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 재개편 총투표 시행안 가결 … 구체적 재개편안 확정은 숙제로 남아

 

▶▶ 지난 5월 29일, 신촌캠 학생회관 3층 푸른샘에서 15차 중앙운영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지난 5월 28일~6월2일 신촌캠 학생회관 3층 푸른샘에서 제15차 정기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가 열렸다. 이번 중운위는 5월 31일을 제외하고 총 4일, 45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 퇴진 및 총여 재개편 추진단’(아래 추진단)과 ‘우리에게는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아래 우총필) 측이 주요 발제자로 입회했다. 주된 논의 주제는 은하선 작가 강연 관련 논란의 해결이었다.<관련기사 1813호 1면 ‘강연, 농성, 격론’> 세부적으로는 ▲사과대 학생회의 피해자를 향한 공식 사과 촉구 및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요구 논의의 안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재개편 관련 학생총투표에 대한 안건 상정 및 연서명 요청의 안 ▲학생총투표 관련 논의의 안 ▲비민주적 학생총투표 이행에 대한 중단 요청의 건 ▲중앙운영위원회의 의결권 무효 확인 입장 표명 요구의 안을 비롯해 7개의 안이 논의됐다.

 

45시간 논의 끝, ‘학생 총투표 가결’ 

 

지난 5월 28일 저녁 7시 개회한 중운위는 앞선 두 안건 논의 이후 ‘사과대 학생회의 피해자를 향한 공식 사과 촉구 및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요구 논의의 안’을 다뤘다. 해당 안건의 발제자는 사과대 부학생회장이 지난 24일 은하선 작가 강연에 반대한 시위 학생들의 얼굴을 찍어 단체채팅방에서 유포·조롱한 것을 들어 중운위에 ▲학교 측에 가해자 징계를 요청할 것 ▲단체채팅방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생과대 학생회장 공문규(생디·13)씨는 “중운위가 의결할 수 있는 것은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사과대 학생회에 카톡 전문 공유를 권고하는 것”이라며 “또한 학교 기관에 현재 피해 상황을 알리고 조속한 처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운위원들은 ▲피해자가 학교 기관에 공식적으로 사건 조사를 요청할 시 이에 연대와 지지를 표할 것 ▲사과대 학생회에 단체채팅방 전문 공유를 권고할 것을 의결했다. 더불어 중운위는 사과대 부학생회장의 사과문을 피해자에 개인적으로 전달하도록 권고할 것을 결정했다.

이어 ‘총여학생회 재개편 관련 학생총투표에 대한 안건 상정 및 연서명 요청의 안’과 ‘학생총투표 관련 논의의 안’도 상정됐으며 두 안건은 ‘총여학생회 재개편 관련 학생총투표에 대한 안’과 ‘연서명 요청의 안’으로 통합 및 분리돼 논의됐다. 추진단은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 퇴진 및 총여학생회 재개편 학생총투표’(아래 총투표) 서명운동을 진행해 전체 학생의 1/10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이에 추진단 측 발제자는 29일 새벽 중운위에서 총학생회칙 19조에 의거해 총투표 실시를 공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총필 측 발제자는 총투표 진행에 반대했다. 우총필 측 발제자는 ▲총여의 재개편 여부는 전체 학생이 아닌 여학생들의 총투표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점 ▲총여가 부재할 경우 성평등 실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중운위에서는 ▲총여의 자치권과 총학생회칙에 명시된 총투표 조항이 충돌하는지의 여부 ▲해당 안건이 학생회칙 개정에 준하는 것인지의 여부 등에 대해 중운위원들의 의견이 극명히 갈렸다. 중운위원들은 먼저 <모음> 퇴진은 총여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안건을 ‘총여학생회 재개편 학생총투표’의 안으로 변경해 마침내 2일 아침 8시경 가결했다. 총 11단위 중 10단위가 찬성, 1단위가 반대했다. 우총필 측 발제자는 의결 직전 “만약 총투표를 시행할 경우 투표에 참여한 여학생 수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뿐만 아니라 재개편이 가결될 경우 이는 총여에 대한 ‘권고’로서 여학생들이 구체적인 재개편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이번 중운위는 유례없는 장기전이었다. 총여 재개편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숙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추진단이 구체적인 재개편 안을 상정하지 않았던 점 ▲참관인 의견이 지나치게 많았던 점 등에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안건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진행된 이유로는 추진단 측의 재개편 가안에 구체성이 결여돼있던 점이 꼽힌다. 추진단 측은 가안으로 ▲총여의 명칭을 ‘학생인권위원회’로 바꿀 것 ▲‘학생인권위원회’의 구성원을 여학생에서 전체 학부생으로 확장할 것 ▲투표권을 여학생만이 아니라 전체 학부생에 부여할 것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 개편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상경대 비대위원장은 “세부 재개편안에 따라 학생들의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보다 구체화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진단 측은 “추진단은 많은 학생들이 총여의 재개편을 요구한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라며 “총투표가 진행되면 추진단은 해체될 것이며, 자세한 개편 내용은 추후 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중운위에 많은 참관인이 참여했던 점 또한 의결을 늦춘 핵심적 요인이었다. 이번 중운위에서는 전례 없이 많은 참관인이 입회했으며 중운위의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는 그만큼 큰 관심이 쏠린 사안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나, 동시에 이로 인해 의사 진행이 느려지기도 했다. 우총필과 추진단 측에서 모두 참관인이 입회했으며, 30일 새벽에는 참관인들 사이에 마찰이 발생해 중운위가 정회했다. 특히 한 참관인은 술에 취한 채 회의실에 입장해 의사진행에 차질을 야기했다. 또 회의 진행 도중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일부 중운위원을 비방·공격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31일부터는 모든 참관인에 서약서를 작성하게 해, ▲근거 없는 인신공격 금지 ▲의장의 허가 없는 발언 금지 ▲타인의 발언에 대한 조롱·비난 금지 ▲회의 진행 도중 관련 내용 유출 금지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운위원 및 참관인 비방 금지를 실시했다.

 

지난 3일, 총투표 실시가 공고됨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전자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한편, 구체적인 재개편안이 없는 상태에서 재개편만이 의결된 점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재개편 여부를 두고 투표할 유권자들은 구체적인 ‘재개편’의 정의에 대해 모두 조금씩 생각이 다를 것”이라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찬반 투표를 진행할 경우 어떤 후폭풍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글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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