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지미와 비비안’을 만나다

한국사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노골적으로 표출되는 데 제약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성소수자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인다. 우리 사회에 보이는 듯 보이지 않게 가려진 성소수자들의 논의를 어떻게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소수자 인권이 존중되는 성숙한 사회를 위해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지미와 비비안 부부를 만났다.

 

동성애자 아들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까지

 

2년 전, 아들이 덜컥 지미와 비비안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아들이 부모에게 남긴 편지엔 ‘이성애자가 될 수 없으니 커밍아웃을 미루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지미와 비비안 부부가 성소수자에 대해 큰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그들에게 스물한 살 아들의 커밍아웃은 큰 충격과 슬픔이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심한 것을 알고 있었고 아들이 불행하게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평소 아들과 친밀한 관계인데다 아들의 독립적이고 결단력 있는 성격을 알고 있었던 두 사람은 3일간의 짧은 고민 끝에 아들의 길을 응원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살아갈 아들을 위해 성소수자들이 차별받는 세상을 바꾸는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이전부터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참여하고 있었던 아들의 권유로 부부는 함께 모임에 참여하게 됐고 먼저 겪은 부모들을 만나며 조금씩 성소수자에 대해 배워나갔다.

 

커밍아웃은 소통의 욕구다

 

지미와 비비안이 활동하고 있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의 부모가 모여 만든 모임으로 지난 2014년 2월부터 시작됐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동성혼 합법화, 퀴어 퍼레이드,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위한 다양한 사회운동을 펼치며 성소수자들이 세상과 소통할 통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지미는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은 소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욕구”라며 “반면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는 것 역시 사람들과의 끈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소통의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지미와 비비안은 정기 모임에 참석하며 국제 인권의 날 행사, 퀴어 퍼레이드 등 다양한 외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인터뷰와 강연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해 알리는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봄엔 성소수자 부모모임 인터뷰지를 발간해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주위에서 들려오는 성소수자 혐오 표현도 적지 않다. 그들이 처음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했을 때 이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퀴어 문화가 아닌 동성애 혐오세력의 문화였다. 지미는 “혐오세력이 내세운 폭력적 문구를 보며 성소수자들에게 심리적 폭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1년에 하루 세상에 자신을 외치는 소중한 날에도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지미와 비비안의 아들에게 전환치료를 받게 해보라는 친구도 있었다. 지미와 비비안은 이런 이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비비안은 당시 “본인이 받아들인 것을 왜 굳이 바꿔야 하냐”고 화를 냈다며 “아들이 바라고 살아갈 삶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세상에 그들의 목소리가 닿기까지

 

언제나 다수이자 일반적인 범주에 속했던 그들은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펼치며 소수의 입장에서 세상을 겪게 됐다. 소수자들에게 보인 세상의 얼굴은 그들이 여태 봤던 세상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주류에 들지 못했다는 압박, 남들과 같지 않음에서 받는 따가운 시선들을 그때에서야 느꼈던 것이다. 특히 동성혼 문제에 대한 세간의 편견은 극명했다. 지미와 비비안은 “세간에선 이성 간의 결혼은 사랑으로 보지만 동성 간의 결혼은 성교의 문제로 생각되곤 한다”고 말한다. “동성혼이든 이성혼이든 그건 사랑의 문제지 한쪽은 사랑, 한쪽은 성교로 해석하는 인식을 바꿔야만 이 문제에 대해서 발전이 있을 수 있다”며 동성혼을 바라보는 본질적 시선이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 아들을 이해하고 아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밑거름으로 시작했던 이 모임에서 두 사람은 이성애자인 자신들이 모르던 세상을 배우게 됐다. 두 사람은 세상이 소수자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주길 기대한다. 비비안은 “소수자들은 다수자들을 이해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해 그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반면 다수자들은 소수자들을 이해하는 것이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소수성은 누구에게나 있고 소수자들을 배제하다 보면 극소수만이 남게 되기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말한다. 건물이 인간에게 얼마나 친화적이냐는 장애인이 그 건물을 얼마나 편하게 갈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마찬가지로 성소수자를 대하는 사회의 모습이 그 사회 인권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그들이 만들어갈 성소수자의 인권 활동을 깊이 응원한다.

글 김연지 수습기자
김채린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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