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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성인지·성평등 기획 연재②]험난한 교수사회에서 ‘여성교수’로 살아남는 법여성교수의 인사·연구, 그리고 학내 성평등에 대해 듣다
  • 김유림 기자, 문영훈 기자, 천건호 기자
  • 승인 2018.05.19 21:30
  • 호수 1812
  • 댓글 0
▶▶ 지난 16일, 우리대학교 논지당에서 여교수회 소속 여성교수들이 간담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17일 여교수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창립총회 하루 전인 16일, 성평등상담소 소장 송현주 교수(문과대·발달심리), 비공식 여교수회 회장이었던 정경미 교수(문과대·임상심리), 송기원 교수(생명대·세포분열및분화조절), 전임 젠더연구소 소장 김현미 교수(사과대·젠더연구), 현 여교수회 회장 박경자 교수(생과대·아동발달)가 논지당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여성교수로서 학교생활을 하며 겪은 제약 및 불평등과 학내 성평등 인식에 대해 우리신문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Q. 우리대학교에서 여교수로서 임용 및 승진에 제약을 겪은 적이 있나.

김: 공식적으로 승진심사 과정은 매우 투명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여성교수들은 육아와 살림으로 업무에만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에 승진에 제약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여성교수의 상황에 대한 배려 및 참작은 이뤄지지 않는다. 반대로 부인이 가사노동을 부담하는 남성교수는 업무에 집중하기 비교적 쉽다. 결과에 대한 평가 자체는 투명하지만 과정상의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송기원: 이공계열 교수의 연구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바로 조교수 시기다. 이때 얼마나 큰 팀에서 안정적으로 연구를 시작하는지가 앞으로의 커리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연구 업무만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큰 조교수시기에 여성교수들은 임신·출산·육아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에 다른 교수들과 성과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그 차이가 벌어진다.

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동문을 많이 고용한다. 그 과정에서 형, 동생으로 이어진 남성사회의 올드 보이즈 네트워크(Old Boys’ Networks)*가 교수사회로 이전되기도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여성교수 뿐 아니라 나이가 어리거나, 우리대학교 동문이 아닌 남성교수들도 배제될 수 있다.

Q. 여성교수들은 남성교수들에 비해 업무 외에도 다른 노동에 시간을 많이 쏟게 되는데, 이에 대한 참작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인가.

송현주: 원칙적으로 여성교수가 가사노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도 여성처럼 육아와 가사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수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 중 ‘태뉴어 클락(Tenure clock)’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출산을 하면 해당 학기는 심사기간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대학교에도 해당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여성과 남성 모두 해당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성만 이를 사용하게 돼있다. 여성만 이를 사용하는 것은 불평등하며, 남성도 해당 제도를 활용해 육아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남성만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져있다.

Q. 우리대학교는 여성교수 비율이 특히 낮다. 보직교수도 대부분 남성교수로 구성돼 있다. 여성 보직교수가 적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있어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여성교수 중 보직 자체에 대한 가치를 크게 두지 않는 교수들도 있다. 그러나 보직을 맡고 싶어 하는 경우에는 장벽이 존재한다. 최근 학과장 또는 부학장 자리에 여성교수가 임명되는 경우는 많으나, 그 이상의 보직에는 여성교수가 거의 임명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비교적 높은 보직에 임명될 만큼 차근차근 경력을 쌓은 여성교수가 없다. 즉 높은 보직으로 가기 위한 경로에서 경력단절이 존재하는 것이다.

Q. 우리대학교 내에서의 연구에 있어 여성교수로서 불편을 느꼈다면 어떤 측면인가.

박: 연구비를 수주받기 위해서는 연구계획서가 통과돼야 한다. 이 과정은 교수 임용 및 승진 문제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는 투명하고 객관적이다. 그러나 좋은 자리가 있을 때 공식석상이 아닌, 비공식석상에서 안면을 트고 연결되는 사람에게 부탁해 얻기도 한다. 대학사회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가 그렇다. 그런 면에서 여성교수가 불리하다.

