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연세, 그가 바라보는 미래는

▶▶ 지난 8월 23일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용학 총장

“문명사적 변화의 시기, 우리대학교의 위기는 중층적이다. 
연구, 교육 등 전방위적 분야에서 대학의 미래를 대비해야한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교육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는 요즘, ‘대학’과 ‘위기’는 제법 잘 어울리는 단어가 됐다. 우리대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연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직면했고, 지난 7월 원주캠은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1단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리신문사는 임기 중반의 김용학 총장을 만나 연구와 교육에 대한 그의 생각을 짚어 물었다. 원주캠에 대한 질문도 빼놓을 수 없었다.   

 

떨어지는 연구력, 해답은?

 

Q. 최근 우리대학교의 연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연구력 증진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A. 현재 우리대학교는 정교수가 너무 많고 조교수가 적다. 이런 역피라미드 형태를 깨고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젊은 교수들을 많이 뽑고자 한다. 지난 3년간 123명을 임용했고 50명을 더 임용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1년 안에 교수를 임용하지 않으면 그해 채용할 정원이 소멸돼 교수 채용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보다 우수한 교수를 뽑을 수 있도록 1년이 지나도 그 정원이 사라지지 않게 했다. 또한 신임교수들의 연구비를 대폭 증액했다. 이후 UNIST와 DGIST 등 유수대학에서 연구력이 좋은 교수들이 우리대학교로 오기 시작했다. 좋은 신호다. 
더불어 연구공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형연구를 유치하려면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보여줘야 한다. 500평의 임시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정도면 다섯 개의 대형연구를 유치할 수 있다.

Q.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논문 수 증가에 비해 피인용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지금까지 우리대학교는 교수들에게 논문을 많이 쓰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많은 논문을 써야 한다는 압박에 논문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인사평가와 인센티브에 논문의 개수 대신 논문의 질이 반영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보통 논문 하나를 쓰려면 1년 반에서 2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제도를 바꾼다고 상황이 금세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대학교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 교수들이 수주하는 연구비가 10% 이상 증액됐다. 또한 최근 우리대학교 교수들이 쓴 5개의 논문이 3대 학술지인 Nature, Science, Cell과 그 자매지에 실린 것으로 안다.

 

달라진 시대, 달라진 교육

 

Q. 취임사에서 ‘문사철’ 중심의 교육을 강조하며 이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강조하는 이유와 구체적인 강화 계획은 무엇인가.

A. 지식이 빠른 속도로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대학은 변하지 않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바로 문학·사학·철학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어떤 생각과 방법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문사철’ 공부에서 출발한다. 우선 교양교육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준비하는 교양교육혁신위원회가 현재 가장 중요시하는 것 역시 인문 교육이다. 인문 교육 기반의 새로운 교양과목을 내년 신입생부터 들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Q. ‘창의적 사고를 위한 교육’ 및 ‘사회와의 공존’을 위한 노력도 있었나.

A. 과거 산업사회는 똑똑한 인재를 필요로 했지만, 현재는 타인을 배려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따뜻한 인재가 중요해졌다. 그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고등교육혁신원과 글로벌사회공헌원을 만들었다.
고등교육혁신원의 프로그램은 교실을 벗어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 글로벌한 문제를 직접 찾고 해결책을 고심하는 학생들에게 활동비와 연구비를 지원한다. 현재 1년에 약 20억 정도의 예산이 고등교육혁신원에  책정돼 있다. 
글로벌사회공헌원의 창립은 ‘Socially Engaged University’, 즉 우리대학교가 지역사회와 세계사회에 깊숙이 뿌리박고 관여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해당 기관을 만든 이후 우리대학교에 대한 세계적 평판이 좋아졌다. 글로벌사회공헌원은 휠체어를 타고 이용 가능한 신촌 음식점 지도, 아플 때 버튼 하나로 기숙사 같은 층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플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모자란 점도 많이 있겠지만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Q. 지난 학기 포스텍과 개방공유 캠퍼스를 선언하고, 고려대와 학술자원 공유 및 정보통신 협력을 약속했다. 타 대학들과의 긴밀한 상호협력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는가.

