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17차 정기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 ‘총여학생회장 비활동 사유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요구의 안’이 상정됐다. 당시 29대 총여학생회 <모음>(아래 <모음>)은 공식적으로 정보공개가 청구될 시 3주 내에 논의 결과를 밝히기로 했다. 송씨가 직무정지 상태라는 사실은 이후 7월 21일자 <모음> 입장문을 통해 밝혀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유는 적시되지 않았다. 사적 영역에 준한다는 이유였다.

직무정지 사유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지난 7월 26일 본인이 총여학생회장 송새봄(철학·15)이라고 주장하는 작성자가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게시했다. 직무정지 경위와 이후 진행된 일련의 학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담은 글이었다.


작성자는 입장문을 통해 본인이 연루된 성폭력 사건과 사후 경과를 밝혔다. 이어 ▲합의중재가 이뤄진 사건에 대해 <모음>이 자신을 가해자로 상정하고 논의를 진행한 점 ▲직무정지의 권한이 <모음> 집행부에 없다는 점 ▲부당한 직무정지 조치에 대해 논의하려 성폭력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설립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모음>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정보공개요구안을 처리한 중운위의 책임을 물었다.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과 억측에 관해 학생사회의 성찰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신문사의 취재 결과, 해당 게시물은 송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우리신문사는 지난 8일 송씨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송씨에 따르면, <모음>은 지난 3월 29일에 송씨의 4일간 직무정지를 의결했으며 관련 논의가 끝나지 않자 이를 무기한 연장했다. 이어 4월 30일, <모음>은 성폭력 사건 이후 ‘피신고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송씨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다음은 총여학생회장 송새봄씨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직무정지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들었다. 경위를 설명해달라.

A. 결과만 전달받았다. 논의 과정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전해 듣지 못했다. <모음>에 속기록을 요청했지만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직무정지 무기한 연장은 애초에 의결된 내용도 아니라고 들었다. 일단, 맡고 있던 모든 업무는 인수인계를 끝낸 상황이다.

 

Q. <모음>은 본인이 ‘피신고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A. <모음>은 자숙하는 것이 ‘피신고인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합의중재 이후에 총여학생회장으로서 찍힌 사진이 <모음> 페이스북에 올라간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모음>은 내가 피신고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모음>이 얘기하는 자숙은 가해자의 의무다. 나는 사건의 가해자가 아니다. 따라서 그런 판단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계속 이의제기를 했다.

 

Q. 동성 간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 측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생각하나.

A: 아예 별도의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매뉴얼은 교수-학생, 선배-후배처럼 권력관계가 명확한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성 간 성폭력 사건은 상대적으로 위계가 불명확하다. 그런데 똑같은 매뉴얼을 적용하니 피해 사실 증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수밖에 없었다. 동성 간 성폭력 사건은 권력관계가 분명한 사건과 다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느꼈다.

 

Q. 페이스북 게시글에 따르면 지난 5월 24일 총여학생회장으로의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은하선 작가 강연 사태가 영향을 미쳤나.

A. 강연 당시, 충돌이 일어났다는 얘기를 지인들에게 들었다. 직후 부총여학생회장에게 연락해 복귀 의사를 전했다. 직무정지 상태였지만 총여학생회장으로서 무력감과 죄책감을 느껴 복귀하고 싶었다. 또 <모음>이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피해 호소인의 보호를 위해 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모음>에 지속적으로 대책위 설치를 요구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A. 합의중재의 해석에 대한 문제를 대책위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다. 하지만 신고인 대리인단 측에서 이를 거절했다. 복귀를 위해서도,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성폭력 대책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모음>측에 계속 대책위 설립을 요청했지만 미뤄졌다.

 

Q. 중운위에 정보공개 요구안이 상정돼 합의 처리됐다. 이에 대해서 알고 있었나.

A. 그 사실을 <모음>으로부터 처음 전달받은 것은 지난 7월 19일이다. 결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당시까지 네 번의 회의가 있었는데, 모두 나와 대리인의 참석 없이 <모음> 내부에서만 이뤄졌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모음>은 중운위 결과에 따라 21일까지 입장문을 내야 한다고 답했다.

 

Q. 현재 <모음>에 바라는 점이 무엇인가.

A. <모음>의 내부공론화 과정이 다른 의견을 가진 소수의 사람에게 폭력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자성을 통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또한 직무정지나 사퇴권고는 <모음>의 집행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잘못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다.

 

Q. 그간 총여학생회장 거취에 대해 많은 추측과 비난이 오갔다.

A. 직무정지에 대한 루머가 떠돌던 시절, ‘성폭력으로 인해 직무정지 됐다’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두려웠다. 특히 레즈비언으로 회자돼 아우팅을 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신촌에 가기 힘들었다. 신촌에 오면 커뮤니티엔 ‘지금 신촌에 총여정이 있다’는 글이 올라온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의 거취를 공공연하게 알리고 있다는 게 큰 위협이 됐다. SNS를 보면 나를 인격체가 아닌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 같다. 이후 작성된 페이스북 게시물은 입장문인 동시에 사건 공론화를 통해 성찰을 요구한 것이었다. 하지만 성소수자 가시화를 통해 학내 공론장을 만들겠다는 바람과 달리 이에 대한 관심이 이상한 쪽으로 흘렀다. 페이스북 게시물에 추신을 달아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밝혔는데 그 대목까지 희화화되고 조롱당했다.

 

Q. 총여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우선 회원들에게는 사과하고 싶다. 물론 내 의지로 직무를 그만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게 회원들에 대한 기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에 죄책감을 느낀다. 비록 직무정지 상태지만 대표자이자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모음>이 더욱 건강한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공동체 내부 문화가 폭력적이지 않은지, 권력 관계에 의한 폭력이 없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총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공약 이행뿐 아니라 성폭력 사건에 대한 상담, 사건 처리도 해야 한다. 또한, 총여는 소수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공약을 만들고 정책을 수립하는 여학생들의 정치적 결사체다. 총여의 필요성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함없다. 회원들이 총여의 존재에 신뢰를 주길 바란다.

 

바로잡습니다: 17차 중운위에 상정된 정보공개 요구안은 의결되지 않았으며, 합의 하에 상정자가 자진철회했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글 문영훈 기자

bodo_ong@yonsei.ac.kr
이승정 기자
bodo_gongj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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