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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잠뎐] 9월 빨잠뎐
  • 김현지 기자, 하광민 기자
  • 승인 2018.09.03 17:53
  • 호수 43
  • 댓글 0

신촌 연세로 중앙에는 빨간데 목이 굽어 그 모양이 마치 빨간 샤워기 같기도 하고, 빨간 지팡이 같기도 한 물건이 있다. 그 쓰임이 뭔고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그 앞에 모여 서로를 기다리고 함께 안부를 전하는 것이었다! 그 때 신촌을 지나던 한 나그네가 와서 이르기를, ‘이것은 빨간 잠수경이라’ 하였다.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빨간 잠망경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잠수경이었다. 마침 빨간 잠수경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난스럽게 재미나기로, 매거진 『The Y』 취재단이 이를 새겨듣고 기록하였다.

 

#내후년에 신촌에서 다시 만나요, 진윤희겸(17)씨와 강상윤(18)씨

“저희는 원래 경복궁역쪽 사는 사람들인데요, 공휴일이니까 친구랑 밥 한 끼 먹으러 신촌에 왔습니다. 방금 지하철에서 막 나와서 어디 갈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Q. 친구끼리 신촌 나들이 나오셨구나. 두 분, 만약 한 가지 소원이 이뤄진다면 뭐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진윤) 소원이라 하면.. 음, 잠깐만요. 넌 뭐 있냐?

(강) 공부지 뭐. 공부 잘 되고 대학 잘 가는 거. 딴 거 없잖아?

(진윤) 아, 그치. 맞아요, 대학 잘 가는 거. 진짜 그거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희가 고1이랑 고2여서요. 아마 한국 고등학생들이면 다 똑같을 거에요. 그 중에서도 요즘 저를 제일 힘들게 하는 건 수학이에요. 제가 이과여서 수학이 필수인데도 제일 어려워요. 특히 ‘기하와 벡터’를 못하고요. 아무래도 대학이랑 공부 걱정이 제일 커서... 다른 소원은 딱히 잘 모르겠어요.(웃음)

 

Q. 저는 기하와 벡터가 뭔지도 모르는데.. 이과라니 멋있으십니다. 그렇다면 본인들에게 신촌이란 어떤 곳인가요?

(진윤)"신촌은 '신세계'다!" 라고 말하고 싶네요. 영화 『신세계』 말고, 시골에서 자란 저한테는 말 그대로 신기한 게 많은 새로운 세상이에요. 제가 지금은 학교를 서울에서 다니지만 중학교까진 산속에서 다녀서…. 놀거리도 많고 번화한 신촌이 저한테는 아직도 별천지 같아요. 그래서 한 편으론 낯설기도 하지만, 신촌을 너무 좋아해서 자주 놀러와요. 내후년에 신촌에서 꼭 다시 뵀으면 좋겠네요. 특히 연세대에서! 아- 그럼 너무 좋겠다. 나중에 대학 붙어서 신촌에 다시 오게 되면, 그땐 우리 가족들을 꼭 데리고 오고 싶어요!

 

#이 나라의 청년들에게 전하는 걱정과 조언, 한관희(65)씨

“요즘은 걱정거리가 많은 세상이야. 간단명료하게 첫째는 돈! 두 번째는 뭐냐, 바로 건강! 지금 친구가 암에 걸려서 세브란스 다녀오는 길이야. 건강이 뭐니뭐니해도 제일 중요한 거 같아. 그리고 세 번째! 최고로 불안한 것은 이놈의 나라다. 젊은이들 직장이 없는 이 나라가 걱정이야.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이미 이 나이까지 살면서 하고 싶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까지 다 해버렸거든? 근데 지금은 젊은 애들이 할 게 없잖아.”

 

Q. 청년들 걱정이 많으시군요. 반대로 청년들에게 바람은 없으신가요?

일단 젊은 애들이랑 우리가 서로 예의 바르고 깍듯해졌으면 좋겠어. 나는 예순셋까지 일을 했어. 예순까지 공무원을 하다가 퇴직을 하고 3년을 아파트 경비를 했지. 근데 3년 하고 나니까 도저히 못하겠더라고! 왜냐, 젊은 사람들이 너무 무서웠거든. 내가 그 나이를 먹었는데도 경비실 앞에 오고가는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두렵더라. 나 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한테 막말하는 게, 말도 못 할 정도야. 일이 힘든 건 어떻게든 견뎌보겠는데, 젊은이들이 나를 막 대하는 건 진짜 못 견디겠더라고. 점잖고 나이도 지긋하신 분들은 경비실 앞에 있는 쓰레기도 주워주고 그러거든. 그에 비해 아직 젊은 사람들은 배울 게 많고 부족하다 이거지. 이게 앞으로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이 바꿔야 할 점이다! 이상입니다. 다들 잘 가.

 

#오늘만큼은 돈 걱정 직장 걱정 잊고 신촌에서 편히 쉬세요! 김영빈(26)씨, 조현(27)씨

“오늘 광복절이라 저희 둘 다 직장이 쉽니다. 그래서 간만에 친구 얼굴 보러 신촌에 나왔는데 날씨가 너무 뜨겁네요.”

 

Q. 옷이 비슷해서 직장동료끼리 식사하러 나오신 줄 알았어요. 요즘 최대 관심사가 뭐예요? 시사 정보 말고도 바라는 거라든가 걱정거리 같은 거요!

(김) 하하. 어쩌다 비슷하게 입었네요. 요즘 가장 바라는 거나 걱정거리라면, 저는 무엇보다도 투자하는 코인이 좀 올랐으면 좋겠어요. 비트코인에 돈을 좀 투자하고 있거든요. 이게 팍팍 올랐으면 좋겠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네요. 흔히 말하는 떡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 저는 직장을 옮기는 거 관련해서 고민 중입니다. 마찬가지로 돈 관련 고민이죠 뭐. 지금 다니는 직장이 일도 너무 마음에 들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다 편하고 좋거든요. 그런데 단 하나, 페이가 조금 부족하니까 고민이 되네요. 그것 제외하고는 모든 게 다 완벽한 직장인데 속상합니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이직을 하는 게 맞는 선택 같기는 한데 막상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해 걱정하고 있어요. 이 친구 투자하는 코인도 빨리 오르고 제 고민도 잘 풀려서 저희 둘 다 잘됐으면 좋겠네요.(웃음)

글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사진 하광민 기자
pangman@yonsei.ac.kr 

김현지 기자, 하광민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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