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푸드 다이어트. 말 그대로 한 가지 식품만 계속 섭취하는 다이어트다. 영양 불균형 등의 이유로 전문가들은 극구 말리지만, 그럼에도 ‘다이어터’들 사이에서는 널리 쓰이는 식이요법이다. 단기간에 많은 체중을 감량할 수 있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못 말리는 당신을 위해 기자들이 대신 나섰다. 원푸드 다이어트의 허와 실을 일주일간 직접 파헤쳐봤다.

 

1)신은비 기자의 선식 원푸드 다이어트(우유 200ml+선식 1.5스푼, 하루 2회)

1일차 : 한 5일은 지난 것 같은데 하루밖에 안 지났다니. 지금 이 순간도 배가 고파서 미칠 것 같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오늘, 단 한 순간도 음식 생각을 멈춘 적이 없다.

 

2일차 : 방금 선식을 먹었는데 또 배가 고프다. 세숫대야에 먹어도 배고플 것 같은데 최대 200ml씩 하루 두 번만 먹으란다. 어쩜 이리 야박할 수가. 다이어트 식품 만드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야박한가? 이 직업 종사하는 사람이랑은 친구 안 해야지.

 

3일차 : 이층침대를 내려가다가 힘이 없어서 떨어질 뻔했다. 선식을 타는데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한 번에 다 먹으면 배고플까봐 남기려고 했는데 선식이 입안으로 들어오자 이성을 잃고 원샷했다. 그래도 배가 고파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친구가 ‘기철이 같다’고 했다. 뭔 뜻이냐 물었더니 만화 검정 고무신의 기철이는 가난해서 배고플 때 수돗물을 마신다고 한다... 서글펐다.

 

4일차 : 많이 힘들진 않다. 그냥 좀 죽고 싶을 뿐이다. 피부가 좋아졌다거나 날씬해졌다거나 하는,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면 바로 성격이 안 좋아졌다는 것. 날씬한 몸매를 얻는 대신 인간관계를 모조리 잃을 판이다. 선식을 먹으면 꼭 애피타이저만 먹었는데 식사가 끝난 느낌이다. 내 위엔 아직 자리가 많은데...

 

7일차 :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몸무게를 재봤더니 3kg이 빠졌다. XX. 일주일 동안 치킨을 이 정도로 먹어도 3kg은 빠진다... 피부도 좋아진 것 같지는 않고, 몸도 가벼워지긴커녕 힘이 없어서 천근만근이었다. 열두 시 땡 치자마자 국물 닭발 조질 거다.

 

총평 : 힘이 없어요. 힘이 없어서 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어요. 어지럽고, 손이 떨립니다. 정말 하지 마세요. 굶으면서 빼지 마시고 제발 먹을 거 먹고 운동하면서 빼세요. 사람이 할 게 못 됩니다.

 

2)김현지 기자의 고구마 원푸드 다이어트. (고구마 2개 or 편의점 고구마말랭이 2봉지. 하루 3회)

1일차: 고구마를 간만에 먹어서인지 맛있었다. 다만 모두 선풍기를 들고 있는 여름에 혼자 고구마를 후후 불어먹는 나를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저녁엔 고모한테 크면 클수록 애가 뻘짓만 한다고 등짝을 맞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진 괜찮다.

 

3일차: 토할 거 같다. 고구마는 한시 빨리 멸종돼야 한다. 친구가 ‘썸남 성격이 너무 고구마’라길래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서 시끄럽다고 했다. 네가 고구마에 대해서 뭘 아냐며 대들다가 욕을 한바가지 먹었다. 원푸드 다이어트로 몸매는 얻을지 몰라도 우정을 잃을 수 있다. 이상 목 막히는 하루 끝.

 

5일차: 이제 체념의 단계인지 배는 고프지 않다. 다만 웃음을 잃었다. 원래 달고 짠 음식을 먹어야 인생이 좀 다채롭지 않은가? 삶이 그냥 재미가 없다. 저녁엔 체력까지 떨어질까 걱정돼서 운동을 했다. 운동량은 전과 똑같았는데도 어지러워 죽을 뻔했다. 너무 무섭다. 빨리 고구마와 작별하고 싶다.

 

6일차: 어지러운 건 여전하다. 친구가 다이어트한다며 과일주스와 샐러드를 먹는다. 저게 정녕 다이어트라면 난 매일 감사기도를 올리며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정말 아무 맛도 안 느껴진다. 진짜 아무 맛도..

 

7일차: 대망의 마지막 날, 깨어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늦게 일어났다. 온 세상이 산해진미로 가득해보인다. 저녁에 체중을 재러 복싱학원에 갔는데 이번엔 코치님께 근육 다 빠진다고 등짝을 맞았다. 3.1kg이 빠졌는데 전혀 티가 안 난다. 바로 2kg 넘게 다시 찐다는 것에 코치님이 본인의 복싱 인생을 거셨다. 아무튼 빨리 자고 내일 아침에 여는 뷔페나 찾아야지!

 

총평: 살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대통령이 3번 바뀌었다. 그렇지만 이번 다이어트가 가장 재미도 감동도 효율도 없었다. 다이어트 종료 하루만에 700g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우리 코치님 복싱 계속할 수 있으실 것 같다. 사람들이 운동하고 먹으면서 다이어트하라는 덴 이유 있음.

