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한가운데 서 있는 그들의 현주소

최근 장애등급제 폐지와 더불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처럼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정작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인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부당노동, 노동착취…

장애인 노동자의 현주소

 

장애인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높은 장애인 비경제활동률과 최저임금 적용 제외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의무를 강조했지만 실제로 일자리를 얻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은 많지 않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17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각각 38.7%, 36.5%로 상당히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설령 어렵게 일자리를 얻었다고 해도 임금이 장애인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는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르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경우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는 작업률이 낮은 장애인 노동자에게 임금을 적게 주더라도 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조항은 중증장애인에 대한 지나치게 낮은 임금 지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취업지원부 최용훈 평가사는 “일반기업체에선 주로 경증장애인만을 채용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의무화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장애인 보호작업장*처럼 중증장애인 고용률이 높은 곳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를 받는 기관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장애인은 별도의 최저임금 선도 규정돼있지 않다. 때문에 장애인 노동자가 비장애인 평균월급의 반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보호작업장의 장애인 노동자 평균시급은 3천351원으로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친다. 반면 비장애인 노동자의 평균시급은 8천994원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부당노동이자 노동착취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카페에서 일하는 청각장애인 A씨는 “급료는 업무수행력을 떠나 모든 노동의 마땅한 대가라고 생각한다”며 “능력 부족을 이유로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관계자는 “임금의 개념은 생산성이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최저임금법」에 장애인 노동자 임금의 하한선이 명시돼있지 않은 점이 신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름이 차별로 이어지다

 

장애인의 취업률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오직 ‘장애인이라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지난 2016년 발표한 「기업체 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미고용기업체 중 71.5%는 ‘장애인을 고용할 의사가 없어서’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애인 노동자 고용의사가 없는 주된 이유 중에선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가 부족하거나 찾지 못해서’가 61.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비장애인과 같이 장애인도 장애의 정도나 유형에 따라 직무 수행 능력이 천차만별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라고 업무 영역을 분리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단면을 보여준다.

취업을 한 장애인 노동자의 경우에는 직종차별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센터의 서울인포그래픽스』 제212호에 따르면 장애인취업자의 직업 중 ‘단순노무 종사자’가 26.8%로 가장 많았다. 일반 기업체들이 장애인 고용을 꺼리기 때문에 장애인 노동자가 자연스레 단순노무직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안희제(경제·15)씨는 “장애인이 취업 면에서 차별을 받는 상황 자체가 당연히 부당하다”며 “여전히 건물 구조 및 업무 공간도 배리어프리하지 않으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면접관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안씨는 “'장애'를 곧 '개인의 무능'으로 치환하는 뿌리 깊은 편견이 장애인들의 일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무’ 빠진 의무고용제

 

이런 상황에선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아래 의무고용제)도 장애인의 취업을 진전시키는 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의무고용제는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힘든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용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않고 부담금을 내는 기업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기업체 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고용기업체의 22%는 ‘고용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장애인 노동자를 채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업체 중 의무고용률을 다 채우지 못해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기업체가 50%를 웃도는 상황이다. 의무고용제에 따라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체도 의무고용률을 다 채울 만큼의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하진 않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체들이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않아서 낸 부담금은 지난 2015년 3천966억 원에서 2017년 4천 329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에 의무고용제는 무의미한 제도적 장치로 전락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기업체가 의무고용률 충당을 목적으로 경증장애인 위주로 고용하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의 경우엔 더더욱 의무고용제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며 “의무고용제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인 고용에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 자체의 허점이다. 의무고용제는 기업에 ‘할당량’을 정해줄 뿐, 장애인 지원자의 수와 그들의 능력 차이는 고려하지 않는다. 전장연 관계자는 “이런 허점 때문에 더블카운트제**도 나왔지만 이 역시 실질적으로 장애인 고용보다는 기업들의 부담금을 깎아주는 효과밖에 없다”고 전했다.

 

핵심은 제도가 아니다

 

현 상황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 ▲장애인이 주가 되는 영역의 구축 ▲노동형태의 다양화 등이 제시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작업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다. 한국장애인공단 최 평가사는 “장애인 노동자들이 생산‧업무능력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쉽사리 채용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등을 명시하는 규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만으로는 사회적 인식 개선을 쉽게 달성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선 장애인 노동자들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일례로 장애인예술문화극회 ‘휠’(아래 휠)은 장애인들이 직접 배우가 되는 동시에 문화생활도 영위하는 단체로,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름없는 일상생활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휠의 송경아 단장은 “장애인도 각자 자신만의 강점을 갖고 있다”며 “휠은 장애인 배우로 구성된 연극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찍이 장애인 업무영역으로 구축된 안마 분야 등에서 더 나아가 최근엔 노동형태 다양화로 업무영역을 새로 구축하기도 한다. 일례로 이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은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대신 재택근무를 하며 작업수행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난 4월 27일 게임물관리위원회(아래 게임위)는 부산광역시‧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게임물 관리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중증장애인이 게임 모니터링단으로 채용됨으로써 장애인 일자리가 확충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게임위 관계자 B씨는 “스마트폰 게임의 모니터링은 게임에 관심 있는 장애인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시범시행 시 장애인 노동자의 작업수행능력도 뛰어났다”고 말했다. 덧붙여 B씨는 “이 일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어 중증장애인들도 재택근무로 쉽게 작업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애인보호작업장: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에게 보호조건 하에서 생산 활동에 참여하게 하고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시설

**더블카운트제: 중증장애인 1명 고용 시 경증장애인 2명을 고용한 것으로 계산하는 제도

 

 

글 손지향 기자
chun_hyang@yonsei.ac.kr

 이찬주 기자
zzanj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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