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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They는 단수 대명사다
  • 우리대학교 인예대 김명복 교수
  • 승인 2018.06.04 01:31
  • 호수 1814
  • 댓글 0
김명복 교수
(우리대학교 인예대)

20세기 중후반부터 여성주의운동이 활기를 띠면서 영어 문법에도 두드러진 변화가 있었다. 언어에서 성차별요소가 있는 언어를 “중성의 언어”(gender-neutral language)로 전환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특별히 직업과 관련하여 여성을 배제한 “-man”의 형태를 보이는 복합명사들 대부분은 “-person”형태의 복합명사로 바꾸어, “businessman”은 “businessperson”으로, “chairman”은 “chairperson”으로, 그리고 “salesman”은 “salesperson”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변화는 삼인칭 대명사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남녀를 아우르는 대명사를 사용해야 할 경우, 대표 단수 대명사로 “He”를 사용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불확정 대명사들 “anyone,” “anybody”를 주어로 갖는 문장들에서 대명사를 사용해야 할 경우, 다음 예와 같이 “him”을 사용하였다: “If anybody calls, tell him I have gone out.” 그러나 지금은 위와 같은 표현은 성차별문장이라고 생각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전화한 사람이 남자뿐이겠는가? 그래서 위의 문장은 “If anybody calls, tell him or her (them) I have gone out.”과 같이, 주어가 단수이지만 “them”을 사용하든가, 아니면 him or her를 사용한다. “They”를 단수 대명사로 사용한다.

그리고 “person, individual, speaker, student, researcher, suspect”등과 같은 중성명사에도 똑같은 문법이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The suspect had refused to give any details of his identity.”라고 쓰지 않고, “The suspect had refused to give any details of their identities.”라고 쓴다. 이처럼 “They”는 단수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사실 단수 주어 뒤에 사용하는 대명사로 “They”를 사용하는 것은 16세기부터 있었으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단지 부활하여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2018년 5월 2일 수요일자 「조선일보」 문화면 표제, “‘채식주의자’ 이어 ‘흰’ 영어 번역에도 오류 많아”를 보면, 문법 오류를 지적하며 두 문장을 예로 들고 있다: “Person who does not know who they are, where they are, what has just begun.”에서는 주어 Person이 3인칭 단수형인데도 대명사로 복수형 they를 써서 문법 오류라고 하고, “A person who had met as that city … who had painstakingly rebuilt themselves on a foundation of fire-scoured ruins.”에서는 주어 A person을 복수형 대명사 themselves로 받은 것이 문법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법 오류라고 지적하는 필자는 단수 형태, “he”나 “himself”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person”은 남성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They”를 단수대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의 두 문장은 문법 오류가 아니다. 영어가 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오역실태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오역사례로, 기독교인들이 주일 예배시간마다 암송하는 주기도문의 마지막 구절,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니다. 아멘.”이 있다. 이 문장의 영어원문은 다음이다: “For thine is the kingdom, and the power, and the glory, for ever. Amen.”(Matthew 6:13) 밑줄 친 the kingdom, and the power, and the glory를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란 3가지 별개 명사들로 번역하면 틀린 번역이다. “권세”(power)와 “영광”(glory)이라는 두 낱말은 접속사 “and”로 연결되어, 앞에 있는 명사 “하나님 나라”(kingdom)를 수식하는 형용사들로, “the kingdom of the power and the glory”와 같이 다시 쓸 수 있다. 이처럼 “and”로 접속된 두 명사 가운데, 뒤에 위치한 명사가 앞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로 기능하는 수사를 ‘두 낱말 접속 수사’ Hendiadys 라고 한다. 하나님 나라(kingdom)는 두 가지 특징, 즉, ‘권세’와 ‘영광’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권세와 영광의 하나님 나라가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니다. 아멘.”이 맞는 번역이다. 그리고 미국 소설가 포크너(William Faulkner)는 맥베스의 독백 가운데 한 구절 sound and fury를 가져다, 그의 소설 The Sound and the Fury의 제목으로 사용했다. 이 구절도 위와 같이 ‘두 낱말 접속 수사’ Hendiadys 를 적용받는 구절이다. 다시 쓰면 “furious sound” 이고, 번역하면 마구 지껄여대는 말이다. 우리가 그 책의 제목으로 알고 있는 음향과 분노 또는 소리와 분노 등은 올바른 번역의 제목이 아니다.

우리대학교 인예대 김명복 교수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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