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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는 계단 앞에서 구르는 법을 잊는다신촌·이대 지역의 휠체어 이동권 실태
  • 신은비, 김현지, 한유리, 하수민 기자
  • 승인 2018.09.03 17:54
  • 호수 43
  • 댓글 1

“바퀴는 계단 앞에서 구르는 법을 잊는다.”

 

올해 초, 연세대학교 장애인권 동아리 ‘게르니카’가 신입 부원을 모집하며 내건 현수막 문구다. 장애는 단순히 개인 신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과 환경이 만나 발생한다. 휠체어를 타고 있을 때의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다. 휠체어 바퀴가 계단을 만나 구르는 법을 잊고, 잊고, 또 잊을 때. 그때 그들은 비로소 장애인이 된다.

▶가게 앞 턱 때문에 휠체어가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휠체어에겐 선택지가 없다

 

기자는 대학가의 장애인 이동권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하루 동안 휠체어를 대여했다. 휠체어 위의 일상은 결코 일상적이지 않았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신촌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찜닭으로 메뉴를 정했지만, 계단과 턱 때문에 출입할 수 없었다. 가게 밖에 경사로가 있더라도 내부의 턱 때문에 휠체어를 탄 기자가 앉을 수 있는 자리는 한정적이었다. 장애인 화장실은 아예 없었다. 식후에 갈 카페는 비교적 찾기 수월했다. 하지만 카페 건물에서 발견한 휠체어 리프트에는 자전거 체인이 걸려 있어 사용할 수 없었다. 더구나 리프트 자체도 오래돼 관리인의 호출도 불가했다. 화장품 가게나 옷가게의 경우, 매대의 간격이 좁아 말 그대로 입장만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연세대학교에서 신촌역까지, 휠체어를 탄 기자가 들어갈 수 있는 가게는 5곳도 채 되지 않았다. 휠체어를 직접 타보고 알았다. 장애인들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함께하는 서울*에 장애인은 없다.

 

‘턱’없이 부족한 ‘턱’없는 점포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바닥 면적과 건축 일자를 기준으로 300㎡(약 90평) 미만의 공중이용시설**에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신촌·이대 지역에는 이런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이 많다. 또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 생긴 건물이 많아 현행 법률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지역이다. 본지는 신촌·이대 지역의 장애인 이동권 실태를 직접 점검했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점포 여부는 ▲경사로 및 리프트 설치 여부 ▲출입구 턱의 높이 ▲출입문의 너비 ▲승강기의 유무를 바탕으로 판단했다. 예를 들어 승강기는 있지만, 경사로가 없고 입구의 턱이 높은 건물은 배리어 프리 점포에서 제외했다. 승강기가 있는 곳까지 휠체어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촌※

▶스포츠, 오락

114개 중 19개 (약 16%)

▶음식점

634개 중 100개 (약 15%)

▶종합 도소매, 서비스, 산업, 생활, 편의

241개 중 49개 (약 20%)

▶문화, 예술

5개 중 2개 (40%)

▶공공, 사회기관

1개 중 0개 (0%)

▶협회, 단체

2개 중 1개 (50%)

▶교육, 학문

27개 중 12개 (약 45%)

▶금융, 보험

11개 중 8개 (약 72%)

▶건강, 의료

53개 중 27개 (약 50%)

▶숙박

29개 중 12개 (약 41%)

전체 1117개 중 230개 (약 20%)

※이대※

▶스포츠, 오락

20개 중 5개 (25%)

▶음식점

218개 중 27개(약 12%)

▶종합 도소매, 서비스, 산업, 생활, 편의

841개 중 70개 (약 8%)

▶문화, 예술

6개 중 3개 (50%)

▶공공, 사회기관

5개 중 5개 (100%)

▶협회, 단체

1개 중 0개 (0%)

▶교육, 학문

15개 중 4개 (약 26%)

▶금융, 보험

5개 중 2개 (40%)

▶건강, 의료

15개 중 6개 (40%)

▶숙박

6개 중 1개 (약 16%)

전체 1132개 중 123개 (약 10%)

 

신촌과 이대 일대의 배리어프리 가게 비율은 각각 20%와 10%로 나타났다. 두 지역의 음식점 853개 중 127개가 배리어프리 가게로, 채 20%가 되지 않는다. ‘종합 도소매, 서비스, 산업, 생활, 편의’ 업종은 더 심하다. 1082개 중 119개로 약 11%에 그친다. 누군가는 열 곳 중 아홉 곳의 가게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의미다.

경사로 외에도 ▲내부 복도의 폭 ▲테이블의 높이 ▲장애인 전용 화장실 등 불편을 일으키는 요소가 많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기도 전에 대부분의 점포는 출입조차 불가능했다.

