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 정지 처분에 반기 든 우리대학교
행정소송 제기로 이례적 행보 보여
우리대학교와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두고 끊임없이 줄다리기 중이다. 교육부는 ▲입시정책 ▲대입전형료 인하 ▲입학금 폐지 등의 사안에서 우리대학교에게 공익과 공정성을 근거로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해왔다. 이때 교육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는 우리대학교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결국 교육부의 권고를 따르곤 했다. 하지만 이번 모집 정지 처분에는 우리대학교가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종전의 결정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기 든 우리대학교
교육부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
지난 2017년 8월 교육부는 우리대학교가 2017학년도 대학별고사 특기자전형 구술고사와 논술 전형 일부에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아래 선행학습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통보했다. 학교본부는 이 결정에 반발해 채점 데이터를 포함한 자료와 소명서를 제출하며 이의를 신청했으나, 교육부는 2차 심의 결과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1797호 1면 ‘우리대학교, 최대 10% 정원 감축 위기’>
2년 연속 교육부에게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통보를 받으면서 우리대학교 입학정원 중 34명의 모집이 정지됐다. 하지만 교육부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던 그간의 모습과 다르게, 우리대학교는 교육부를 상대로 ‘모집 정지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모집 정지 취소 소송’ 등의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맞섰다. 입학처장 엄태호 교수(사과대·행정학)는 “이번 소송은 단순한 34명 모집정지 처분에 대한 반발 이상”이라며 “교육부로부터 대학의 자율성을 지켜낸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대학교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기한 집행정지신청과 행정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지면서 현재 교육부의 모집 정지 처분은 잠정적으로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다. 엄 교수는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인용됐다는 것은 우리대학교의 주장이 충분히 일리 있다는 의미”라며 “학교본부는 소송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삐걱거리는
교육부의 선행학습금지법
우리대학교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은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통보에 대한 의문에 기반을 둔다. 우리대학교가 받은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통보는 지난 2016학년도 입시에 이어 2번째다. 문제 난이도를 이유로 처음 위반 통보를 받은 지난 2016년, 우리대학교는 ▲고교교육과정 및 성취기준 분석 ▲검토위원회 확대 및 권한 강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2017학년도 입시에서 재차 선행학습금지법 위반 통보를 받은 데 대해 엄 교수는 “우리대학교는 시정 노력을 기울였을 뿐만 아니라 교육부 요청에 따라 2017년 대학별고사 이행계획서도 제출했다”며 “그럼에도 지난 2017년 위반 통보를 받은 것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대학교가 교육부의 선행학습금지법 집행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로는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다는 점 ▲제재가 입학정원 모집 정지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이 꼽힌다.
먼저 무엇이 교육과정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지침 없이 자의적 기준에 따라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장관 소속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심의 및 의결을 거쳐 결정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엄 교수는 “교육부의 판단은 절차적 합법성만 갖춘 꼴”이라며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한 대학들은 계속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학교에 가하는 제재가 입학정원 모집 정지의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도 지적의 대상이다. 선행학습금지법 14조에 따르면 이를 위반한 대학에게는 ▲지원금 삭감 ▲학생정원 감축 ▲학급 또는 학과의 감축·폐지 등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중 정원 감축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문제가 있다. 익명을 요청한 A교수는 “모집 정지 즉, 정원 감축은 수험생들의 권리 박탈을 담보로 잡은 채 대학을 제재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학부모 B씨 또한 “모집정원은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에게 매우 민감한 부분”이라며 “대학과 교육부의 마찰에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성과 자율성,
그 갈림길에서
되풀이되는 교육부와 우리대학교의 갈등 속 문제의 본질은 공정성과 대학의 자율성 간의 갈등이다. 문재인 정부는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명’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정하며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재정 지원과 맞물린 교육부의 자발적 협조 요청은 대학의 자율성을 명목상으로만 보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등학교 교사 C씨는 “교육의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발전을 위해 대학의 자율성도 분명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지나치게 공정성에만 치우친다면 모두가 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A교수는 “교육부는 대학을 무작정 길들이려 하는 대신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학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수시 전형에 제동을 건 이번 모집 정지 처분도 같은 맥락이다. C씨는 “수시 전형이 도입된 취지는 각 대학의 인재상에 맞춰 수능으로 평가할 수 없는 학생들의 잠재성을 보겠다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교육부의 일률적인 지침이 내려진 상황에서 과연 대학들의 인재상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A교수 또한 “현재도 각 대학의 인재상은 이미 희미해졌다”며 “교육부의 구체적인 지침 아래 각 대학들의 특성과 인재상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부담인 것은 맞다”면서도 “교육부의 일부 어설픈 정책에 정당하게 맞선다는 것 자체로 상징적인 소송”이라고 말했다. 끝나지 않는 우리대학교와 교육부의 줄다리기 속에서 우리대학교는 의외의 강수를 던졌다. 그 강수가 우리대학교 교육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안효근 기자
bodofessor@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