김: 연구실은 기본적으로 상명하달 체제다. 이에 가장 적합하게 훈련받고 사회화된 사람, 즉 남성이 이에 잘 적응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결과물의 홍보나 규모 측면에서 여성교수의 업적이 낮아 보이기도 한다.

Q. 이공계열의 경우 인문·사회계열보다 연구실 중심으로 운영되고, 여성교수도 훨씬 적다. 연구실을 운영하는 이공계열 교수로서 어떤 걸 느꼈나.

송기원: 이공계열 연구는 많은 대학원생이 포함된 연구실 중심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앞서 말한 태뉴어 클락 등의 제도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여교수가 임신, 출산을 한다고 해서 연구실 운영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다른 교수들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대규모 연구에 굳이 여성교수를 포함시킬 이유가 없다. 능력의 차이가 없을 때 연구 책임자는 굳이 여성교수를 데려다 함께 연구하기보다는 교류가 많은 남성교수를 데려간다. 따라서 대규모 연구 참여와 안정된 연구비 수주가 어려운 여성교수들은 연구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교수들은 우스갯소리로 ‘각개전투’라고 한다. 또한, 대학원생들도 연구 규모가 작은 연구실에는 가고자 하지 않는다. 결국 연구력에서도 차이가 나게 된다.

김: 이런 시스템을 이해해야만 왜 여성과학자의 재생산이 어려운지를 이해할 수 있다. 여성이 오른쪽 뇌가 덜 발달했다든가, 수학을 못한다든가하는 그런 차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성 고정관념을 계속 유포하는 것은 성차별주의를 ‘능력’에 따른 것으로 설명하고 정당화할 뿐이다. 실상은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장애 때문에 여성과학자를 재생산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Q. 학내에서 남성중심 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나.

김: 언어나 사회적 현상을 주로 공부하는 문과 계열 남성교수들은 시사적 사건, 예를 들어 미투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얘기를 꺼내면서 조롱하거나 희화화하기도 한다. 또한, 남성교수들이 여성교수에 대한 언어적 성희롱을 자행하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는데, 과거에 대학원생들과 교수들이 모두 함께 떠난 수련회 자리에서 한 남성교수가 내 섹슈얼리티를 끊임없이 탐문하는 형태로 과시적인 남성성을 보인 적이 있다. 모든 대학원생 앞에서 나를 한 명의 ‘결혼하지 않은 여성’으로 지위 하락시키며 ‘밤에 외로워서 어떻게 하냐’는 등의 일종의 성희롱을 했다. 동료교수로서의 예의나 자질을 전혀 갖추지 않은 것이다.

송기원: 이공계열 남성교수들은 다른 형태로 여성교수를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것을 봤다. 앞서 말했듯 여성교수들이 대형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규모는 작지만 여성연구진을 위해 할당된 연구비가 있다. 이에 대해 남성교수들이 ‘여성교수에 대한 특혜’라느니 ‘앞으로 연구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등의 발언을 자주 한다. 이뿐 아니라 간혹 여성이 연구책임자일 경우 가산점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앞으로 여성교수님을 모셔야겠다’는 등 희화화를 하기도 했다.

Q.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면서 현재 학생들의 성평등 인식이 어떤 상황이라고 생각하나.

김: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보통 20대 초중반이다. 사회를 경험하지 못했고 공부라는 객관적인 선발과정을 거쳐 학교에 들어왔기 때문에 한국사회에 남녀 간의 제도적인 차별이 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남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는 동료여성들은 본인의 역량을 잘 발휘하기 때문에 구조적 문제로 젠더문제를 풀어나갈 때 반발이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이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문제다. 가령, 미디어를 통해 여성에 대한 억압적인 이미지를 접한 남학생들이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실제와 다른 이미지를 갖곤 한다. 여성을 성적으로 접근 가능한 존재로 느낌과 동시에 나와 친밀한 관계인 여자형제나 여자친구는 순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올드 보이즈 네트워크(Old Boys‘ Networks): 권위 있는 학교의 남성 동창 사이의 네트워크를 이르는 말.

글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문영훈 기자
bodo_ong@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김유림 기자, 문영훈 기자, 천건호 기자  bodo_n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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