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연세로 중앙에는 빨간데 목이 굽어 그 모양이 마치 빨간 샤워기 같기도 하고, 빨간 지팡이 같기도 한 물건이 있다. 그 쓰임이 뭔고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그 앞에 모여 서로를 기다리고 함께 안부를 전하는 것이었다! 그 때 신촌을 지나던 한 나그네가 와서 이르기를, ‘이것은 빨간 잠수경이라’ 하였다.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빨간 잠망경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은 잠수경이었다. 마침 빨간 잠수경 앞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유난스럽게 재미나기로, 매거진 『The Y』 취재단이 이를 새겨듣고 기록하였다.

#JTBC에서 취재 왔습니다, 신상준(23)씨

Q. 신촌에 온 이유는?

A. JTBC에서 미세먼지 관련해서 취재하러 왔어요.

Q. 신촌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게는?

A. 황소곱창이요. 곱창을 좋아해서요.

Q. 신촌에 가게를 차린다면?

A. A. 호프집이나 칵테일바 같은 술집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좋고 남들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술집을 하면 손님들과 얘기할 기회도 많지 않을까요?

Q. 인생에서 단 한 가지 실수를 지울 수 있다면 어떤 걸 지울 거 같아요?

A. 딱히 없는 거 같은데요. 별로 후회를 안 하는 타입이라.

Q. 정말 아무것도요?

A. 어… 술 먹고 전 여자친구한테 전화한 거?

Q. 본인에게 신촌이란?

A. 청춘? 젊음의 상징?

 

#휴학하니까 진짜 좋다! 연세대 휴학생 권진송(22)씨

Q. 신촌에 온 이유는?

A. 학교 도서관에 가려고 왔어요.

Q. 시험 기간이 아닌데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A. 영화랑 책 보러 가려고요. 저 휴학했거든요.

Q. 본인만의 여름나기 노하우는?

A. 전 비슷한 셔츠를 사서 4계절 내내 입어요. 옷차림이 바뀌지 않듯 여름이라고 크게 다른 걸 하지는 않아요.

Q. 신촌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게는?

A. 원래는 딴따라 김씨안씨를 좋아했어요. 요즘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피망과 토마토를 자주 가요.

Q. 신촌에 가게를 차린다면?

A. 비건 술집이요. 한국에서 비건 메뉴를 파는 술집은 봤어도 비건들만을 위한 술집은 못 봤어요.

Q. 인생에서 단 한 가지 실수를 지울 수 있다면 어떤 걸 지울 거 같아요?

A. 저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거든요.

Q. 본인에게 신촌이란?

A. 정신 차려보면 항상 여기에 있어요. 왠진 모르겠지만.

 

#군대 가기 전에 모이자~ 석태양(21), 김원호(21), 이시영(21), 이한진(21)씨

Q. 신촌에 온 이유는?

A. 밥 먹으러 왔어요. 방금 다 먹고 나오는 길이에요.

Q. 본인만의 여름나기 노하우는?

A. 김: 군대요.

Q. 여름나기 노하우가 군대? 군대는 언제 가시나요?

A. 김: 2주 뒤요. 한진이는 내일 가요.

Q. 군대 가기 전에 한 마디 해주세요.

A. 김: 엄마 미안해......

이한진: 아무 생각이 안 들어요. 아직 남 일 같아서.

Q. 인생에서 단 한 가지 실수를 지울 수 있다면 어떤 걸 지울 거 같아요?

A. 석: 고등학교에 잘못 간 거요.

김: 다 같이 잘못 갔어요.

Q. 본인에게 신촌이란?

A. 김: 밥 먹으러 오는 곳? 아니면 군대 가기 전에 모인 곳?

 

#살만한 동네, 신촌동 시인 김형기(55)씨

Q. 신촌에 온 이유는?

A. 여기 근처에 살아. 지금은 은행 가는 길.

Q. 본인만의 여름나기 노하우는?

A. 그런 게 어딨어. 한국은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하는 노예들의 나란데, 노예들이 더울 틈이 어디 있겠어.

Q. 신촌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게는?

A. 형제갈비 골목의 가게들. 뭐, 싼 맛에 먹는 거지.

Q. 신촌에 가게를 차린다면?

A. 굳이 한다면 과일 슬러시? 몇 군데 없는 거 같더라고. 그래서 좀 팔릴 거 같아.

Q. 인생에서 단 한 가지 실수를 지울 수 있다면 어떤 걸 지울 거 같아요?

A. 젊을 때 나랑 같은 동네에 살던 여자를 좋아했는데 그 애가 나쁜 일을 당했을 때 도와주질 못했어. 그때 아무것도 못 했던 게 한이야.

Q. 본인에게 신촌이란?

A. 그냥 사는 곳. 사람 살기에 괜찮은 곳.

 

#대구에서 온 사회초년생 류광민(25)씨

Q. 신촌에 온 이유는?

A. 여의도에 출장을 갔다 오는 길에 친구가 뭘 반품해야 한다고 해서 따라왔어요.

Q. 신촌에는 자주 와요?

A. 몇 번 안 와봤어요. 쭉 대구에서 살다가 얼마 전에 취직해서 서울 올라왔거든요.

Q. 사회초년생으로서 고충은?

A. 상사에 대한 스트레스? 잦은 야근도 힘들어요.

Q. 본인만의 여름나기 노하우는?

A. 빙수를 먹어요. 방금도 설빙에서 딸기 빙수 먹고 왔어요.

Q. 신촌에 가게를 차린다면?

A. 저는 아기자기한 개인 카페요. 신촌에 와서 둘러보니 개인 카페가 많이 없더라고요. 대구에는 많아요!

Q. 인생에서 단 한 가지 실수를 지울 수 있다면 어떤 걸 지울 거 같아요?

A. 문과에 지원한 거요. 이과에 갔으면 지금 직장을 안 다닐 텐데…

Q. 본인에게 신촌이란?

A. 대학생들이 많은 거리?

글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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