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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비장애 사이, 그 ‘경계’에 서다‘경계선 지능인’, 우리 사회 속 투명인간
  • 박윤주 기자
  • 승인 2018.09.02 22:57
  • 호수 1815
  • 댓글 1

#A양(15)은 어머니 휴대폰 액정을 깨뜨린 뒤 겁이 나 가출했다. 잠잘 곳을 찾으려다 채팅 앱에서 만난 남성 6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어머니가 ‘사회성을 기르라’며 다운받아 준 앱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법원으로부터 자발적 성매매 청소년 판결을 받았다. 직접 채팅방을 개설했고, 남성들로부터 떡볶이·모텔비 등을 받았다는 이유였다. A양은 경계선 지능인이다.

‘경계선 지능’은 지능지수(아래 IQ) 71~84 사이에 해당하는 지적능력을 일컫는다. 경계선 지능인은 전체인구의 12~14%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지적장애 기준은 IQ 70 이하다. 이들은 문자 그대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선’에 놓여있다. 칼같이 잘려버린 장애등급은 이들을 복지 사각지대로 몰았다.

 

우리 학교에 ‘경계선 지능인’은 없다

 

경계선 지능인의 사회 적응은 이들이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경계선 지능인에게 최소한의 자립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학습 속도가 비장애인보다 느릴 뿐이다. 적절한 교육을 받는다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인지학습치료전문가 박찬선씨는 “경계선 지능 아동들에겐 보충학습과 사회성·언어표현력 배양 수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은 이와 다르다. 상당히 많은 경우, 이들은 지적장애인으로 간주돼 특수교육을 받는다. 박씨는 “장애교육인 특수교육은 경계선 지능 아동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해하기에 벅찬 비장애인 교육을 듣을 수도 없다. 결국 이들은 학교에서 사실상 시간만 때우게 된다. 

홍세영씨는 경계선 지능 아동·청소년 부모로 이뤄진 ‘오르미 협동조합’의 대표다. 홍 대표는 “경계선 지능 아동을 소개하면 교사들이 지적장애 학생이 모인 도움반을 권하거나 비장애학생과 같은 취급을 한다”며 “경계선 지능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이해가 충분치 않고, 심지어 경계선 지능 아동을 귀찮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교사부터 이해가 미흡하다 보니 비장애 학생들이 경계선 지능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 때문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 학생들은 집단 따돌림 등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지난 2016년 통과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방안을 담은 유일한 법안이다. 경계선 지능 학생을 학습부진아의 정의에 포함한 것이다. 하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중학생 경계선 지능 자녀를 둔 부모 문모씨는 “관련 법안이 통과됐지만 현장 교사부터 법안에 대해 모르는 것 같다”며 “전학과 홈스쿨링 중에서 매번 고민한다”고 전했다. 취재 결과, 해당 개정안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이수민 장학사는 “현재 학습부진아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학습도움센터는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이 있어도 이들은 교육 현장에서 여전히 소외된다.

공교육 수업이 부실한 탓에 경계선 지능 학생은 사교육으로 발길을 돌린다. 병원에서 추천하는 수업을 듣거나 선생님을 직접 고용한다. 심리·언어치료 등의 수업이 대표적이며 1회당 평균 8~10만 원 수준이다. 이것도 경제적 형편이 나은 가정에나 적용되는 말이다. 수업료 부담을 견디다 못한 가정은 결국 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수업의 효과가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기약 없이 수강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점 또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문씨는 “치료 기간이 정해져 있지도 있고 효과가 느껴지지 않아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사회에 던져진 경계선 지능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살아남는 법’

 

오늘날, 경계선 지능인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다. 무방비 상태로 사회에 던져지는 셈이다. 이들이 맞닥뜨린 문제로는 취업준비와 병역문제가 대표적이다.

경계선 지능인과 그 부모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자립’이다. 이들의 배움 속도에 맞춰 자세한 직업교육이 뒷받침된다면, 요식업 및 저숙련 노동 등에 충분히 종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직업훈련 기관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취업형태도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이 대부분이다. 경계선 지능·지적장애 대안학교 ‘스타칼리지’ 안은비 교사는 “경계선 지능 청년이 일반 직업훈련기관에 가면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의 직업교육은 콘텐츠·시설이 부족해 선택의 폭도 좁고 접근하기 힘들다”며 “학교 적응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직업교육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남성 경계선 지능인에게는 병역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르면, 경도 경계선 지능인과 중증도 경계선 지능인은 각각 보충역과 전시근로역*으로 배정된다. 이들을 분류하는 기준은 ‘군 복무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되는 정도’로 상당히 모호하다. 신체검사를 통과해 현역으로 입대한 뒤 본인의 경계선 지능을 인지하는 사례도 있다.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남은 복무기간을 채워야 한다. 스타칼리지 안지은 교사는 “공익으로 근무하는 과정에서 근무지를 여러 곳 전전하거나 훈련 도중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있었다”며 “군 복무가 추가적인 정신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는 이들을 외면했다. 경계선에 놓인 이들에게 가난과 차별은 일상이다. 누구 하나 경계선 지능인에게 ‘사회를 살아갈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경계선 지능 학생 80만 명’이란 수치도 언론 기관의 추정치일 뿐, 현재 정확한 수조차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 4곳**에 문의한 결과, 4곳 모두 “경계선 지능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답변했다.

경계선 지능인은 결국 의도적으로 IQ를 낮춰 장애인 판정을 받는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이들이 선택한 슬픈 자화상이다. 경계선 지능인이 원하던 ‘자립’도 아닐뿐더러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는 모순적인 결과다. 지능인들이 그들의 모습 그대로 인정받기 위한 법제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전시근로역: 전쟁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동원령이 선포됐을 때 군으로 소집된다. 일반적으로 군 면제와 동일시된다.
**20대 국회(2016~2020년)에서 장애 관련 법안을 7개 이상 대표 발의한 김상희, 남인순, 최도자, 윤소하 의원

 

글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그림 나눔커뮤니케이션

박윤주 기자  padogachulseo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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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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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아 2018-09-10 09:43:14

    기사 잘 읽었습니다.
    경계선지능인은 장애인이 아니라서 장애인등록이 안될거고, 그럼 언어치료나 사회성훈련등 기타 공교육에서 해결 안되는 교육을 할 때 지원을 못 받고
    사교육비로 감당하는것이겠죠.ㅠㅠ
    요즘은 함께 토론하고 조별로 과제를 수행해서 결과물을 제출해야 점수를 받는 활동이 많은데
    아마도 이해하기 힘들어서 참여를 못할테고,
    참여 안하면 부담이 늘어 불만이 쌓이고
    평소 참여 안하니 다른친구들이 나눠 감당하면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악순환.
    기사를 공유하고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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