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변경 고지 안내문 발견…학교는 “시안일 뿐”

지난 8일, 신촌캠 정문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아래 노조)가 주관한 ‘경비노동자 근무체계 일방적 변경 시도 연세대학교 규탄 기자회견'(아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노조 측은 ‘용역회사와의 교섭 도중 원청인 학교가 근무체계의 일방적 변경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신촌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모습

 

근무시간 변경 고지 안내문, ‘시안’일 뿐?

 

지난 3일, 한 노조 조합원은 팸플릿 업체에서 인쇄된 안내문이 총무처 총무팀으로 배송된 것을 목격했다. 경비노동자의 근무시간을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존에는 24시간 근무이던 것을 3일부터 아침 7시~밤 10시 30분 근무로 바꾼다는 것이다. 노조의 항의에 현재는 전환이 유예된 상태다.

학교 측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근무시간 변경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문제의 안내문은 시안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총무처 총무팀 박상욱 팀장은 “3일부터 근무시간을 변경하려 했다면 사전에 모든 학내 구성원에게 공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경지부 최다혜 조직부장은 “대량의 안내문이 인쇄된 것을 확인했다”며 “단순 시안에 지나지 않았다면 대량으로 제작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원청이 교섭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학교 측은 정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 팀장은 “학교는 원청으로서 용역회사가 근로기준법을 잘 이행하는지 관리·감독할 법적 의무를 진다”고 말했다. 용역회사 대주 HR 이종민 대표이사는 “학교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주 52시간 준수를 요구했다”며 “이에 학교와 구체적인 근무시간에 대해 협의 중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노조 조합원이 발견한 안내문

 

주 52시간 적용 두고 엇갈리는 해석

 

학교 측은 개정된 근로기준법 때문에 근무시간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 52시간 근로 규정에 맞추는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노조는 학교 측이 결과적으로 임금 감축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오는 2019년 7월까지 우리대학교의 주 52시간 근로 적용이 유예된 점 ▲경비노동자가 감시단속적 근로자(아래 감단 근로자)로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직종인 점을 들어 근무시간 변경에 반대한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박 팀장은 “우리대학교가 유예 기간을 받은 것은 맞으나, 경비노동자들은 용역회사와 계약한 것이므로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엄밀히 말해 현재 용역회사들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박 팀장은 우리대학교 경비노동자 중 일부만이 감시단속적 근로자*(아래 감단근로자)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근로계약서가 없는 경비노동자가 많아 감단근로자로 승인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학교 측의 태도가 이중잣대라고 주장한다. 지난 10여 년간 학교가 경비노동자들을 감단근로자로 간주해왔다는 것이다. 최 조직부장은 “경비노동자 중 연장·휴일수당을 받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들은 감단근로자로 대우받고 있다”며 “단체협약에서도 경비노동자들을 감단근로자로 전제하고 임금과 휴게시간을 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신규채용에 관해 가까스로 합의에 이른 학교와 노동자 측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갈등에 봉착했다. 아직 학교와 용역회사 모두 근무시간 변경에 관해 뚜렷한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최 조직부장은 “학교 측은 변경사항을 용역회사에 확인하라고 했으나, 정작 회사는 구체적인 근무시간 조정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며 “원청과 용역회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감시나 단속을 주요 업무로 하는 근로자.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아 휴게·휴일 추가수당을 받지 않는다. 주 52시간 근무 규정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글 노지운 기자
bodo_erase@yonsei.ac.kr

사진 박수민 기자
raviews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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