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건으로 국내 대학 중 세 번째…학교 측은 조사 중

지난 7월,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 '와셋(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WASET)'이 허위학술대회·학술지를 운영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와셋은 제대로 된 심사 과정도 없이 돈을 받고 논문 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를 용인했다. 이번 허위학술단체 스캔들에는 우리대학교 연구자 역시 일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우리대학교 연구자들이 와셋에 게재한 논문은 87건이다. 이는 서울대와 성균관대에 이어 국내 대학 중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와셋에 10건 이상의 연구성과를 게재한 교수도 네 명이나 된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최연택 정책위원장은 “허위학술단체임을 모르고 한 번쯤은 논문을 게재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반복적으로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는 실적이 필요한 연구자들이 허위학술지나 허위학술대회를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 정책위원장은 “연구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와셋을 이용하는 교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허위 학술대회 참여시에 연구·출장비가 지원되는 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취재 결과 우리대학교 일부 교수들에게도 와셋 학술대회 참가 명목으로 출장비가 지급된 바 있다. 다만 정확한 연구·출장비 규모 및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술대회의 적절성을 일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 ▲학술대회에 대한 정보가 미리 주어지지 않는 점을 들어 허위학술단체 참여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주캠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연구 책임자인 교수들이 연구‧출장비를 요구하면 산학협력단이 지급하는 구조”라며 “행정 처리는 돕고 있지만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적절성 판단은 교수 당사자의 몫”이라고 답했다. 연구비 지원 이전에 학술대회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점도 선별을 어렵게 한다. 원주캠 산학협력단 부단장 서광덕 교수(과기대‧영상통신)는 “교육부, 연구재단 등에서 제공하는 학술대회 참가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다”며 “그러나 연구비 지원 결정 이전에 학술단체나 대회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어 유명무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본부는 사안의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내놓지 않은 상태다. 신촌캠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만큼 앞으로 와셋과 같은 허위 학술단체 참여를 자제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 정책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연구윤리 부족과 더불어 연구 관리 시스템의 허술함을 보여준다”며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글 서민경 기자
bodo_zongwi@yonsei.ac.kr

김채린 기자
bodo_barag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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