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마저도 쪄 죽는다는 요즘. 가벼운 옷차림만으로 기록적인 폭염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다. 더위에 지친 심신을 시원한 물냉면 한 그릇으로 위로해보는 건 어떨까. 신촌과 연희동 일대의 특색 있는 냉면집 네 군데를 방문했다.

 

설쌈냉면(6천500원)

연세로 대로변에 위치한 설쌈냉면. 작은 문을 열고 내려가니 에어컨 바람을 타고 고기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불그스름한 색을 띤 채 등장한 물냉면은 고추장을 풀자 거의 빨간색에 가까워져 마치 비빔냉면을 보는 듯했다. 한 젓가락을 처음 입에 넣는 순간부터 얼얼함이 혀를 쑤셨다. 보통 물냉면에 양념장을 얹은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국물만 따로 먹으면 속이 쓰릴 정도였다. 그러나 중독성 있는 매운맛은 젓가락질을 계속하도록 만들었다. 두꺼운 편이 아닌데도 탱글탱글한 면발은 입안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고기는 숯불 맛이 나면서도 살짝 달짝지근했다. 면발 위에 얹어 먹어보니 고기가 냉면의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나왔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고기가 매운맛을 전부 달래주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냉면이 나오기 전 물이나 온육수를 미리 떠 놓기를 추천한다. 만약 맵지 않은 물냉면을 원한다면 다른 냉면집을 알아볼 것.

총평 : 비빔냉면에 버금가는 자극적인 맛.

 

평택고여사집냉면(1만 1천 원)

남북정상회담이 낳은 올해 최고 화제의 음식, 평양냉면. ‘맛잘알’의 상징인 평양냉면을 연희동에서도 맛볼 수 있다. 연희동 교차로 옆 골목에 위치한 이 집은 무려 80년간 3대에 걸쳐 이어온 전통의 강자라고 한다.

이 집의 평양냉면은 무미에 가까운 삼삼함과 뒤따르는 신맛이 특징이다. 확실히 평소 먹던 자극적인 함흥냉면에 비해선 아주 싱거웠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두꺼운 면발에 국물의 시큼한 맛이 배어 함흥냉면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냉면을 계속 먹다 보니 좀 느끼한 맛이 올라오기도 했다. 간이 세지 않아 육수의 기름기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이때 곁들여먹기 좋은 것이 밑반찬으로 나오는 어슷썬 고추다. 매운맛은 거의 없어 냉면과 함께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쌉싸름한 맛으로 냉면의 삼삼함과 시큼함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고명으로 올라오는 고기를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냉면의 화룡점정인 도톰한 고기는 기름기 없이 담백해 오히려 느끼함을 줄여준다.

총평 : 가격만치 고급스러운 평양냉면. ‘삼삼’하지만 ‘심심’하지는 않다.

 

고쌈냉면(6천900원)

창문 너머 신촌 기차역이 보이는 고쌈냉면. 계단을 올라가 내부로 들어가니 짧게나마 대기 줄이 이어져 있었다.

이 집의 냉면은 간결하다. 삶은 달걀 하나와 무절임 약간 외에는 특별한 고명이 없다. 가위로 완벽한 동그라미에 가까운 면 덩어리를 반으로 가른 뒤 우선 고기 없이 냉면을 먹어봤다. 입안을 가득 채운 시큼함에 절로 몸서리쳐졌다. 마지막 한 입을 먹을 때까지도 톡 쏘는 신맛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면은 함흥냉면만큼이나 얇은데도 쫄깃함이 살아있었다.

고기는 달곰한 양념갈비를 연상케 했다. 입구의 홍보문구대로 참숯에 구웠는지 감칠맛까지 더해져 고기만 먹어도 만족스러웠다. 가게 이름에서부터 고기를 내세우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냉면에 고기를 포개 한입에 넣으니 비로소 신맛에 찌푸렸던 얼굴이 펴졌다. 달짝지근한 고기와 새콤한 냉면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어우러졌다.

하지만 아무리 고기를 아껴먹어도 고기는 냉면보다 부족했다. 사진에서처럼 고기는 2인분이 한 접시에 나오다 보니, 소리 없는 쟁탈전이 일어날 수도. 3천 500원을 더 내면 고기를 추가할 수 있다고 한다.

총평: 온 동네 식초를 다 때려 넣은 맛. ‘고쌈’은 선택이 아닌 필수!

 

글 박지현 기자
pjh8763@yonsei.ac.kr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윤채원 기자
yuncw@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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