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25일 우리대학교 신촌캠과 국제캠에서 29대 총여학생회(아래 총여)가 주관하는 ‘제2회 인권축제 <다시만난세계>’(아래 인권축제)가 개최됐다. 인권축제에서는 ▲부스 운영 ▲인권영화제 ▲인권토크쇼 등이 진행됐다. 하지만 학내에서는 인권축제의 일환으로 초청된 은하선 작가의 강연에 반대하는 여론이 일었다. 많은 학생의 반대에도 예정대로 진행된 강연은 종료 후에도 여러 논쟁거리를 남겼다.

▶▶ 지난 24일, 은하선씨의 강연이 열린 위당관 B09 강의실 앞에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말 많고 탈 많던 강연, 시작되기까지

 

당초 은 작가의 강연은 지난 24일 백양누리 글로벌라운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연사 선정은 총여가 맡았으며 강연비 지급은 인권센터 후원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0일부터 은 작가의 강연에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강연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은 작가가 ▲과거 허위 전화번호 유포 및 사기죄 피소 전적이 있다는 점 ▲남성혐오를 조장한다는 점 ▲신성 모독을 자행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23일부터 진행된 은 작가 강연 반대 연서명은 학생복지처에 전달되기까지 총 569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 당일이던 지난 24일 학생복지처는 총여 측에 ▲실·처장 회의에서 제기된 우려 ▲안전을 고려한 글로벌 라운지 대관 취소 결정 ▲학생 연서명 결과와 진행 상황을 전달했다. 학생복지처 이상두 팀장은 “학교본부의 대관 취소로 학교의 의사는 전달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복지처장 김용호 교수(사과대·북한외교)는 “행사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했으나, 학교본부는 학생자치단체가 진행하는 행사를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학생회관 2층 학생복지처에서 총여 측과 강연반대 연서명을 수합하던 학생이 대화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부총여학생회장 이수빈(신학·15)씨는 “양 측의 다른 입장을 짧은 시간 내에 합의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점에 서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후 낮 4시경 총여는 위당관으로 변경된 강연 장소를 공지했다.

‘물리적 충돌’·사과대 단체채팅방·총여 입장문…
강연을 둘러싼 논란들

 

강연 시작과 함께 강연에 반대하는 학생 3~40명이 ‘날치기 강연 물러가라’ 또는 ‘은하선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대 농성을 진행했다. 강연에 참석한 A씨는 “시위대를 뚫고 강의실에 들어가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다”며 “강의 중에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속기 자막이 없었다면 강연 내용을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시위 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당시 시위 참가자 B씨는 “강의실 안에서 강연을 듣는 학생들은 존중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혐오 경력을 가진 강연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진행 도중 이씨는 “한 기획단원이 강의실 밖에서 폭력을 당했으므로 안전에 유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권센터의 조사가 이뤄졌고 이후 학내에 경찰이 출동했다. 기획단원 C씨는 “출입문 근처에서 누군가에게 밀쳐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위에 참가한 D씨는 “시위자와 주최 측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고, 설령 있었다고 해도 고의적인 충돌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사건 당일, 경찰 조사 이후 서대문경찰서에 해당 사건이 접수됐으며 담당 형사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오늘(월) 오전, 인권센터를 통해 CCTV 확인도 진행된다. 

한편, 강연종료 후 ‘에브리타임’에는 제55대 사과대 학생회 <크레센도> 집행부 단체채팅방 캡쳐본을 담은 게시물이 게재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작성자는 게시물을 통해 ‘사과대 부학생회장이 단체채팅방에서 일부 시위참가자를 무단으로 촬영해 유포했으며 시위참가자에 대한 모욕적 언사를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페이스북에 ‘제55대 사과대 학생회 <크레센도>의 시위 참여자 도촬 및 ‘한남’ 비하 발언 규탄 서명’(아래 규탄 서명) 링크를 공유하고 사과대 학생회에 ▲단체채팅방 대화 내용 전문 공유 ▲사과문 작성 ▲전원 총사퇴를 요구했다. 

규탄 서명을 진행한 황성민(국문·17)씨는 “현재 사과대 학생회 측으로부터 어떠한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서대문경찰서를 통해 고소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과대 학생회장 민승환(사회·15)씨는 입장문을 게시해 학생들에게 사과했으며, 앞으로의 논의 계획을 알렸다. 민씨는 입장문에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므로 긴급집행부 회의를 소집했다’며 ‘<크레센도>를 넘어 사과대에 대해 무분별한 비난은 삼가달라’고 전했다. 사과대운영위원회(아래 사운위)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사과대 학생회의 입장문이 게시된 후 긴급사운위를 개최해 사과대 학생회의 총사퇴 권고안을 재심의·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5일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 퇴진 및 재개편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페이스북 게시물에 따르면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 퇴진 및 총여 재개편 추진단’(아래 추진단)은 ‘은하선 작가의 강연 진행은 총여의 독단 행위’라며 ‘총여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재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진단 측의 백호인(전기전자·14)씨는 “26일 아침 9시 기준 온라인 서명은 1천800명을 넘었고 오프라인 서명은 아직 집계 중”이라고 말했다. 추진단은 ▲총여 명칭을 학생인권위원회(가칭)로 바꿀 것 ▲해당 위원회의 구성원 및 유권자를 여학생에서 모든 학부생으로 확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논의에 대해 이씨는 “비판하는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도 “강연과 관련된 이번 총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총여 제도 자체를 재개편하자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백씨는 “총여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대화 제의를 받는다면 이를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월) 저녁 열리는 제15차 중운위에서는 ▲총여 재개편 관련 사안 ▲사과대 학생회 관련 사안 등이 논의될 계획이다. 이는 학내를 넘어 학외 여러 매체에서도 다뤄져,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더욱 큰 관심이 주목된다.

 

*수정사항이 있어 알립니다-멘트를 제공한 취재원의 요청으로 표현을 수정합니다.
"(전략)......사과대 측을 고소한 상태"를 "(전략)......고소를 진행하는 중"으로 바꿉니다. 


글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문영훈 기자
bodo_ong@yonsei.ac.kr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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