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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 외상환자들에 마지막 ‘숨’을 불어넣다열악한 환경, 그럼에도 외상센터에 남는 사람들
  • 박진아 기자, 하수민 기자
  • 승인 2018.05.13 20:35
  • 호수 1811
  • 댓글 8

일반 회사라면 점심시간일 12시 22분, 쉴 틈도 없이 갑자기 응급환자가 이송됐다. 오토바이 사고 환자였다. 중증외상환자는 곧바로 수술실로 옮겨졌다. 짬을 내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의료진이 곧 사라졌다. 그들에겐 점심시간도 없었다.
 

병원 1층에 위치한 응급실 깊숙이 들어가 봤다. 간호사, 의료진, 의료 코디네이터들이 서로 대화 한 마디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응급차로 이송된 환자들 사이로 보호자들의 얼굴이 얼핏 보였다. 근심이 묻어있는 보호자들 곁으로 의료진이 뛰어다녔다. 베드에 누인 중증환자들은 의료진 1명이 도맡아 이송하고 있었다.
 

응급실 1층은 크게 권역응급센터와 권역외상센터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권역응급센터는 기존 대형병원의 응급실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외상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될 경우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다. 외상환자들에 마지막 ‘숨’을 불어넣는 이곳은 강원도 유일의 권역외상센터,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권역외상센터다.

닥터헬기팀, 생사의 갈림길로 날아들다

 

낮 4시 30분, 닥터헬기팀이 충북 제천시에서 중증환자를 이송해왔다. 낮에도 두 건의 신고가 있었으나 구름이 짙게 껴 출동하지 못했다. 매번 닥터헬기에 올라타 환자를 이송해오는 응급구조사 박은지 씨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매번 헬기에 올라탈 때마다 멀미는 기본, 헬기 내부에 몸을 부딪히며 환자를 이송하는 상황이 허다하다고 한다. 생명을 담보로 출동하지만, 출동 당시를 회상하는 그녀의 눈은 반짝이고 있다.
 

현재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은 닥터헬기*를 보유 중이다. 전국에 닥터헬기는 8대뿐이며, 닥터헬기팀이 제대로 꾸려져 있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외상센터로 응급중증환자를 신속하게 보내주는 닥터헬기팀의 존재는 외상센터에 필수적이다. 4명의 소규모 정예로 이뤄진 닥터헬기팀은 쉴 새 없이 상공을 가른다. 2018년에만 해도 그들의 출동건수는 62건이며, 누적출동 횟수는 무려 1천130건에 달했다. 기자는 병원 5층 강원 응급의료센터에 대기 중인 닥터헬기팀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닥터헬기는 의료진이 직접 지상에 내려서 응급조치를 취하고, 환자를 수송하기 때문에 ‘인계점’이 필요해요. 소방헬기랑은 또 다르죠”
 

닥터헬기를 운용하는 닥터헬기팀은 강원도로만 출동하지는 않는다. 원주시를 기점으로 경기도 양평시, 충북 충주시, 강원도 양구·인제시·태백시의 의료사각지대까지 오가고 있다. 의료진이 지상에 내려서 환자에게 응급조치를 취하고 환자를 직접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겐 응급환자를 헬기로 인계받을 수 있는 인계점이 필수적이다. 닥터헬기가 원활히 운용되기 위해서 인계점의 수를 더 많이 확보하고, 설치된 인계점을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인계점이 아닌 곳에서 환자를 이송하기도 한다. 남궁청 기장은 “부득이하게 인계점이 없는 장소에 착륙 시 위험이 수반되고 환자를 위한 이송용 침대를 원활히 옮기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헬기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착륙하려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몰려들더라고요. 헬기가 공중에 떠 있는 게 그저 신기했나 봐요”
 

닥터헬기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니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다. 남궁 기장은 충주 지역 공설 운동장으로 출동했던 사례를 소개해줬다. 남궁 기장은 “운동장이다 보니 일반인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며 “헬기가 사이렌을 울리며 착륙하려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더욱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항상 인력은 부족해요”
 

대기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게 닥터헬기팀에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닥터헬기팀을 가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닥터헬기팀은 최소의 인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외과·외상외과에 지원할 생각이요? 전혀 없어요”

 

낮 1시 30분, 의과대 실습생들은 점심시간에 쉴 수는 있다. 기자는 그들의 점심시간을 빌려 응급실에선 도저히 틈을 낼 수 없었던 실습생들과 간신히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외과·외상외과에 지원할 생각이요? 전혀 없어요”
 

응급실에서 실습 중이던 본과 4학년 의대생 김도훈(원주의학·12)씨는 말한다. 이미 의대생 사이에서 외과기피현상은 유달리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 위험은 큰 것에 비해 그에 걸맞은 보상이 적은 외상의과를 선뜻 선택하긴 쉽지 않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아주대 이국종 교수의 증언은 그대로예요”
 

