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장학금 확대,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디딤돌이 돼야

이의영 (문화인류·16)

몇 년 사이 대학가에선 성적장학금 축소 혹은 폐지가 주요 흐름이 된 것 같다. 고려대와 서강대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폐지했고, 이화여대 역시 성적우수 장학금 일부를 폐지하고 복지장학금을 확대했으며, 한양대도 전체 장학금 중 가계곤란 장학금 비중을 30%에서 40%로 올렸다. 이러한 조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 교육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성적장학금 축소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고, 등록금 부담 자체를 완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목표라는 의견도 있다.
 등록금이 대부분 학생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인 것은 맞고, 점진적으로는 등록금 부담을 경감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대학교의 적립금은 약 5천 331억 원으로 홍익대, 이화여대를 이어 3위를 차지하는 규모다. 장학목적의 적립금이 34%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건축목적 적립금의 비율이 36%로 더 높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학교는 재학생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도록 적립금을 운용해야 한다. 장학금 확대로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것이 그 방법일 것이다.
성적장학금과 소득장학금 중 무엇을 우선순위로 정할 것인가는 양자택일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느냐의 문제다. 두 장학금이 가진 목적은 무엇일까. 거칠게 표현하자면 동기부여 및 포상의 의미와 평등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목적 모두 중요하지만,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고 대학의 정책은 사회에 특정한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득장학금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
 왜 소득장학금에 대해서는 성적장학금과 달리 자꾸 ‘말’이 나올까. ‘경쟁에서 승리해 좋은 결과를 얻으면 보상을 얻는다’라는 공식은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빈곤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혜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빈곤이 개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존재하기에,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가 국가의 의무고 아무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빈곤은 개인의 실수나 게으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실패를 증명하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계층 이동이 가능할 거라는 희망은 점점 낮아지고 있고, 실제로 계층 이동 가능성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소득장학금을 마치 ‘선심’처럼 이해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소득장학금 확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돕는 것이기도 하지만, 빈곤을 개인이 극복해야 하는 영역으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사회에 보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적장학금의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학생들의 학업 의욕을 저하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취업난을 겪으며 스펙 쌓기에 한창인 학생들에게 학점 관리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고, 따라서 좋은 학점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된다. 또한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한다는 것은 주객전도로 교육적 측면에서 좋은 현상이 아니다. 성적장학금 수여가 눈에 보이는 성취기 때문에 학업에 동기부여가 된다면 성적우수상을 수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소득장학금을 확대한다면 소득분위와 성적 제한, 이 두 가지가 대상 선정기준에 어떻게 적용될지가 성공의 관건일 것이다. 한국장학재단의 소득분위 산정은 여전히 논란이 많다. 기준과 과정이 정확히 공개되지도 않으며, 학생들이 체감하는 경제 사정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나의 경우 이번 학기 소득분위 9분위로 산정됐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대학교 대나무숲에도 종종 올라오듯, 도저히 등록금을 낼 수 없는 경제 상황임에도 높은 소득분위로 분류돼 국가장학금 혜택이나 자유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우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정말로 혜택이 절실한 학생에게 장학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보조적 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학생에게 가난을 증명하라는 압박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소득장학금의 성적 제한 또한 완화 혹은 삭제돼야 한다. 소득장학금의 경우 성적장학금보다 성적 제한이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소득장학금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장학금 규모가 한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소득장학금과 성적장학금 중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결국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현재 등록금이 많은 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에게 돌아갈 수 없는 규모의 장학금을 누가 받을지 싸울 게 아니라, 애초에 왜 모두에게 장학금이 돌아갈 수 없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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