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채사장을 만나다

요즘 사회엔 이름하여 ‘인문학 열풍’이라는 바람이 꽤 오랜 시간 불고 있다. 지친 마음을 인문학으로 치유하려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너무나도 평범한 제목의 인문학 책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꿰찼다. 바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아래 『지대넓얕』)이다. 요즘처럼 종이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도 당당히 ‘지식가게 사장’으로서의 출사표를 내고 대박을 거둔 그. 지식에 목말라 있던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일명 『지대넓얕』의 저자 채사장을 만났다.

 

『지대넓얕』, 그 속에 담은 이야기

 

지난 2017년 출판 이후 누적 100만 부 이상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가 된 『지대넓얕』. 책 속에 담긴 지식은 대부분 채씨의 대학시절에서 시작됐다. 채씨는 자신과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의 책까지도 가리지 않고 읽으며 착실히 자신의 자양분을 만들어갔다. 이후 직접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에서 나눈 이야기를 엮어 동명의 책을 만든 것이 바로 『지대넓얕』이다. 채씨는 “사람들은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만,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알고 있는 지식들이 큰 틀 안에서 어떻게 연결돼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무언가를 쌓는 것을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속에서 채씨는 ‘덜어내는’ 지식을 생각했다. 채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부수적인 것을 제거해야 가장 핵심적인 지식의 구조가 나타난다”며 “『지대넓얕』에선 그 기본적 뼈대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 속에서 채씨는 독자들이 기본적인 ‘최소지식’까지 알기를 바랐다. 채씨는 “최소지식이란 자신이 어느 계급에 속해있고, 누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주는지 구분할 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대넓얕』에선 이런 계급갈등의 기준을 토대로 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엮여있다.

 

새로운 인문학을 누리는 법

 

그는 최근 불어온 인문학 열풍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최근 인스타그램, 팟캐스트 따위의 플랫폼으로 인해 인문학 장벽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동시에 쉽고 짧은 SNS용 쪽글이 넘쳐나면서 긴 글을 회피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더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른다.

이에 대해 채사장은 섣불리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그 인과관계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는 “사람들이 긴 글을 싫어하는 건 본능”이라며 과연 SNS의 발전이 긴 글을 회피하게 된 그 문화에 책임이 있는지 반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하면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라며 소설의 첫 등장 시 ‘산문은 다 가짜’라며 피했던 중세 사람들, 그리고 ‘딴따라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무시 받던 영화가 지금은 학문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그러니 SNS 같은 뉴미디어에 대해서도 좀 더 지켜보자고 말하는 그는 불편함과 문제의식을 쉽게 던지지 않았다. SNS의 세상에 익숙해져 탄생하는 새로운 세대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고를 하게 될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채씨도 ‘기존의’ 인문학 습득 방식 또한 분명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지루하고 긴 과정을 거쳐서만 얻을 수 있는 지식이 분명히 있다”며 “그런 지식을 전달해주는 사람은 말초적인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게 그 전달방식을 변혁해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즉 대중들 탓하기 전에 학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나 거기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채씨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JTBC 『말하는대로』 등의 강연을 통해서도 젊은이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던 그는 “너무 현명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IMF 전후로 태어난 지금의 대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주변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공기처럼 많이 접해왔다, 채씨는 “그런 사회적 중압감이 그들을 너무나 성실한 사람들로 만들어버렸다”며 “스펙을 쌓고, 영어를 준비하는 등 일찍이 취업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흔한 조언들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기업 취업과 같이 사회적으로 성공이라고 불리는 길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인지 스스로 비판적으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대학생 시기에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지식이나 경험을 강조하며 조금은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수험생 때 ‘대학생 때 해야지’하고 기대에 부풀어 계획했던 일을 대학에서 하지 않으면 졸업하자마자 다시 ‘대학생 때 할 걸’하고 후회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어른이 되면 현명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 노력을 너무 일찍부터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대넓얕』 이후에도 채씨의 글쓰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 주제는 쓰지 않을 것”이라며 대중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이어가고자 했다. 그런 만큼 대중의 반응을 눈여겨보고 있는 채씨는 “대중의 반응을 통해 앞으로 객관적 정보전달과 주관적 통찰 중 어떤 분야를 더 깊이 다룰지에 대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지식가게엔 늘 새로운 지식들이 들어선다. 끊임없이 지식을 탐구하는 채사장의 행보를 기다려본다.

 글 김현지 수습기자
박윤주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사진 제공 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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