아주대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가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핀 만큼 의대생들의 입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당연스레 이어졌다. 병원에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의료 수가** 구조, 고된 업무에 수반되는 지원율 저하, 최소한의 인력으로 돌아가고 있는 외상센터팀. 본과 3학년 때 외과 실습을 경험해봤다던 이종현(원주의학·12)씨는 “이국종 교수의 증언은 아주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전국 외상센터의 현실”이라며 “이런 구조적 문제와 함께 일이 힘들기까지 하니 선뜻 외상외과에 지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의사로서 보람은 크죠. 죽을 줄만 알았던 환자가 살아나는 걸 두 눈으로 봤어요”
 

외상센터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그들은 예비의사로서 외상센터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이종현씨는 외과 실습 당시, 자살시도로 긴급하게 이송됐던 소년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씨는 “혈압이 40까지 떨어져 그가 살 수 있는 가망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외상센터팀이 모두 동원돼서 학생을 살리기 위해 매달렸다”고 말했다. 결국, 밤새 수혈을 6팩이나 받은 소년을 결국 살았다. 죽을 줄만 알았던 소년이 다시 소생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한 이씨는 아직도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지원금만으로는 모든 외상환자를 살릴 수 없다

 

“중환자실은 들어와 본 건 처음이죠? 충격 받지는 않았어요?”
 

외상센터 진료부 실장 심홍진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3층 중환자실을 방문할 수 있었다. 중증외상환자의 대부분은 중환자실로 옮겨진다. 중증환자들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내는 환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중환자실에 처음 들어온 사람들은 대개 충격을 받곤 한다. 그러나 환자들을 간호하고 있는 간호사들은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그들의 침묵 속에서 단단한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중환자실을 뒤로 한 채 심 전문의의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책상과 의자 두 개. 최소한의 공간만이 허락돼 있었다. 심 전문의는 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됐던 초창기부터 외상센터를 이끌어 온 외상외과의 베테랑이다. 심 전문의에게 외상외과의 현 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현 시스템의 한계로 국민들의 단발적 관심과 경제 논리에 입각한 정책지원 등을 꼽았다.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결국 외상센터의 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요한 요건이라는 것인가?

심: 그렇다. 단발성 관심이 아닌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외상센터가 꾸준한 지원을 받고 점진적으로 개선을 해간다. 한국 같은 경우, ‘아덴만의 기적’, ‘북한군 귀순 병사’ 등 사회 이슈를 계기로 외상 사업이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슈에 의존하는 단발적인 관심으로는 궁극적인 환경 개선을 이룰 수 없다.

정부는 외상 사업을 지원하며 단기적 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려 한다. 일례로 지난 2012년부터 정부의 외상 사업이 시작돼 전국에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고 센터지원비, 의사 지원금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는 단기적인 예산 지원을 통해 외상환자의 사망률을 대폭 낮출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원한다.

 

-권역외상센터의 성과를 경제적 논리로 계산하는 것이 가능한가?

심: 경제적으로 정확히 계산할 수도 없을뿐더러, 경제 논리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외상환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가 많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젊은 환자들을 다시 소생시켜서 그들의 노동생산성을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외상센터의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구축돼야 하는가?

심: 의료진에 대한 지원금만으로는 모든 외상환자를 살릴 수는 없다. 병원 내적으로는 전문의뿐만 아니라 간호사, 방사선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병원 외적으로는 도로, 119대원, 도로 법규 등의 사회적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지자체와 행정직, 입법자들 협력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의대생들의 외과기피현상을 알고 있는가?

심: 교육의 현장에서 외상외과에 매력을 느끼지만, 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외상외과를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종종 본다. 그들의 삶을 포기 하지 않으면서도, 이 직업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낮 5시, 치열한 외상센터를 나왔다.
 

*닥터헬기: 위급한 환자나 부상자를 병원으로 실어 나르는 헬기.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전문 의료진이 동승하여 환자를 치료하면서 이송할 수 있다.
**의료 수가: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의 합계

 

글 박진아 기자
bodonana119@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박진아 기자, 하수민 기자  bodonana11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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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8
전체보기
  • 노딱이 2018-05-23 21:47:33

    진아찌 잘읽었져요 헤헤.   삭제

    • 존잘 2018-05-14 18:26:28

      멋있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삭제

      • ㅇ가 2018-05-14 11:13:05

        좋은 기사 잘봤습니다!
        의료진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다시 한 번 느껴지네요.
        이런 기사 써주셔서 감사해요~   삭제

        • 방구 2018-05-14 10:11:47

          정말 좋은기사네요
          많이 배워갑니다   삭제

          • 재뽕 2018-05-14 10:00:45

            기사를 통해 의료진분들이
            헌신하시고 고생하시는 것들
            잘알고갑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당   삭제

            • Jin 2018-05-14 09:55:26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부분인데 덕분에 많이 알고가요~
              곳곳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 많네요 ㅠㅠ..
              항상고생하시구 감사합니다 의료진분들   삭제

              • 정구연 2018-05-14 09:47:16

                기사 정말 좋습니다, 현장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직접 의료현장에 가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이렇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

                • 12 2018-05-14 00:28:08

                  기사 잘 봤습니다!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로 외상센터를 처음 알게되었는데,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진도 멋있어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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