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열린 논의로 해결해야

최근 단체채팅방 등 집단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들이 다수 공론화됐다. 이는 과거에 비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이 증가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페미니즘 관련 논의 역시 활성화되고 있으나, 이에 반하는 시류도 눈에 띈다.

 

내부고발과 공론화, 그 시작은

 

최근 공론화된 성폭력 사건들은 대부분 학생의 내부고발 또는 피해자 본인의 의지로 학생사회에 알려졌다. 지난 2016년 9월 1일 첫 단체채팅방 성희롱 고발을 시작으로 총 3번의 공론화가 이뤄졌으며 2016년 9월 이후로 ‘특정 학과 남학생들의 술자리에서 발생한 성적 대상화’, ‘동성 선후배 간의 강간미수에 준하는 사건’ 등이 공론화됐다. 부총여학생회장 이수빈(신학·15)씨는 “이전과 달리 ‘내가 당한 일이 성폭력’이라고 확고하게 말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이는 성폭력을 인지하는 개인의 감수성이 예민해졌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도 늘고 있다. 문화인류학과 박이은실 강사는 “지금 세대는 이전 세대가 겪은 젠더 문제와 여권 신장 논의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따라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反)페미니즘 논의…
2차 피해로 이어져

 

그러나 성폭력 공론화를 비롯해 활발해진 성평등 논의에 반발하는 흐름도 적지 않다. 이러한 주장들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성적 대상화 ▲성차별 ▲이성 혐오 ▲총여학생회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 ▲페미니즘 비난 등으로 나타난다. 성평등상담소장 송현주 교수(문과대·발달심리)는 “사람은 눈에 쉽게 띄는 것을 문제의 원인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사회적 불안 증가의 원인을 페미니즘 논의 또는 다른 성집단으로 돌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성희롱에 대한 피해자의 문제제기에 대해 지나친 반응이라고 폄하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정신적 상처를 입은 피해자에 2차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단체채팅방에서 성적인 농담을 지나치게 많이 주고받은 것에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돌아온 것은 ‘왜 그렇게 만감하게 반응하냐’는 말이었다”라고 말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비난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5월 우리대학교 학생은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페미니스트와 있으면 피곤할 뿐 아니라 그들의 지능이 낮다고 느껴진다’며 ‘페미니스트를 구분할 방법을 알려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비난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익명을 요청한 B씨는 “학내에서 ‘여성 페미니스트들은 남자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말했다.

이런 비난은 학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지난 2017년 10월 한 익명 작성자는 ‘제도적 혜택은 모두 여자가 보고 불합리함은 남자가 부담한다’며 ‘그럼에도 여성들은 본인들이 차별받는다고 우긴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박이 강사는 “일부 남학생은 다양한 구조적 변화로 인해 여성들에게 기득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불안감에 합리성이 결여돼있음을 알기에 익명으로 이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의 실마리는?

 

전문가들은 건강하고 열린 토론 및 적절한 교육을 통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이 강사는 “공론장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질문하는 것이 해결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이 강사는 “합리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장이 부족하다”며 “우리대학교의 경우 페미니즘적 인식론을 기반으로 하는 수업도 극소수고 성차별주의적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특강도 흔치 않다”고 덧붙였다. 

막상 토론의 장이 마련되더라도 활발한 공론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교수는 “학생들은 오랫동안 평가의 대상이 돼왔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어떻게 평가될지 등에 대한 ‘체면’에 굉장히 민감하다”며 “이 때문에 판이 마련돼도 실제 열띤 토론으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여러 이슈에 대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적절한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송 교수는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무조건 악마화하기보다 다양성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단순 지식전달 식의 교육 대신 생각하는 법에 관한 본질적인 교육이 소규모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대학교 내 관련 교육은 대규모로 이뤄지며 소규모 교육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일례로 대형 강의로 이뤄지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의 일방적인 강의 형태와 관련해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관련기사 1811호 2면 ‘의무 아닌 교수, 듣지 않는 학생’>  

한편, 온라인 공간에 적합한 해결책 또한 동시에 고민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개별 커뮤니티의 특성을 이해하는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공론장 형성·교육 등 상당수의 해결책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다”며 “이는 온라인으로 사회화된 젊은 세대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별 특성의 분석, 나아가 젊은 세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안효근 기자
bodofessor@yonsei.ac.kr
서혜림 기자
rushnca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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