장론이란 중하위 계층의 가계 소득 증대를 통해 내수 수요를 증가시키고 수요에 따른 생산설비 투자를 진작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경제이론이다. 우리가 경제학 시간에 배운 유효수요 창출의 케인스주의 경제정책의 일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가계소득 증가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 정도가 되겠다.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포용적 성장, 즉 불평등한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사회적 분배균형을 조정하는 것이다. 가계소득 증가를 추구하는 정책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인 제도마련과 세금지출로 실행된다.

문제는 선의의 목적이 선의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데 있다. 지난 1년 동안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외치며 고용 창출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월 취업자는 전년 7월 대비 5000명 증가에 그쳤다. 지난 정부 시기인 2013년 7월부터 2014년 7월까지 1년간 약 50만 명의 고용 창출 결과물을 낸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서민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전체 임금근로자의 25%를 차지하는 자영업계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는 100만 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의 지표를 놓고 보면 임금상승→소비증가→설비가동률상승→설비투자확대→고용증가로 이루어지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경기부양책인 세금을 푸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추가 경정 예산 등을 통해 약 42조 원의 세금을 경기부양책으로 사용했다. 그럼에도 사상 최대의 고용악화가 부상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책의 방향성 또한 우려가 든다. 고용 창출을 위해 수십조를 풀었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았고 최저임금 쇼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장에 일자리 안정자금을 투여했지만, 소상공인들의 줄도산을 막지는 못했다. ‘소득증대’라는 목표를 두고 정부가 세금을 풀어 직접 시장에 개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위와 같은 정부의 정책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8일에 정부가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기금운영계획 변경 등을 통해서 약 4조 원의 돈을 다시 일자리 창출에 투자하는 계획이 담겨있다. 이쯤 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소득주도 성장론인가 아니면 세금주도 성장론인가 의문이 든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세금을 썼는데도 ‘성장’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정부의 행정 활동에 세금을 지출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문제는 효율성이다. 특히 국민의 혈세를 투여하고도 효과성이 없다면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우리의 방향성은 옳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자의 자리는 실험하는 자리가 아닌 결과로써 증명하는 자리인 만큼 문재인 정부는 냉정한 선택과 판단을 내리기를 부탁한다. 더 이상 소득주도 성장론이 세금주도 성장론이 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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