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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의 스펙터클과 그림자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집중된 시간이었다. 과거 두 보수 정권에서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국민의 염원이 담긴 촛불집회의 여세로 출범한 정부답게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물론 관련 인물들이 사법부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세월호의 인양은 문 정부 출범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세월호는 정권출범 1년째 되던 그 날 4년 만에 직립해 미수습자 수색은 물론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실질적으로 진행되게 됐다. 문 정부 출범 후 가장 인상적인 ‘드라마’는 올해 초 암울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함께 시작된 남북평화협력 분위기와 연이은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임을 부인할 수 없다. 과거 정권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자체가 실종됐던 것을 상기하면 이번 판문점 선언은 문 정부의 국제무대에서의 외교력을 입증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문 정부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출범 이후 줄곧 70~80%에 안착하며 안정적인 고공행진 중이다.

물론 문 정부의 이러한 스펙타클의 정치는 그 이면에 드리워진 어둠 역시 내재하고 있다. 문 정부는 ‘일자리 정부’라는 기치를 내걸고 과거 보수 정권들이 줄곧 부르짖던 대기업 중심의 성장에 기댄 낙수 효과론에서 탈피해 공공분야 중심의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해 왔다. 그럼에도 만성적인 청년실업 문제, 백약이 무효한 저출산 문제, 성장 동력을 상실한 업종과 대기업의 도산에 따른 지역산업 황폐화 등 과거 정권부터 지속된 문제들이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 및 외교 분야와는 반대급부로 문 정부에 대한 경제와 민생 분야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보수 야당의 정치적 존재감이 유례없이 미미해져 가는 가운데 문 정부 출범 1년에 즈음해 몇몇 야당 정치인들이 저주 수준의 혹평을 쏟아냈다. 이를 6월 총선을 앞둔 그들만의 정치적 수사라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 정부가 보여줄 남은 4년의 정치가 용두사미의 비극적 반전이 아닌 해피엔드의 드라마로 남기 위해선 지금의 지지율에 안주해선 안 된다. 분단 이후 유례없는 지금의 남북 간 평화적 통합 무드에 미래 한민족의 국운이 걸려있음을 상기하면 문 정부의 남은 4년에 대한 성공적 희망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국제무대에서의 화려한 스펙터클에 도취되지 말고, 그 빛에 가려진 국내의 민생과 사회적 문제를 경각심을 가지고 돌봐야 한다. 야당이 문제 삼는 협치는 국민의 보살핌과 지지를 통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초심을 잃지 않음으로써, 적폐의 어둠을 밝히며 시작된 이 민심의 촛불이 남은 4년 동안 오롯이 더 큰 어둠을 밝힐 수 있는 성공적인 정부가 될 수 있기를 당부한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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