A. 네트워크의 특징은 서로 연결될 때 각각에 없던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우선 고려대와는 독립적으로 구매해왔던 학술저널을 합동 구매하기로 협의 중이다. 포스텍과는 융합연구팀을 함께 꾸릴 계획이다. 포스텍은 우리대학교 인문·사회분야 전공자들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원한다. 이렇듯 정보와 강점을 공유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미들-업-다운, 무엇이 바뀌었나

 

Q. 각 기관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들-업-다운을 실시했다.

A. 책임과 권력을 분산시키는 탈집중화를 미들-업-다운이라고 한다. 총장이 돼보니 사소한 사안까지 결정해야했다. ‘테니스장이 시끄러워서 아침에 기숙사에서 공부를 못하겠다’는 민원도 총장에게 온다. 효율성을 위해 기관장들의 권한을 강화했다. 가령 테니스장의 소음은 그와 관련된 기관에서 담당하는 식이다.  

Q. 미들-업-다운의 세부내용으로 제안한 총액예산제는 현재 경영대와 공과대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확대해 나갈 것인가.

A. 기존에는 각 기관 예산의 세부 용도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이를 수정하거나 이월할 수 없다 보니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곤 했다. 총액예산제 도입 후 단과대 학장의 자율성이 높아졌다. 공과대는 학생들의 연구 활성화에 많이 투자한다고 들었다. 현재 단과대의 시행 결과를 토대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분석하는 과정에 있다. 앞으로 원하는 단과대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과대가 준비 중이라고 알고 있다.

 

최근 현안, 원주캠과 의료원

 

Q. 원주캠이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1단계에서 탈락하면서 주요 보직자들이 사퇴했다. 최종적으로 역량강화대학 판정을 받았다.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윤영철 신임 원주부총장과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A. 굉장히 가슴 아픈 얘기고 책임을 통감한다. 학생들이 받았을 충격에 너무 미안하다. 객관적인 지표는 좋았으나 보고서에서 우리의 강점을 잘 표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학령인구와 대학진학률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이 타격은 신촌보다 원주에 먼저 올 것이다. 지금 상태라면 길어야 10년, 짧으면 5년 안에 정원 미달 사태가 올 위험성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원주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구성원들과 함께 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올해 말까지 혁신위원회가 외부 컨설팅 업체와 협력해 새로운 안을 낼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고려대도 3년 전 같은 상황이었으나 단합해서 잘 벗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그것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다.

Q. 윤도흠 의료원장의 연임 결정과 관련해 의료원 내부에서 이견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A. 기관장에 대한 구성원의 직접선거를 실시하지 않는 것이 2012년 이사회의 의결사항이다. 투표만을 통한 선출 방식의 부작용 때문이다. 과거 우리대학교에도 학장 선거가 있었다. 하지만 선거를 할 때마다 교수들의 계파 갈등이 심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현 체제는 의료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직접선거의 폐해를 피하기 위한 절충안이다. 후보추천관리위원회에서 적합도가 50% 이상인 사람을 추천하면 내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이번에는 두 후보 모두 적합도 판정결과 50% 이상이었다. 두 후보 모두 의료원의 총책임자로서 적합하다는 것이다. 현 의료원장이 연임하는 것이 사업의 연속성 상 더 좋겠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정책과 가장 아쉬웠던 정책을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에 김 총장은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 있는 만큼 평가하기 이르다”며 “이 질문은 임기가 끝난 다음에 물어봐 달라”고 답변을 유보했다. 덧붙여 지난 2년여 간의 행보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남은 임기가 끝났을 때, 아쉬움 없는 답변이 남길 기대해본다.

글 문영훈 기자
bodo_ong@yonsei.ac.kr
김채린 기자
bodo_baragi@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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