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에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사격을 부정하며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몬시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아니다’ 등으로 표현했다. 이에 이달 초 광주지검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광주지방법원에 기소했다.

초대 5·18기념재단 이사장을 지낸 조 신부는 지난 2016년 영면했고, 조 신부의 유족 등이 광주지검에 전 전 대통령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망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성립한다. 따라서 계엄군이 헬기사격을 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한 조신부의 증언이 허위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만일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이 진실일 경우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 할지라도 허위의 사실이 아니므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에 검찰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출격한 헬기 조종사나 시민 등 목격자에 대한 조사를 하여 헬기사격이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이번 사건의 결론을 내기 위해 법원은 실제 헬기사격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려야 하므로 그동안 가려졌던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에 대해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또한 민주주의적 가치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고령 및 건강문제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이송명령을 신청했다. 5·18기념재단과 야당은 전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5·18로 희생된 광주의 시민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이다. 다만 법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면 이 또한 5·18 민주화 운동을 통해 우리가 이룩하려는 민주주의적 가치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정치적인 것보다 모든 인간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는 민주주의적 헌법 가치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하고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