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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문화의 상징, 혜화에 가다
  • 이가을 기자, 김민재 기자
  • 승인 2018.05.07 18:57
  • 호수 41
  • 댓글 0

오랫동안 대학가의 상징이었던 신촌. 그러나 신촌에서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특색 있는 대학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신촌에 버금가는 매력을 지닌 대학가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신촌의 매력과 다른 대학가들의 매력을 살펴보고자 기자가 대학가 탐방을 나섰다. 대학가가 망해간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 새로운 눈으로 대학가들의 매력을 알아보는 대학가 탐방을 떠나보자!

 

이번 달의 대학가는 종로구 혜화역에 있는 ‘대학로’다. 연극과 각종 공연들의 성지인 이곳은 성균관대뿐만 아니라 가톨릭대, 한국방송통신대 등의 대학가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로는 6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대학 문화의 거점으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연극문화와 광장에서의 공연, 그리고 혜화역을 중심으로 화려한 상권이 조화를 이뤄 종로구 일대의 대학생들에게 ‘핫플레이스’로 자리하고 있다, 싱그러운 5월,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돼왔던 대학문화의 꽃을 보기 위해 기자는 ‘대학로’로 가봤다.

다른 대학가에 비해 대학로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바로 역사. 기자가 가본 대학로에는 ‘역사’가 깃들어있었다. 지금의 대학로는 본래 서울대의 대학가였다. 흔히 ‘혜화’라고 불리는 과거 동숭동 일대에는 문리대를 포함한 서울대의 전신이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의과대, 간호대, 치대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단과대학이 관악구로 이동하며 동숭동 일대는 빈 부지로 남게 됐다. 문리대가 있던 곳에는 ‘마로니에 공원’이 조성되고, 나머지 부지에는 문화예술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들어서며 빈자리를 채웠다. 이로써 대학로에 연극문화가 꽃피기 시작했다. 지난 1979년 대학로 소극장의 탄생을 시작으로 1981년 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하고, 1985년엔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며 대학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늘어난 관객을 따라 연극인들도 대학로에 둥지를 틀어 갔다.

성균관대 앞 소나무길을 걷다보니 꽤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학림다방’이 보인다. 과거 대학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면 학림다방으로 가면 된다. 신촌의 터줏대감 독수리다방처럼, 대학로의 학림다방은 60년간 대학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과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의 대화의 장이었다. 이는 ‘학림’이라는 가게 이름에서 드러난다. 198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학림사건’에 연루된 대학생들의 첫 모임 장소라는 사실이 이름에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학림다방에서 더 내려와 골목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니 곳곳에서 소극장이 눈에 띈다. 그렇다. 잘 알려져 있듯 대학로는 연극문화의 메카다. 소극장은 대학로가 대학가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다. 대학로 못지않게 소극장이 자리를 잡았던 신촌에선 이미 1990년대의 침체기를 지나며 대부분의 소극장이 사라졌다. 최근 신촌 지역에도 다시금 소극장을 부흥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눈에 띄지만, 대학로의 소극장들은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유난히 소극장이 많은 골목을 돌아보는 도중 덜컥 기자를 붙잡고 연극표를 구했냐고 물어본다. 이들은 대학로에서만 볼 수 있는 일명 ‘삐끼’다. 호객행위를 하는 그들에게서 연극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느껴졌다.


대학생들에게 부담스럽게만 느껴지는 문화생활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대학로. 예매를 하는 경우 1만 원에서 2만 원 대의 가격으로 연극을 볼 수 있어 가격 부담도 덜하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연극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을뿐더러 배우의 호흡까지 들을 수 있는 이 소극장의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처럼 서민적인 특성을 가진 대학로는 문화생활의 집결지이자, 예술인의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대학로의 수많은 소극장에도 ‘젠트리피케이션’ 바람은 불어왔다.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다수의 소극장들이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탈-대학로’를 꿈꾸고 있다. 쉬이 떠날 수도 없는 실정에 소극장들의 전략은 적자를 면하는 방향으로 운영방침이 바뀌었다. 기자가 지나다녔던 골목에도 벽면에 붙은 포스터 중 ‘로맨틱 코미디’가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소위 ‘잘 팔리는’ 장르이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몇 안 남은 소극장 집결지인 대학로에서는 알게 모르게 ‘극문화의 계승’, ‘대학문화의 보루’라는 짐이 보였다. 지역 상권을 지키는 동시에 예술을 지키기 위한 고민이 대학로 곳곳에서 묻어났다. 다름 아닌 극단원들과 그들을 찾는 관객의 모습에서 말이다.

 

대학문화를 그대로 담아놓은 듯한 대학로는 ‘소나무’다. 사시사철 변하지 않고 푸르른 대학생의 문화가 거리에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문화와 예술을 길거리에 푸르게 꽃피우는 이곳은 ‘대학로’다.

 

글 이가을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no@yonsei.ac.kr

이가을 기자, 김민재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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