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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함흥차사, 공무원 임용 대기기약 없는 대기에 예비 공무원들 지쳐만 가
  • 강우량 기자
  • 승인 2018.09.02 22:53
  • 호수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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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일반행정직 경쟁률은 161대 1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해도 기쁨은 잠시뿐이다. 언제일지 모를 발령일을 속절없이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종잡을 수 없는 발령 일정, 임용 대기자의 현실을 조명해본다.


합격의 기쁨도 잠시
“발령일이 언제죠?”

A씨(26)는 올해 서울시 9급 공무원 공채 시험 시설관리 직렬에 응시했다. 약 2년간 집과 도서관만 오가며 공부에 전념했다. A씨 뒷바라지는 부모님 몫이었다. 식대와 강의비는 전부 부모님 지갑에서 나왔다. 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가능한 한 빨리 합격하기 위해선 공부에만 집중해야 했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공시생의 일상은 공부로 채워져 있다. 「공무원수험신문」과 공시생 커뮤니티 ‘9꿈사’에 따르면, 공시생 537명 중 ‘하루 8시간 이상 공부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26명(60%)이었다. 이들이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은 경제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설 인터넷 강의 사이트 ‘해커스 공무원’은 ‘전체 공시생 중 73%가 부모님의 지원 혹은 아르바이트로 비용 일체를 충당한다’고 밝혔다. 공시생이 더욱 절박하게 합격을 바라는 이유다.

피나는 노력 끝에 합격한 이들은 ‘임용 대기자’ 신분으로 발령만을 눈앞에 둔다. 그러나 실제 발령은 요원하다. 임용 대기자는 ▲발령 일정 안내 부재 ▲유동적인 발령 공고 시기 ▲촉박한 발령 등의 문제에 마주하게 된다.

임용 대기자들이 합격 이후 받는 구체적인 발령 일자 안내는 전무하다. 인사 절차가 ‘시험감독기관’과 ‘부처’로 이원화된 탓이다. 인사혁신처 등의 시험감독기관은 임용 대기자를 각 부처에 추천·배정하기만 한다. 발령은 각 부처 소관인 셈이다. 때문에 시험감독기관 차원에서의 발령일 공지는 불가능하다. 임용 대기자들이 배정된 부처는 알 수 있음에도 발령 일자는 모르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지방직에 합격한 B씨는 “합격 후 1년이 되도록 발령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언제 시작할지 모를 업무
한 치 앞도 알기 어려워

임용 대기자마다 제각각인 발령 공고 시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각 부처는 결원이 발생할 때마다 개별 임용 대기자에게 연락을 취한다. 공채 합격자는 「공무원임용령」 10조에 따라 우선 임용을 보장받지만, 제13조 2항은 부처 재량에 따른 임용 유예를 허용했다. 공채 출신 임용 대기자의 우선 임용권은 유명무실한 셈이다. 인사혁신처 인재정책과 박재우 주무관은 “각 부처가 특채나 정년퇴직 유예자 등도 동시에 고려하며 인사 충원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임용 대기자들은 결국 정기적인 결원 발생 시기만이 아닌 대기 기간 내내 발령을 대비해야만 한다. B씨는 “발령이 언제 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달 남짓한 미래만 예측할 따름”이라며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한편, ‘선결원 후발령’ 구조 탓에 임용 대기자의 업무 배치가 촉박하게 진행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발령이 급박하게 진행됨에도 개인적 사정은 반영되지 않는다. 이유를 불문하고 공지 받은 일정부터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심지어는 고작 일주일 전에 발령 일자를 안내받기도 한다. 이에 박 주무관은 “최대한 빨리 임용하려고 하다 보니 급하게 연락하기도 한다”며 “원칙적으로 예상 결원에 따라 미리 연락을 주고 있으므로 이는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족쇄가 된 임용 대기 신분
‘깜깜이 발령’ 방지할 제도 보완 필요해

물론 모두가 발령 대기 기간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올해 인천 소방직 공채 시험에 합격한 강효원씨(26)는 “합격과 동시에 교육 기간을 거쳐 실무에 돌입해야 하는 소방직 입장에서는 발령 대기 기간이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임용 대기자들이다. 이들에게 발령 대기 기간은 곧 생활고의 연장을 뜻한다. 발령이 언제 나는지 모르는 탓에 경제 활동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다. A씨는 “합격한다면 발령 대기 기간에 생활비를 벌어야 하겠지만, 마땅한 일을 구하기도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결국 일용직·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일자리를 위해 신상을 속이기도 한다. 구직에 성공했음에도 생활고에 시달리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임용 대기자 적체 현상’ 문제가 불거지자 각 지자체는 ‘실무 수습 제도’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행정국 인사기획팀 허준오 주무관은 “실무 수습 제도를 통해 수습 기간만큼 호봉에 반영하고 소정의 봉급도 받을 수 있다”며 “발령 대기 기간 발생하는 공백을 충분히 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 부처가 실무 수습 제도를 운용할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맹점이다. 또 해당 제도는 인력 수급이 시급한 부처를 중심으로 시행돼, ‘헐값에 인력을 동원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당장의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지자체가 발령 시기 예측 시스템 구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중앙정부는 ‘임용 대기자 인사에 대한 일괄적 관리가 불가능함’을 이유로 선뜻 개선책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령 일자는 각 기관·부처의 인사 현황을 일일이 추적해야 구체화될ㅈ 수 있다. 이를 특정 기관·부처가 전적으로 맡기엔 무리가 있다. 인사혁신처 인사혁신기획과 오영근 주무관은 “현실적으로 전 부처의 인사 변동을 한 기관이 전부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각 부처가 인사 운용 재량권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글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자료사진 '9꿈사' 카페>

강우량 기자  dnfid04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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