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 총무국장 (언홍영·16)

안녕 혜원아. 그곳에서는 잘 지내고 있니? 예쁜 말들을 골라서 해주던 너였으니까 예쁜 마음으로 사물을 보던 평소 너의 방식대로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어. 카톡 해서 만나자고 하면 만나줄 것 같고, 부르면 달려와 줄 것만 같은데 부르면 답 없는 너의 카톡이 어색하기만 하다.
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장례식장을 가던 아침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장례식’이라는 의식에 걸맞은 옷이 없어서 한참이나 고민했었어. 처음으로 친구를 떠나보내는 거라 어떤 얼굴로, 어떤 복장으로, 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막막하더라.
처음 너의 소식을 네 동생을 통해 들었을 때가 아직도 생각나. 동생이 너의 교통사고 소식을 전해줬을 때 나는 계속해서 되물었어. 정말이냐고. 며칠 전만 해도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함께 얘기했는데 갑자기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부존재 선고’를 받아 더욱더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 같아. ‘교통사고’라는 말은 너의 죽음으로 인해 느끼는 내 감정을 표현하기에 너무나도 짧고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네가 이 세상에 없어서 느끼는 내 감정을 표현하려면 더 큰 단어가 필요할 것 같은데 고작 네 글자밖에 안 되는 단어로 너의 죽음을 표현하는데 항상 부족함을 느껴.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고작해야 일주일 6시간 남짓, 일 년도 채 안 되는 시간인데도 나는 너라는 존재의 무거움을 체감하고 있어. 너를 잃은 후 얼마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네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내가 느끼는 슬픔의 깊이를 통해 드러나더라. 또 한편으로는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을 같이 보낸 너를 떠나보내는 것도 힘이 드는 데 오랜 시간을 함께한 다른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은 얼마나 더 힘들어야 하는 건가 겁이 나.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처음이 아닌데도 마치 처음 느끼는 감정처럼 새롭고, 당황스럽고, 두려워.
무언가 없을 때 비로소 그것의 존재를 느낀다고 하잖아? 그래서인지 나는 계속해서 네가 만들어 낸 세상의 공백을 찾아다니고 있어. 너와 함께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네가 없어서 생긴 공백이 꽤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 일상을 공유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래에 너와 내가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던 곳에 네 모습이 빠져있는 그림을 그려보니 그 빈자리가 정말 허전하게 느껴져. 그래서인지 나는 더더욱 과거로 향하게 되나 봐. 너와 함께 아르바이트하면서 찍었던 사진, 너와 같이 갔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너와 함께 본 영화… 그 흔적들을 찾아다니며 함께했던 추억을 공유할 네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 추억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져.
사실 나는 엄청 이기적인 사람이야. 이전에는 교통사고 때문에 차가 막히면 다친 사람들의 안위보다는 내 약속 시각이 촉박한 것만 생각하곤 했어. 그런데 너의 사고를 접하고 며칠도 안 돼서 고속도로에서 또 다른 교통사고를 접했는데 그때는 ‘제발…’이라며 어쭙잖게 기도하고 있더라. 지금까지 이기적으로 생각했던 과거의 나도 부끄럽지만, 너를 겪지 않았더라면 변하지 않았을 나를 생각하니까 더욱 부끄러워졌어. 너는 멀리 떨어져도 내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는구나.
장례식장에서 본 너의 영정사진은 살아있는 너를 보는 것 같았어. 어쩜 그렇게 해맑게 웃고 있니. 친구의 장례식은 생전 처음이라 어떻게 할지 어버버 거리는 나를 다 포용할 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더라. 그래서 더 눈물이 났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관조하고 있는 듯한 미소가 지금 내가 겪는 슬픔과 너무 대조돼 보여서 당황스럽기도 했던 것 같아.
누가 그러는데 슬픔은 사람을 키운대. 너를 생각하는 만큼, 너로 인해 흘린 눈물만큼 나라는 식물의 자양분이 돼 나를 스스로 성장시키나 봐. 그래서 나는 요즘 수많은 감정을 느끼며 나를 단련하고 있어. 너는 정말 나한테 많은 것을 주고 가는구나.
여름에 태어나 여름에 스러져간 아이야. 네가 베푼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며 좋은 곳에서 편히 쉬길 바라. 너라는 사람을 내 인생에서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어. 함께해줘서 정말 고마워.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