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보충역 대기자, 기약 없는 기다림에 속만 타들어가

대학생이란 이유만으로 군 입대 및. 복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 기약 없이 입대일만 기다리는 보충역 판정자들이다.

 

고난의 연속인
보충역 대기자

 

현행 「병역법」에 따라 군 입대 대상자의 복무는 크게 현역과 보충역으로 나뉜다. 그중 대체복무제의 일환으로 도입된 보충역은 원칙적으로 병역판정 검사 4급 판정자에 현역 복무가 가능한 대상자 중 일부를 충원해 운영된다.

지난 2015년 전후로 실제 복무 가능 인원에 비해 입대 가능 인구가 늘어나자 군 복무 적체 현상이 발생했다. 국방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입대 기준을 조정했다. 병역판정 검사 판정기준을 완화함으로써 현역 입대 대상 인원의 일부를 보충역으로 돌리려 한 것이다. 그 결과 병역판정 검사에서 현역 판정 비율은 지난 2014년 90.4%에서 2016년 82.8%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이번엔 현역 입영대상자가 아닌 보충역 입영 대상자에서 적체가 발생한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2017년에만 5만 명 수준의 인원이 보충역 입영 대기 상태라고 밝혔다. 또 향후 2년 안에 이 수치가 약 6만 1천 명 선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적체현상의 해결책으로 국방부는 소집 대기 기간 단축을 내놨다. 기존에 보충역 입대 신청자가 소집 대기에 들어가고 4년이 지나면 장기대기자로 간주, 군면제 처분을 받았던 것을 3년으로 단축한 것이다. 병무청 관계자 A씨는 “군 편제 내 일부 상황을 조정하다 보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난 후에는 자연스레 대기 인원이 줄 것이고 적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대학생들에겐
무용지물인 해결책?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대학생들은 휴학 여부와 관계없이 보충역 소집 대기기간 측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3년 넘게 대기하더라도 면제 처분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대학 졸업 후에도 소집 대기가 끝나는 3년을 더 기다린 후에야 거취가 정해진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B씨는 “지난 2015년에 입대 신청을 하고 3년 가까이 기다려 올해 초 복무를 시작하게 됐다"며 "군 입대를 기다리며 4년간 휴학해 학업에 공백이 생긴 탓에 복학 후가 걱정”이라고 전했다.

보충역 대기명단에서 제외된 대학생은 학업 전반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입대 신청 후 복무하기까지 발생하는 기약할 수 없는 공백이 문제다. 성공회대 이승현(소프트웨어공학과·17)씨는 “공대 커리큘럼 특성상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내용이 심화된다”며 “1학년 때 복무를 하고 심화 과정에 들어가기 전 복학해 학점을 관리하고자 했으나 2학년 1학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대기 중에 있어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특정 직업군에서 군 복무 경력을 취업 등의 필수 요건으로 지정하는 것도 문제다. 1년 동안 입영 대기 중인 C(22·간호학과)씨는 “군 미필자는 간호사 선발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당장 진로가 달린 상황에서 확실한 입대 예정일조차 공지 받지 못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오고가는 갑론을박 속
목적 잃은 대책마련

 

그러나 병무청은 보충역 대상자에 대한 일련의 지적들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단 입장이다. 보충역 대기자에게 학사 과정을 결정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등교육법」 및 「병역법」은 입영 연기 기간을 최대 4년까지 보장한다. A씨는 “국가가 충분한 입대 유예기간을 제공하고 있기에 대학생들의 학업과 진로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가 대학생 입영대상자에 대해 위와 같은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학생측은 유예 기간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제도를 활용해 당장은 시간을 벌 수 있으나 추후 입대로 인한 경력 단절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대로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페이지 ‘사회복무요원 입영대기자 대나무숲’ 관계자 D씨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병무청이) 손을 놓고 있으면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지 의문”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글 강현정 기자 
hyunzzang99@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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