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의 이원일 셰프를 만나다.

‘더럽게 운 좋은 놈’. 이원일 셰프는 본인을 이렇게 소개한다. 39살의 젊은 나이에 한국을 대표하는 한식 셰프가 된, 운 좋은 놈 이원일. 『냉장고를 부탁해』,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의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스타 셰프의 가도까지 달리고 있으니 운 좋은 사람이라고 칭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저 그가 운이 좋아서 지금의 반열에 오른 것일까. ‘비밀’, ‘이원일 식당’, ‘파파도나스’, ‘김밥 랩’ 등을 운영 중인 셰프 이원일을 만나봤다.

 

남들보다 먼,
그러나 모든 것은 경험이 된다 

 

“어렸을 때 내가 해준 음식을 먹은 누군가가 굉장히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는 이씨. 이를 계기로 이씨는 요리사를 향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길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공부를 싫어했다던 그는 의아하게도 대학에서 총 네 개의 학문을 돌고 돌아 비로소 원하던 전공에 이르게 된다. 경영, 컴퓨터 공학, 인테리어에서 호텔 외식 경영까지. 처음 전공을 선택할 때 이씨는 어릴 적 꿈인 만큼 요리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그는 경영학과에 진학한다. 경영학과 재학 중, 어학연수를 위해 막연히 떠났던 필리핀에서 외국어로 학문을 배우는 데에 욕심이 생겨 필리핀 대학으로의 편입을 결심했다. 이씨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러 필리핀 대학으로 편입했지만, 전산상의 오류로 의도치 않게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게 됐다. 여러 학문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요리사의 꿈을 접을 수 없었다. 이에 이씨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결국 호텔 외식 경영학과로 전과했다. 

세 번의 전과. 요리사가 되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길을 돌아왔다. 하지만 우여곡절의 긴 시간이 그에게 결코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경영학과에서 했던 경험은 업장을 운영하는 데 도움을 줬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며 했던 경험은 베이커리 ‘비밀’의 인테리어에 도움이 됐다. 이씨는 “꿈을 찾기 위해 헤맸던 시간들이 버린 시간일 줄 알았다”며 “하지만 퍼즐 조각이 모여 그림이 완성되듯 그 당시의 모든 경험이 쌓여 내가 완성됐다”고 세상에 쓸 데 없는 경험은 없다고 전했다. 다른 셰프들보다 비교적 늦은 시작이 두려웠지만, 그에게는 그것조차 경험이었다. 그는 그 두려움을 안은 채로 도전했고, 도전이 후회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무작정 시작하는 것”이라며 “대신 그 일에 대해 후회가 남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마이클이 끓인 김치찌개와
이원일이 끓인 김치찌개는 맛이 다르다

 

어릴 적부터 먹고 자란 음식, 내 입맛에 익어있는 음식으로 요리를 하는 건 어떨까. 이씨가 한식 셰프가 되기 위해 힘쓰던 때는 셰프들이 한식 셰프를 선호하지 않던 시기였다. 셰프들은 양식과 일식을 선호했고, 셰프 지망생들의 80%가 양식 셰프를 꿈꿀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는 “나에게 익숙한 음식을 공부하면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해 한식을 주 종목으로 선택하게 됐다. 당시 뚝심 있게 한식을 하는 젊은 셰프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눈에 띄는 존재감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레 이씨는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됐다. 이씨를 눈여겨 본 어느 지역지 기자가 젊은 한식 셰프로 이씨를 기사화하면서 이씨는 본격적으로 여러 미디어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방송인이자 셰프인 홍석천씨와 알게 됐다. 때마침 『냉장고를 부탁해』에 한식 전문 셰프가 없었기에, 홍석천씨의 추천으로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게 됐다. 운 좋았던 이원일. 그는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수년간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원일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소중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그 음식을 내어줄 수 없다면, 다른 이에게도 그 음식을 내지 말자”

그만의 특별한 요리 철학이다. 어릴 적 요리사의 꿈이 시작된 그때의 그 감동이 기억에 남아 요리 철학으로까지 굳어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씨는 정성 없이 만든 음식을 내놓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 그의 음식을 먹으러 다시 찾아오는 것 아닐까.  

그의 팀은 ‘혼자 빨리 가기보다는 같이 멀리가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이씨는“조금은 느리지만 여러 가게에서 최종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여러 셰프들과 같이 팀을 이뤄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목표를 내비쳤다.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포기하는 이들에게 그는 “내가 가진 꿈의 핵심을 깨닫는다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며 “꿈에 대한 핵심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라는 꿈의 핵심에 끊임없이 질문했고, 그 길을 걸었다. 그의 삶은 여러 결정의 연속이었고, 결정의 순간 속에는 늘 두려움이 숨어있었다. 하지만 그는 도전했다. 도전하지 않는다면 내일은 후회뿐인 것을 알기에.

 

글 김가영 기자
jane1889@yonsei.ac.kr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사진제공 이원일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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