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530원, 15시간 근무에 주휴수당, 근로계약서까지

2018년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선까지 인상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최저임금 6천480원에 비해 16.4% 인상된 액수다. 또한 지난 3월 20일 근로기준법이 일부 수정됨에 따라 주휴수당*과 수습기간에 대한 기준 역시 달라졌다. 근로기준법이 수정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신촌의 아르바이트(아래 알바) 현황은 어떨까. 『The Y』에서 신촌·이대·연희동 지역의 알바 현주소에 대해 알아봤다.

 

신촌은 열심히 ‘알바 중’

 

구인공고 어플리케이션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을 기준으로 신촌동·대현동·창천동·연희동 지역에서 집계된 알바 공고 수는 총 736건에 달한다. 신촌은 특히나 주변에 대학이 많고 여러 상권이 밀집된 장소인 만큼 알바 수요와 공급이 꾸준히 높다. 

그러나 알바의 홍수 속에서 노동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일자리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정확한 법률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기 때문. 특히나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주휴수당과 휴게시간 등에 ‘꼼수’를 부리며 인건비를 줄이려는 시도가 적지 않게 발견된다. 때문에 스스로의 노동권을 지킬 수 있는 ‘똑똑한’ 노동자가 되기 위해선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근로계약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부터 올해 시행되기 시작해 잘 알려지지 않은 법률까지 톺아보자. 


최저임금에서부터 근로계약서, 주휴수당, 휴게시간까지

 

그렇다면 기존의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달라진 법 조항들은 실제 신촌 지역 상권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지 한 달, 기자가 직접 알바 공고에 지원해 알아봤다. 기자는 신촌의 술집과 편의점, 이대의 편의점 세 곳을 방문해봤다.

우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가장 두드러진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작성돼야 하는 법적 문서다. 또한 근로계약서는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을 제대로 보호받았는지, 적정한 대우를 받았는지 증명하고 부당한 대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역할을 한다. 다음은 신촌의 술집 주말 알바 면접 상황이다. 시급은 최저시급 7천530원을 웃도는 액수였으며 요구하는 조건은 주 14시간이었다.

기자: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는 것인가. 계약서부터 작성해야하나.
사장: 대부분 계약서를 쓰는 건 형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실 별 의미 없다. 지금 당장 나오더라도 무방하다.


해당 술집에선 근로계약서를 형식적인 것이라 이야기하며 미작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 이는 근로계약서 관련 근로기준법 조항 제17조 위반이며, 제19조 근로계약에 의거해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무효화하게 된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비단 기자만 겪은 것이 아니다. 신촌 내 알바 채용 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는 허다했다. 익명을 요청한 신촌의 또 다른 술집 알바생 A씨는 “근로계약서가 꼭 필요한 것인지 몰라 이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근로계약서에 현행법상 불리한 조항이 포함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가 좌우되기 마련이다.


불법적 수습기간 설정과 그에 따른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 지불, 휴게시간의 악용에 대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편의점 면접 상황이다. 시급은 최저시급, 주 20시간 야간근무를 조건으로 했다.

기자: 내년 2월 복학을 해 8개월 정도밖에 근무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교육기간이나 수습기간은 어떻게 되나.
사장: 수습기간은 3개월이며 이 기간은 시급에서 300원 감액된 7,230원을 받게 될 것. 또한 하루 근무 시간이 10시간인데 8시간마다 1시간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매주 18시간 근무한 시급을 받게 된다.
기자: 그렇다면 1시간 휴식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에는 일찍 퇴근을 해도 되는 것인가.
사장: 사실 그 시간대에는 물건이 들어오는 시간대기 때문에 휴식이 어렵고 대신 그 전에 틈틈이 쉬면된다.


지난 3월 20일부터 시행된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수습기간 동안 편의점 알바생에게 최저임금 미달의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또한 원하는 때에 쉴 수 없고, 휴게실이 마련돼 있지 않아 휴게시간에도 계속해서 근무를 해야 하는 편의점 여건 상 휴게시간은 무의미하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54조 휴게시간 관련 조항에서 언급된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 30분 이상, 8시간 이상인 경우에 1시간의 휴게시간을 제공해야한다’는 부분을 실질적으로 어긴 것이며 2항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에도 어긋난다.

이외에 주휴수당 미지급 문제도 확인됐다. 연희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주일에 45시간을 근무했던 B씨는 “근로계약서는 당연히 쓰지 않았고 근무기간 내내 주휴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알바 구인공고가 많은 대학가임에도 불구하고 신촌은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의식이 부족할뿐더러 위반 실태가 만연한 상황이다.

 

조삼모사, 우리 역시 쉽지 않다

 

한편, 업주들도 나름의 고충을 겪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기존의 고용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주들의 주된 입장이다. 신촌의 한 로드샵 브랜드 점주는 “최저시급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알바생에게 주휴수당까지 다 챙겨주려다 보니 알바생 수를 줄이게 됐다”며 “최저시급이나 주휴수당을 다 챙겨주고는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커 주지 않는 점포들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동자의 복지를 높이기 위한 최저시급 인상이 일자리 수 자체를 줄여 역설적으로 노동자들의 부담을 높인 것이다. 

또한, 최저시급이 전년대비 1천50원이 올라 7천530원이 된 뒤, 사용자는 최저시급과 주휴수당을 모두 지급하기 위해서 직원 수를 주리거나 교대 수를 늘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기자가 면접을 봤던 두 번째 편의점 역시 그랬다.

기자: 주휴수당은 어떻게 되나.
사장: 18시간을 근무하니 당연히 지급한다. 그러나 주말 오전에는 14시간을 근무하기 때문에 주휴수당 지급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시간인 15시간 이하로 근무 조건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구인공고 어플리케이션 알바몬을 살펴보면 주 14시간 근무 조건을 내건 공고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특히 신촌 모 편의점의 경우, 15시간 근무로 공고를 했으나 휴게시간 30분을 둬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경우도 있었다.

 

나아가는 법률, 진전 없는 갈등. 해결은?

 

최저임금 인상과 계속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에도 노사 간 갈등은 여전하고, 오히려 새로운 양상의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해 연세대 박준현씨는 “내수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고용주들이 더 장기적인 관점을 취해야 한다”며 “물론 고용 관련 법률을 개정해나가는 과정에 있어 사용자에 대한 배려와 소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같은 상황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 A씨는 “그간의 낡은 장시간 노동 관행에서 벗어나 노동자 삶의 질과 노동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또한 장기적으로 가계소득 증대 및 내수 확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다만 개정안의 빠른 현장 안착을 도모하고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사 부담 완화를 위한 후속조치 마련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 노동자에 대하여 보수를 주기로 약속한 사업의 주체인 법인 또는 개인. 업주 또는 경영담당자가 기본이 된다.

 

글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김나영 기자
steaming_0@yonsei.ac.kr
자료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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