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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요리가 어렵기만 한 당신에게프랑스 주방을 몸소 느끼고 한국에 옮긴 김민규 셰프를 만나다
  • 박지현 기자, 한유리 기자
  • 승인 2018.09.03 17:48
  • 호수 43
  • 댓글 0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직업은 생계유지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게 됐다. 하지만 여기, 인생의 갈림길에서 마음의 소리를 따라간 사람이 있다. 프랑스 유학파 김민규(경제·99) 셰프다.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늘 행복하게 일한다는 김씨를 만나봤다.

평범한 경제학도, 셰프의 길을 선택하다

음식 솜씨가 훌륭한 할머니 덕에 어릴 적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 그러나 그는 요리와 전혀 상관없는 우리대학교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요리사에 대한 당대 사회의 부정적 인식 때문이었다. 김씨 마음 깊은 곳의 열정을 다시 끄집어낸 것은 IMF 금융위기였다. 김씨는 “금융위기 여파로 직장들이 불안정해지자 이왕이면 오랫동안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졸업 직전 금융권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고사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도 요리를 향한 열정을 이기지는 못했다.

김씨는 어차피 도전을 결심한 만큼, 한국보다 넓은 무대에서 기본부터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엔 막연히 양식을 배우겠다는 생각에 미국이나 호주를 떠올렸다. 영어권 국가인 만큼 그래도 비교적 친숙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김씨의 아버지는 프랑스 유학을 추천했다. 다양한 계절 요리가 발달한 프랑스야말로 양식 문화의 대표주자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조언은 뒤통수를 때리는 듯 했다. 그는 “프랑스 유학은 당시에도 그리 흔치 않았던 일”이라고 회상했다. 학업을 마친 김씨는 무작정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고난과 배움의 연속, 10년간의 프랑스 유학 생활

아는 이 하나 없는 프랑스로의 유학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김씨는 현지에서 직접 부딪치며 요리를 익혀나갔다. 그러려면 프랑스어를 익히는 게 우선이었다. 그는 “언어가 모든 생활의 바탕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쉬는 날이면 거리에 나가 프랑스인들에게 무작정 먼저 말을 걸곤 했다”고 말했다. 칼을 쥐는 법조차 모르던 김씨가 프랑스의 수많은 식자재와 와인, 치즈를 구분해 사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려 현지 시장에서 직접 식자재를 사고 맛봤다. 실습하느라 여러 레스토랑을 거치기도 했다. 그는 “스물여덟이라는 늦은 나이에 요리를 시작해 조급함도 컸다”며 “그래서 더욱 치열하게 배웠다”고 말했다.

‘외국인’이라는 신분 자체가 김씨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그는 “특히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 사람들에게 동료로 인정받기 힘들었다”며 “한정식집에 서양인 셰프가 들어왔을 때의 편견과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차별에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김씨는 오직 실력으로 인정받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여겼다.

다양한 난관은 오히려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한국과 달리 느긋한 프랑스 특유의 문화도 김씨에게는 낯설기만 했다. 그는 “특히 프랑스에서는 외국인으로서 관공서를 방문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며 “서류 처리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워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씨는 그런 경험 덕에 매사에 차분하게 접근하게 됐다. 그는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다 보니 요리를 그르치는 일이 없게 됐다”며 고충이 또 다른 배움이 됐음을 밝혔다.

2년의 노력 끝에 나온

『김민규 셰프의 프렌치 주방』

유학 시절 김씨는 쉬는 날 대부분을 서점에서 보냈다. 책을 통해 다양한 요리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프랑스에는 요리 전문 서점이 따로 있을 정도로 요리책 선택의 폭이 넓다”고 전했다. 귀국한 김씨는 그 경험을 살려 프랑스 요리 입문자들을 위한 책을 쓰기로 했다. 한국에서 프랑스 음식을 대중화하고, 진입장벽을 낮추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집필의 길로 이끌었다. 김씨는 “프랑스 요리가 귀족들의 식사로부터 발달한 탓인지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도 “조리 과정이 단순한 가정식이라면 충분히 대중화될 만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요리도 집에서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넓히기 위해 김씨는 우선 식자재에 주목했다.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자재로 만든 요리 위주로 구성한 것이다. 현지 식재료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한 그의 배려다. 요리 과정은 세분화해 각각의 사진과 상세한 해설을 덧붙였다. 김씨는 “누구나 책으로 처음 요리를 배울 땐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가을, 김씨의 책은 세 가지 조리법을 추가해 2쇄를 찍는다. 그가 의도한 대로 많은 독자들이 책을 통해 프랑스 요리에 입문했다. 그는 “출판시장이 어려운 시점에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도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더 다양한 요리를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직 요리에 대한 순수한 사랑으로 외로운 타지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만의 요리책을 펴냈다. 그는 앞으로 요리사로서 발전하는 모습을 서적이나 영상물로 남기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청년들에게 남길 한 마디를 묻자 “세상에 쓰이지 않는 경험은 없고, 경험은 실력으로 나타난다”고 답한 그. 앞으로의 경험 또한 실력이 되어 빛날 그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한유리 기자
canbeaty@yonsei.ac.kr

<자료사진 김민규>

박지현 기자, 한유리 기자  pjh876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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