 

 

보이지 않는 장애물에

갈 곳 잃은 휠체어

 

신촌·이대 지역에 경사로가 설치된 점포가 적은 이유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 홍보 미비 및 관리 미흡 ▲오래된 건물이 많아 법 적용이 어렵다는 것 등이 꼽힌다.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만 실질적인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다반사였다. 신촌·이대 지역에선 간이 경사로를 설치했지만 ▲경사로가 입구와 이어지지 않는 경우 ▲가판대로 인해 출입문이 막힌 경우 ▲내부에 계단이 있어 건물 내부 시설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 ▲경사가 급해 실질적인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쉽게 발견됐다. 배우자가 휠체어 이용자인 정민희(25)씨는 “설령 영업장에 경사로가 있다 한들 길이가 짧거나 경사가 심해 있으나 마나 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현재 서대문구청은 소규모 영업점에 본인 부담액 없이 간이 경사로를 설치해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업주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간이 경사로 설치 정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 또한 “구청이 경사로 설치 비용을 지원해준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전했다. 서대문구청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안내가 홍보의 전부다. 구청 관계자 C씨는 “사실 홈페이지 안내문의 홍보 효과가 크진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당 지원 사업 신청 건수는 지난 2017년 5건, 올해에는 0건을 기록했다. 부서 내에서 사업에 관한 소통이 부족한 정황도 드러났다. 처음 구청에 지원사업에 대해 문의했을 때,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전했으나 며칠 뒤 다시 문의했을 때 다른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몇 년째 사업이 운영 중임을 밝혔다.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이 많아 최근 개정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지난 2012년 8월에 개정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법률이다. 따라서 법률 시행 이전에 신축·증축·개축된 300㎡ 이상의 공중이용시설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 의무를 어겨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위 가게는 경사로와 엘레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이용자들은 진입이 불가능하다.

휠체어에 날개를 다는 방법

 

대안으로는 ▲구청의 홍보 방안 마련 ▲관련 법안 개정이 제시된다. 우선 구청에서 관련 지원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해당 사업에 대한 서대문구의 홍보는 오직 구청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이 유일한 상태다. 홍보 미비에 대한 지적에 관해 구청 관계자 C씨는 “추가적인 홍보가 이뤄질 경우, 사업 선정 대상이 아닌데 설치를 희망하는 점포가 너무 많다”며 “때문에 지자체 측에서 일일이 방문해 선정 조건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청의 홍보 미비 탓에 점포가 해당 사업을 접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사업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다. 신청 점포가 많아질까 홍보를 하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는 것이다.

법안 개정도 필요하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평소 이용이 잦은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는 사실상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돼있지 않으며 이에 장애인의 행복추구권과 일반적 행동 자유권,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의 95.8%, 제과점의 99.1%, 식료품 소매점의 98.0%가 편의시설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씨는 “일상생활에서 이용하는 가게들의 경우 90평 미만의 영업장이 대부분”이라며 실효성 없는 현행법을 지적했다. 이에 지난 7월 31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보건복지부에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경사로 등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라는 권고안을 내렸다. 법안의 대상이 되지 않는 90평 미만의 건물들에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라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 마련에 관한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했다. 오는 2019년부터 출입구 높이 차이 제거 등을 의무화해야 하는 공중이용시설의 규모가 50㎡(약 15평)으로 축소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해 반쪽짜리 시행령이 우려된다. 권고안 시행을 위해서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도로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도로법」 개정이 리프트 및 경사로 설치를 위해 도로 점용료 감면대상을 넓힐 경우 일반 도로점용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획재정부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시 투자비용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세액공제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소득이 높은 부동산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도 권고안에 반대하는 근거 중 하나다.

 

최근 지하철 리프트 추락사건으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중이다. 신촌은 결코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된 지역이 아니다. 모두가 즐거운 거리를 위해, 서대문구와 신촌 상인들 간의 소통과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함께 서울 : 서울시 시정 슬로건. 정파, 이념, 계층, 지역에 제한 없이 모두를 아우르며 함께 손잡고 시정을 구현하겠다는 의미

**소규모 공중이용시설: 음식점, 편의점, 약국, 제과점 등 90평 미만의 영세업자 사업장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고령자나 장애인들에게도 장벽이 없도록 생활환경에서 물리적ㆍ제도적 장벽이 없는 상태

글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한유리 기자
canbeaty@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신은비, 김현지, 한유리, 하수민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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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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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깐 2018-09-06 00:45:36

    춘추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좋은 기사네요. 이 정도로 철저한 취재가 바탕이 된 기사는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와이 열심히 챙겨보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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