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교수란, 강의실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다. 그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사회현상에 관한 통찰로 가득한 사과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의 서재를 찾았다.

 

Q. 요즘 읽고 있는 책은?

A. 하나는 올라프 스폰즈의 『Networking of the Brain』입니다. 초기 뇌 연구는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100여 개에 달하는 뇌 영역 사이의 네트워킹이 주된 연구 주제입니다. 이 책은 최근 연구결과를 집대성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테드 창의 SF소설 모음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입니다. 그중 하나인 「Story of Your Life」는 『Arrival』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컨택트』라는 이름으로 개봉했습니다. 이 책은 외계인의 언어를 배우는 언어학자를 통해 언어의 의미와 역할, 시간의 흐름과 방향, 인간의 자유의지 등을 고찰하게 해줍니다.

 

Q. 무인도에 간다면, 들고 가고 싶은 책은?

A.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책을 들고 가고 싶습니다. 혼자 무인도에 있으려면 따분할 수 있으니까요. 첫 번째 책은 프랭크 하어리의 『Graph Theory』입니다. 사회연결망 이론의 시초는 ‘그래프 이론’인데요. 그래서인지 이 책엔 수식이 유독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연역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저는 순수하게 수학적이고 연역적인 사고를 하면 시간이 잘 가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황학주나 황동규의 시집도 들고 가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잘 안 읽힐 수도 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일깨워주는 좋은 시들이 많아서 시간을 보내기 좋을 것 같습니다.

 

Q.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A. 먼저 학생들이 읽지 않았으면 하는 책부터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참고서, 자기계발서, 교재 등은 멀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책들만 읽으면 기존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고 자신만의 사고방식도 확립할 수 없습니다. 저는 제 전공과 관련된 서적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데요. 첫 번째는 로널드 버트의 『Structural Holes』입니다. 이는 그의 천재성이 잘 드러나 있는 책입니다. 특히, 혁신적인 사고를 하고 싶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 두 번째는 제임스 콜먼이 쓴 『Foundations of Social Theory』입니다. 콜먼의 수식과 연역적 사고가 집대성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익숙한 사회현상을 색다른 시각으로 조명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에드워드 라우먼의 『Bonds of Pluralism』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1973년에 발간됐지만 현재의 연구서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연결망에 관심이 있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욘 엘스터의 『Explaining Technical Change』를 추천하고 싶은데요. 인류가 개발한 과학적 설명방식들을 비교·설명해주는 책입니다. 논리가 굉장히 치밀하고 정교해서 마치 수학 문제를 푸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Q. 염유식 교수에게 독서란?

A. 독서는 결국 간접경험이죠. 공간적 또는 시간적으로 떨어진 존재들의 생각과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사고방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는 저에게 환상적인 ‘네트워킹 툴(Networking Tool)’입니다.

 

 

김민재, 천건호, 박건, 하수민 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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