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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의 그늘 속 ‘플랫폼 노동자’지켜지지 않는 그들의 노동기본권
  • 이찬주 기자, 천건호 기자
  • 승인 2018.05.28 12:16
  • 호수 1813
  • 댓글 0

#ㄱ씨는 얼마 전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특정 음식점에 고용된 건 아니다. 그가 취업한 곳은 어플리케이션(아래 앱) 플랫폼 업체다. 고객들이 앱을 통해 제품을 주문하면 ㄱ씨가 배달하는 방식이다.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소비는 보편화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ㄱ씨 같은 ‘플랫폼 노동자’의 고충이 있다.

플랫폼 노동자?
“실태 파악이 안 된다”

 

플랫폼 노동자는 배달주문 앱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와 중개되는 노동자를 뜻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앱 개발을 통해 플랫폼 노동의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머지않아 플랫폼 노동자가 전체 임시일용직의 10% 이상을 차지하리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시중에는 식사 배달뿐 아니라 대리운전 서비스, 심지어 줄을 대신 서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호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는 아직 미흡하다. 새롭게 생겨난 플랫폼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장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행정적·법률적 정의조차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아래 고용부)는 플랫폼 노동자의 범위가 광범위해 일괄적인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의가 불명확하다 보니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의 규모조차 제대로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 고용차별개선과 이정순 사무관은 “플랫폼 노동자는 최근에 나온 고용 형태라 아직 구체적인 실태도 파악이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은 플랫폼 노동자의 규모를 5천~1만 9천 명으로 산정했지만 플랫폼 업계는 약 3만 명 가까이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노동연구원 홍보팀 안준철 서기관은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자로 인정이 안 돼 일부만 고용보험에 가입을 하기 때문에 더욱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각종 권리에서 제외…
플랫폼 노동자가 직면한 현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그들이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노동법상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노동 사각지대▲고용불안정 및 저임금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법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탓에 노동권의 사각지대가 생긴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니 4대 보험 가입이나 퇴직금 지급의 의무가 사라진다. 노동3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배달대행 노동자 A씨는 “정부가 실태를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며 “우리도 법에 의해 보호받으며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에는 배달앱 업체에 고용된 고교생이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산업재해 보상을 요구했으나 해당 업체에서 이에 반발해 소송을 건 경우도 있다.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모두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해당 고교생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아래 특수고용직)*인 택배원에 해당되므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으나 여전히 근로자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판결은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해 산재보상 이외의 권리 보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의 장재원 변호사는 “노동자가 하는 업무의 중요성이나 가치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는데 대법원에선 이런 기준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플랫폼 노동이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 노동을 양산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플랫폼 노동자는 전통적인 고용 관계를 맺지 않으며, 사용자와의 관계가 비교적 유동적인 편이다. 이런 불안정한 고용 형태는 저임금 및 낮은 사회보장 혜택과 직결된다. 고용부 노사관계법제과 임경희 사무관은 “플랫폼 노동자가 대부분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라 저임금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플랫폼 노동자에 특화된 정책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지만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도조차 없는
보호 대책 마련

 

지난 2017년 5월부터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부에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거나 노동법 내 관련 조항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고용부는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하반기까지 시행하기로 했던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 보호를 위한 법률 제·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사무관은 “플랫폼 노동자는 현행법이 규정하는 근로자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 기존 법률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도 “노사관계법제과에서 해당 법률을 검토하는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직 특수고용직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제적 장치는 전무하다. 이에 그들의 권리 보장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장 변호사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첫 단추는 당연하게도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4대 보험 적용 확장 등 입법적 보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 변호사는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표지가 모호하다면 사업자성의 판단 표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가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노동기본권은 아직 제자리다. 특히 근 몇 년 간 급증한 플랫폼 노동자들은 그 규모가 집계조차 되지 않아 사실상 방치 상태나 다름없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권리를 위한 법제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회사와 근로계약이 아니라 독립사업자로서 계약을 맺는 근로자로, 형식상으론 개인사업자지만 임금 근로자의 성격을 띤다.

 

 

 

글 이찬주 기자
zzanjoo@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이찬주 기자, 천건호 기자  zzanj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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