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재성 보도부장 (정경경영·13)

어린 시절, 나의 꿈은 그럴듯한 직업이 아닌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그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이 꿈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다녔다. 어른이 된다는 건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닌 그에 걸맞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누구나 그렇듯 나도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됐다. 막상 맞닥뜨린 어른은 허무하고 시시했다. 내가 어린 시절 가진 그 꿈을 이룬 건지, 잊어버린 건지를 생각하기엔 어린 시절 꿈의 의미가 너무 모호했다. 그렇게 그냥 어른이 됐다.

좋은 어른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 건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난 후부터다. 『나의 아저씨』는 우리가 사는 삶의 차갑고 무거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드라마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지만 드라마가 전달하는 사회의 모습은 분명하다. 드라마에서는 좋은 어른 박동훈과 위로가 필요한 위태로운 이지안이 나온다. 『나의 아저씨』는 평범한 아저씨 박동훈이 삶의 고단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온 어린 이지안에게 좋은 어른이 돼주는 과정 등을 조명한다. 감정에 메말랐던 이지안은 따뜻한 위로를 해주는 박동훈과 그런 사람들이 있는 후계동의 삶을 접하며 차츰 사람의 온기를 알게 된다. 웃지 않았던 그녀는 마침내 웃는다. 박동훈은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나의 아저씨』가 반갑다. 나에겐 모호했던 좋은 어른을 보여줘서 고맙다. 내가 잊고 있던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

드라마에 나오는 박동훈을 보며 어린 시절 꿈을 다시 생각했다. 욕심이 났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좋은 어른이란, 사람의 온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고 성공한 어른이 아니다. 이성과 논리가 아닌 묵묵한 이해와 진심으로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 자신이 정한 기준으로 상대의 삶을 마음대로 평가하고 충고란 명목으로 상처를 주는 그런 어른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여전히, 앞으로도 나에게 가장 무거운 꿈이다. 성공하는 것보다 겸손한 게 더 어려울 것이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뽐내는 것보다 남의 이야기를 묵묵히 주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은 성공한 어른이 되는 것보다 어렵다.

싸늘하고 무겁기만한 요즘, 좋은 어른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매스컴에 비춰지는 일부 사람들의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들과 최소한의 따뜻함마저 존재하지 않는 무자비한 사건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만든다. 『나의 아저씨』의 후계동 같은, 아픔과 기쁨이 공존한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우리 모두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먼저 따뜻한 마음과 예쁜 말 한 마디부터 준비해보자.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