 

◆3)김나영 기자의 바나나 원푸드 다이어트. (바나나 한 개...였으나 생명에 위협을 느껴 유동적으로 조정. 하루 3회)

1일차: 나쁘지 않다. 바나나 자체가 달기도 하고, 시원하게 해서 먹으면 맛있다. 저녁때 되니 조금 물린다. 그래도 참을만하다.

 

2일차: 특유의 텁텁함이 양치를 해도 입안에 맴돈다. 바나나 식감에 질려 물과 함께 갈아봤다. 최악이다. 물과 바나나는 섞이지 않는다. 맛이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애초에 안 섞이게 만들어놓은 조물주의 센스라고 믿고 싶다. 우유와 갈아먹고 싶다고 부장님께 졸라봤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몸에 기력이 없어 자꾸 누워있게 된다. 저녁때까지 누워있다 일어났더니 약간 어지러웠다.

 

3일차: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10초가량 눈앞이 깜깜했다. 기력이 없는 수준을 넘어 몸에 문제가 생길까 두렵다. 매 끼니마다 바나나를 한 개씩 먹어왔는데, 오늘은 그 중간에도 하나씩 더 먹었다. 그럼에도 기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연예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먹고 그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는 걸까. 오후에 운동을 하러 갔는데 시작한 지 10분 만에 몸에 힘이 다 빠지고 현기증이 났다. 운동은 무리인가.

 

4일차: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머리가 띵하고 앞이 캄캄해진다. 건강이 진심으로 걱정돼 바나나를 끼니마다 두 개씩 먹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바나나가 더 싫어졌다. 동생이 집에서 자꾸 내 눈치를 본다. 바나나에 분노조절을 방해하는 성분이 있는 게 분명하다. 미안하다 동생아. 그리고 변비가 왔다. 서러운 하루다.

 

6일차: 체중이 줄었다. 2.5kg. 유일한 즐거움이다. 또 놀랍게도 현기증과 만성 굶주림이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오늘은 일주일 중 가장 큰 고비다. 친구와의 약속이 있는 날. 쌀국수를 먹는 친구 앞에서 바나나 세 개를 해치웠다. 친구야, 국수를 조금만 더 빨리 먹어주지 그랬니. 그래도 눈앞의 유혹을 참아낸 나 자신에게 칭찬을 보낸다. 그런데 커피 때문인지는 몰라도 변비가 심해지고 있다.

 

총평: 1. 바나나만 먹는 다이어트는 몸과 정신을 망가뜨린다. 2. 다이어트가 끝난 지 삼 일이 지난 지금, 벌써 1.5kg이 돌아왔다. 하.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

Q. 원푸드 다이어트처럼 한 음식, 한 영양소만 섭취하는 방식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까요?

A. 단기적으로는 살이 빠지는 것처럼 보여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런 식단은 유지도 힘들고, 실제로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방법도 아닙니다.

 

Q. 이렇게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식이 건강에 무리를 주지 않을까요?

A. 당연히 건강에 무리를 줍니다. 신체 대사에는 '필수영양소'가 필요합니다. 다른 영양소는 체내에서 합성되지만, 필수영양소는 식품 섭취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로 인해 영양이 불균형해지면 체내 대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건강에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우리 몸은 포도당을 기본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포도당이 고갈되면 대체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사용하는데, 이때 '케톤체'라는 대사물질이 만들어집니다. 체내에 케톤체가 쌓이면 케톤산혈증*으로 심각할 경우 의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포도당과 지방을 차례로 소모한 뒤, 우리 몸은 단백질을 소모합니다. 이는 근육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기에 단백질 소모는 근육량 감소, 더 나아가 기초대사량 감소로 이어집니다. 나중엔 평소와 똑같은 식사를 해도 더 살이 찌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너무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우리 몸에 에너지 절약작용**을 유발합니다. 체질이 일단 변하면 우리 몸은 음식을 그때그때 소비하는 대신 지방으로 축적합니다. 그러므로 영양소의 불균형적 섭취는 지양해야 합니다.

 

Q. 안전하고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A.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불필요한 간식이나 야식, 잦은 음주 등 나쁜 식생활을 교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 영양학적으로 균형이 잡힌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어야 합니다. 다만 열량 섭취를 제한하며 먹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밥 양의 1/3을 덜면 매 끼마다 100kcal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전체적인 식사량이 줄고, 하루에 약 300~500kcal 정도를 덜 섭취하게 됩니다. 이를 일주일간 유지하면 이론적으로 0.5kg의 체중을 감량할 수 있습니다.

한편, 살이 찌는 것은 섭취 열량이 과다한 탓이기도 하지만 기초대사량 감소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으로 열량을 소모하고 근육량을 증가시켜 기초대사량을 늘려야 합니다, 결국 건강한 다이어트의 기본은 “조금 덜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기”를 지키는 것입니다.

 

Q. 극단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대다수의 학생들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체중을 감량합니다.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에서 이런 현상이 비롯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극단적 다이어트는 몸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까지 해칠 수 있습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길 바랍니다. 내면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아름다움이 여러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케톤산혈증 : 혈액 내 케톤체 농도가 증가하여 혈액이 산성화되는 증상

**에너지 절약작용 : 체내 신진대사를 떨어뜨려 에너지 소모를 감소시키는 현상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김현지 기자
hjkorea050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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