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만 아는, 한동안 밤잠 설치며 이불킥 했었던 이야기들

2월은 새로운 만남이 정말 많은 시기다. 특히 이 시기의 대학생들에게는 신입생부터 고학년까지 미팅, 소개팅 제의가 빗발친다. 새 인연을 만나기 좋은 자리이나 동시에 흑역사를 만들어 한동안 이불킥을 하게 만들기도 하는 미팅, 소개팅 자리. 대학생들의 미팅과 소개팅에서 있었던 재밌는 일화들을 『The Y』가 들어봤다.
 

#1. 거기서 만날 줄은 진짜 몰랐지
전공진(가명), 남자, 연세대 2학년

Q. 이야기할 소개팅이나 미팅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남초 학과를 다니다 보니 개강파티와 같은 과 단체 행사를 할 때 성비가 반대로 치우친 학과와 함께하기도 해요. 이런 걸 ‘조인개파’(개강파티)라 하는데 이때 조인개파는 단순히 개강을 기념한다기보다 대형 미팅을 하는 분위기죠. 저는 전기전자공학부인데 당시 이화여대 유아교육과와 32:32로 조인개파를 했었어요.
 

Q. 어떤 일이 있었나요?
A. 64명의 남녀가 만난 자리에서 한꺼번에 서로를 알아가고 미팅을 하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테이블당 4:4정도로 나눠앉았어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끼리 자기소개를 하는데 문득 낯익은 사람이 보였어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알던 사이였나 긴가민가하더라고요. 이름만 들었을 땐 몰랐는데 결정적으로 같은 대전 출신에 아는 학교 이름이 나오니까 친구 누나였다는 게 기억이 났어요. 보통 미팅에서는 미리 상대가 누군지 알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데 이런 자리에서 친구 누나를 만나다 보니 당황했죠.
 

Q. 그래서 어떻게 행동했나요?
A. 그때부터 티는 내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 선에서 필사적으로 파트너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파트너를 정하는 소지품 게임에서도 의도치 않게 몇 번 누나의 물건을 골라 벌주를 마시고 다시 뽑고 했었죠. 그 뒤로는 서로 모르는 척하고 없던 일로 덮었어요. 결국 그 누나와 저만 아는, 친구한테도 말 못할 비밀이 생겼죠(웃음).

 

#2. 그대가 입은 옷은
임세영(가명), 여자, 성균관대 3학년

Q. 이야기할 소개팅이나 미팅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제 첫 소개팅이었어요. 첫 소개팅이다보니 설레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자랑하고 나갔었죠. 소개팅 때는 예쁘게 차려입고 가야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꾸미기도 했고요. 가는 길에도 한참을 그 남자가 어떤 스타일일까 기대하며 친구랑 카카오톡을 주고받았는데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깜짝 놀랐었어요.
 

Q. 왜 놀랐었나요?
A. 약속 장소가 역 앞에 있는 카페 앞이었어요. 근데 도착해보니 분명 기다리는 사람은 한 명인데 그 사람이 스포츠 브랜드의 파란색 기능성 티셔츠를 입고 있더라고요. 당장이라도 산에 오를 수 있는? 열심히 꾸며야 한다고 들어왔던 상황이랑은 너무 달랐죠. 소개팅, 미팅 자리에서는 최대한 깔끔하게 입는 게 예의라 들었는데 놀라긴 했어요. 물론 소개팅 때 옷이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첫 인상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거 같아요.

 

Q.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A.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마쳤죠. 밥 먹고 맥주 한 잔을 하며 얘기할 정도로 나름 친해졌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연락하지 않고 지내고 있어요. 옷 때문은 절대 아니에요. 그래도 첫 소개팅이자 독특한 만남으로 기억에 남네요.

 

#3. 목살과 소주 3병, 시끄러운 포차와 김치찌개
김수하(가명), 여자, 연세대 3학년

Q. 이야기할 소개팅이나 미팅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소개팅에 정해진 것은 없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보통 소개팅이라 하면 대충 정해진 코스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밥을 먹은 뒤에 카페를 가거나 가볍게 맥주를 한 잔 하는 등. 하지만 저는 고깃집에 갔다가 포차에서 술을 마시고 잔뜩 취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Q. 소개팅 때 어떤 점이 독특했나요?
A. 밥을 먹으러 간 장소가 목살을 구워먹을 수 있는 고깃집이었요. 상대방이 정해온 장소가 있대서 가기로 했는데 고깃집이더라고요. 보통 고기를 소개팅 때 먹지는 않을 거예요. 냄새가 밴다든가 예쁘게 먹기 힘든 음식이니까. 아무래도 장소가 장소, 메뉴가 메뉴인지라 소주도 같이 시켜서 마셨었어요. 더 놀라운 건 다음이에요. 상대방 학교에서 먼 곳에서 약속을 잡았는데도 그 친구 학교 선배들을 잔뜩 만난 거예요. 저도 그 친구도 적잖이 당황했죠. 설상가상으로 그 분들이 바로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셨어요.

 

Q. 그러고선 어떻게 됐나요?
A. 일단 자리를 옮겼죠. 그 친구 학교 선배들은 여차저차 피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둘 다 술을 잘 못하면서 고깃집에서부터 소주를 3병이나 마셨더니 인사불성이 되더라고요. 덕분에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자리를 옮기다보니 시끄러운 포차에 갔어요. 그러고는 안주로 또 소개팅과 어울리지 않는 김치찌개를 시켜놓고 술을 더 마셨어요. 서로 대화를 하는데 목소리가 안 들려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던 게 기억이 나네요(웃음). 워낙 소개팅의 정석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그 뒤로는 편하게 친구로 연락했었어요. 그러다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됐죠.

 

#4. 눈치게임 실패
지현윤(가명), 남자, 22세

Q. 이야기할 소개팅이나 미팅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친구가 주선해 준 미팅이었어요. 나름대로 미팅 경험도 꽤 있었기 때문에 친한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오자는 생각으로 나갔어요. 딱히 애인을 사귀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죠. 즐거운 분위기에 재밌게 놀았는데, 문제는 상대 여자분들 중에 한 명이 너무 예뻤던 겁니다. 제가 나가 본 미팅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요!

 

Q.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그 분과 파트너가 됐나요?
A. 물론 그러길 바랐지만, 파트너가 되진 못했어요. 그래도 나름 재밌게 놀았던 것 같아요. 미팅의 묘미인 귓속말 게임도 하고, 파트너끼리 게임도 하면서요. 그렇게 미팅은 잘 마무리됐는데, 문제는 애프터였죠. 모두 맘속으론 그 한 명에게 애프터를 걸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니까요. 그래도 다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헤어졌죠.

 

Q. 뭔가 애프터를 걸었을 것 같은데요?
A. 맞아요(하하). 미팅 경험이 꽤 있어서 그런지, 차이는 데에 두려움이 없어져서 일단 애프터를 걸었죠. 물론 바로 까였지만요. 당시 진지하게 연애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어서 별 생각 없이 지나갔어요. 문제는... 알고 보니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나중에야 들은 얘기지만, 같이 미팅에 나간 친구들 모두 애프터를 걸고, 다들 대차게 까여버린 거죠. 지금 생각해도 기억에 남는 미팅이에요.

 

글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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