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캠과 신촌캠의 군 복무 중 학점 취득 프로그램의 현황을 짚어보다

지난 2007년부터 병무청 군 e-러닝센터는 대학생 장병들을 대상으로 ‘군 복무 중 학점취득 프로그램’(아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매년 140개 대학에서 1만 2천여 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병무청 군 e-러닝센터 관계자는 “학업 단절을 방지할 수 있어 장병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주캠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신촌캠은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나 운영에서 미흡함을 보였다.

 

원주캠은 ‘부재’, 
신촌캠은 강좌 ‘부족’으로 골머리

 

원주캠 학생들은 프로그램 부재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학기에 6학점, 1년에 최대 12학점을 취득할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군 복무 중인 이석호(의공학부·17)씨는 “복무 중 인터넷 강의로나마 학점을 취득하고 싶었으나 참여하지 못했다”며 “군 동기들은 얼마든지 누리는 혜택을 놓쳐 아쉬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계속된 요구에도 원주캠은 ▲온라인 강좌 운영의 어려움 ▲온라인 강좌 학점 인정 학칙의 부재를 이유로 프로그램 도입을 미뤄왔다. 원주캠 교무처 김남숙 차장은 “온라인 강좌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규정이 없어 온라인 강좌의 실효성에 의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2학기에 프로그램을 도입한 신촌캠도 ▲개설강좌 부족 ▲수업 정원 부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프로그램 도입 이후 1년간 신촌캠은 한 학기에 3학점 강좌 1개만을 개설했다. 한 학기에 취득 가능한 최대 학점인 6학점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2018학년도 1학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종혁(언홍영·17)씨는 “개설된 강좌 영역은 이미 들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선택의 폭이 좁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한, 수요에 비해 부족한 정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례로 2018학년도 2학기에 개설된 ‘이상행동의 심리학’은 정원이 30명이다. 이는 직전 학기에 개설된 ‘현대사회와 경제’ 정원이 200명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축소된 수치다. 신촌캠 교무처 김혜리 과장은 “이번 학기 개설된 과목의 경우 대형 강의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돼 정원을 축소했다”며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지 정원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대학교 학생 A씨는 “지난 학기 참여 학생 수가 80명을 훌쩍 넘겼던 것을 생각하면 수요를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온라인 강좌,
개선이 필요할 때

 

군 복무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장병들이 수업을 이수할 방법은 현재 ‘온라인 강좌’가 유일하다. 때문에 온라인 강좌 환경이 대학의 프로그램 도입과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병무청 군 e-러닝센터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선 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강좌의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학교의 적극적인 참여와 적절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주캠이 취득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온라인 강좌의 부재가 꼽히고 있다. 그간 원주캠은 ▲학생 및 교수의 참여 부족 ▲열악한 촬영 환경 등을 이유로 온라인 강좌를 제공하지 않았다. 온라인 강좌 학점을 인정하는 규정도 없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원주캠은 지난 2018년 1학기 학사위원회를 통해 온라인 강좌 학점인정 규정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K-mooc 스튜디오 신설 등 강좌 개설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원주캠 교수학습센터 이지애 연구원은 “온라인 강좌의 학점인정 규정이 최근에 도입된 만큼 당장 온라인 강좌를 개설하긴 어렵다”며 “준비 단계를 거쳐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촌캠의 온라인 강좌 부족은 ▲높은 선정기준 ▲교수들의 참여저조 ▲자체강좌만을 인정하는 규정에 기인한다. 현재 신촌캠 교무처 Open Smart Education(OSE)팀은 온라인 강좌 개설에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강좌를 개설할 교수의 이전 강의평가는 물론, 과목의 특성, 수용 가능한 인원수 등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학생들의 만족도와 강의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며 “온라인 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계속됨에 따라 강좌 개설 기준 완화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의 저조한 참여 역시 강좌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신촌캠 교무처 관계자는 “학기마다 교수들에게 온라인 강좌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개설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며 “온라인 매체로 강의를 진행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인재 교수(인예대·한국고중세사)는 “온라인 강좌는 학생들의 반응을 오프라인 강좌만큼 확인할 수 없어 강좌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외에도 예산 지원, 촬영 환경, 관계자들의 전문성 등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주캠과 신촌캠 모두 규정에 따라 자체강좌 외 모든 온라인 강좌는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아 강좌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의견이 있다. 우리대학교처럼 자체제작 강좌가 부족한 타 대학의 경우,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이나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KCU) 같은 컨소시엄 업체를 통해 200개 이상의 강좌를 제공하기도 한다. 서경대 교무처 관계자는 “컨소시엄 업체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밝혔다. 우리대학교는 이런 외부 강좌가 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OSE팀 관계자는 “업체 강좌의 경우, 장시간 개정되지 않는 등 질 높은 강좌라고 보기 어렵다”며 “업체 강좌와 자체제작 강좌의 수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체강좌만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동재(사회과학부·18)씨는 “학교 측의 입장에는 동의하나 그렇다면 자체강좌의 개발과 개선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한다”며 “양과 질 모두를 잡은 강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프로그램의 혜택을 못 받는 우리대학교 장병들은 속이 탄다. 군 장병도 학생이다. 학교는 학생의 학습권을 책임질 의무를 가진다. 학생들이 군에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온라인 강좌의 원활한 제공에 힘써야 할 시점이다. 

 

글 김연지 기자
yonzigonz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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