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대학가의 상징이었던 신촌. 그러나 신촌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특색 있는 대학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신촌에 버금가는 매력을 지닌 대학가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신촌의 매력과 다른 대학가들의 매력을 살펴보고자 기자가 대학가 탐방을 나섰다. 대학가가 망해간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 새로운 눈으로 대학가들의 매력을 알아보는 대학가 탐방을 떠나보자!

 

이번 달의 대학가는 성북구에 있는 ‘성신여대입구’다. 마치 이화여대 앞 골목을 보는 듯 다양한 옷가게들과 화장품 가게가 즐비해 쇼핑에 최적화돼있다. 소품샵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눈요기를 제공하고, 골목 사이사이의 가정식집과 개인 카페는 성신여대의 숨은 명소들이다. 다가오는 기말고사를 버티는 동력이 될, 당신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성신여대입구로 떠나봤다.

 

성신여대 대학가가 시작하는 성신여대입구역은 성북구 동선동4가에 있다. 이 근방은 영화관과 다양한 옷가게들이 모여 있어 성북구를 대표하는 대학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중 역부터 학교까지 길게 뻗어 있는 하나로는 성신여대입구를 대표하는 거리다. 거리는 2층이나 3층 남짓 되는 낮은 건물들로 이뤄져 있었으며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가득했다. 화려한 옷가게들과 거리에 가득한 화장품 가게들은 이화여대 앞을 연상시켰다. 버스킹이나 공연을 위한 장소는 따로 보이지 않았지만 쇼핑할 상점은 많았다. 유행하는 옷이 진열된 가게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대학생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하나로에서는 쇼핑뿐만 아니라 밥과 술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골목 사이로 자리잡은 술집들은 저녁이 되면 붐볐다. 모든 것이 모여 있는 종합 선물세트, 이 말이 성신여대 대학가를 설명하기 가장 좋은 수식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문 쪽에 가까이 가자 성신여대의 또 다른 매력이 보였다. 종전의 화려함은 사라지고 여유와 여백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학교 근처 골목에는 비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눈에 띄었다. 아기자기한 카페들은 연희동 골목에 퍼져있는 카페를 연상시켰다. 최근 유행하는 마카롱과 머랭쿠키를 판다는 표지판도 여러 곳 보였다.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어주는 달콤함은 말 그대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다.

정문을 지나 보문역 쪽으로 걸으면 간간히 보이는 소품집은 조용한 거리에 포인트를 줬다. 가게의 창 너머로 보이는 분홍색 소품들은 한동안 사랑스러운 공주풍 분위기를 풍겼다. 마음 한 구석에 있는 ‘한번쯤은 방을 분홍색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소망을 대신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벽과 천장을 가득 메운 소품을 구경하는 건 소비를 하지 않아도 마음을 꽉 채워줬다.

가정식집들도 눈에 띄었다. 최근 일본 가정식이나 중국 가정식 등 ‘가정식’이 유행을 타며 성신여대의 대학가에도 작은 가정식집들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저녁을 해결하러 한 가정식집에 들어갔다. 입구의 목재 간판과 가게 창가에 놓인 선인장, 정갈한 식사가 잘 어울렸다. 깔끔한 분위기에서의 맛있는 식사는 거창하지 않지만 소소한 감흥을 선사했다. 한 술 뜨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맛있는 밥과 예쁜 사진은 내게 오늘 하루의 ‘소확행’이 되기에 충분했다.

유독 성신여대 입구에 이처럼 영세한 개인 카페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큰 외부적 요인 없이 상권이 자연스레 성장했다. 성신여대입구는 신촌의 ‘차 없는 거리’와 같은 계획적 정비 사업을 겪지 않았다. 그 결과 임대료가 완만하게 상승했고, 영세 점포가 자리 잡을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상권과 대학의 연계도 이들의 생존에 한몫 했을 것이다. 시험 기간에 성신여대 학생회와 개인 카페들은 간식 쿠폰 협약을 맺는다. 또한 성신여대입구의 가게 중 상당수는 학생 할인을 제공한다. 이러한 혜택은 대학생들의 발길을 사로잡아 영세 점포 운영 및 유지에 도움을 준다.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세 개의 대학이 몰려 있고 외부인의 유입도 많은 신촌과 달리 성신여대 대학가는 ‘성신여대의’ 대학가로 존재할 수 있었고, 대학과 상권의 상생이 용이했던 것이다.

가정식 집과 카페 같은 가게들은 언뜻 작아 보여도, 사실 성신여대를 움직이는 큰 힘이었다. 과제와 시험으로 바쁜 대학생들에게 ‘소확행’이 돼 줬고 단순한 번화가가 될 뻔한 대학가에 개성을 불어넣었다.

 

성신여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꾸밈없는 소박함’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골목을 따라가 보이는 한적함의 행복, 어쩌면 대학가는 꾸밈없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글 이가을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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