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 나를 위한 취미 그리고 나를 위한 의미 있는 활동

수업시간에 몰래 핸드폰 보기, 자율학습 시간에 공책에 낙서하기, 시험 공부하러 만난 친구와 수다 떨기. 학창시절부터 혼난 사유는 꾸준하다. 바로 딴짓. 하지만 지난 4월 28~29일 신촌 연세로에서 이 ‘딴짓’을 장려하는 ‘딴짓박람회’가 열렸다. 딴짓박람회에서는 어떤 딴짓을 하고 있을지 『The Y』가 직접 다녀와 알아봤다.

 

딴짓이 뭐 어때서!

지난 4월 28일부터 이틀간 열린 ‘제1회 딴짓박람회’는 최게바라 기획사에서 주최해 딴짓공방, 딴짓워크숍, 딴짓춤판, 딴짓소리판 이외 4가지 콜라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딴짓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열린 비영리 행사인 덕택에 참가자들은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었다. 딴짓 공방과 같이 체험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1회 최대 7천 원으로 제한했다. 최게바라 기획사 문화예술팀 문규동 매니저는 “사람들이 평소에 할 수 없던 비생산적인 취미활동인 ‘딴짓’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딴짓을 하는 것이 게을러 보이거나 열심히 살지 않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게 싫어 이런 콘셉트를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딴짓박람회에는 최게바라 기획사가 기획한 프로그램 외에도 딴짓 영화관, 하늘보기 zone 등 다른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체험 프로그램들도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참신한 프로그램에 눈이 갔던 딴짓 영화관. 여기에선 구멍이 뚫린 박스에 아이패드를 놓고 그 아래 누워 아늑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누워서 몰래 핸드폰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딴짓 영화관은 대학생 문화/강연 기획 동아리 ‘드림포레스트’가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드림포레스트의 방나영 대표는 “큰 기업과 협업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런 기회가 있는 것에 감사하고, 참신한 부스로 참여하게 돼서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최게바라 기획사에서 운영하는 딴짓 놀이터 역시 남녀노소 인기가 많았다. 이곳에서는 뽁뽁이 터뜨리기, 다리떨기 대회 및 지우개똥 뭉치기 등 체험이 마련돼 있어 가족단위의 큰 인기를 끌었다. 두 딸과 함께 나들이를 나왔던 이은주씨는 “딴짓박람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온 것은 아니지만 재밌는 프로그램이 많아 좋은 나들이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딴짓, 직접 한 번 해봤습니다

참신하고 기가 막힌 딴짓들. 딴짓을 혼낼 사람도 없고, 딴짓이 혼날 일도 아니라기에 기자들 역시 이 기상천외한 딴짓들을 직접 체험해봤다.

연세로 한 가운데 설치된 해먹에 누워서 하늘을 볼 일이 얼마나 될까. 이번 딴짓 박람회의 하늘보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직접 연세로 한 가운데에서 누워서 하늘을 바라봤다. 평소에도 ‘멍 때리는’ 딴짓을 좋아했던 터라 해먹에 누워 멍하니 탁 트인 하늘을 보자 팍팍한 일상 속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위한 딴짓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활동인지 느낄 수 있었다. 주의, 이곳에서는 딴짓 속의 딴짓,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건 금지다.

기자들은 딴짓 공방에서 실 팔찌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체험했다. 아무 생각 없이 실을 땋아 팔찌를 만드는 것에만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취재는 잊고 친구와 놀러 나온 듯 했다. 앞에 앉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함께 온 기자와 수다를 떨다보니 ‘함께 하는 딴짓의 즐거움’ 역시 알 것 같았다. 실 팔찌 만들기 부스의 강사 역시 본업은 교육 컨설팅 연구원이지만, 이번 행사에서 자신만의 딴짓이자 취미인 실 공예를 사람들과 공유했다고 한다. 인터뷰 멘트를 위해 이름을 물었지만, 익명으로 실어줬으면 좋겠다는 강사. 본업에 열중하지 않고 다른 것을 한다고 알려지는 것이 꺼려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애석하게도 딴짓박람회에서조차 여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게 다른 데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느껴졌다. 실 팔찌 만들기에 참여한 커플 노슬기·박기훈씨는 “원래 힐링 카페에 가려고 신촌에 왔지만, 우연히 딴짓박람회 참여하게 됐다”며 “밖에서 바람도 쐬며 팔찌를 만드니까 추억도 쌓이고 더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딴짓의 정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그 일과 관계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다양한 딴짓들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면? 딴짓박람회의 딴짓은 나를 위해 하는 취미, 나를 위한 의미 있는 체험들이었다. 삶의 활력소가 되는 무궁무진 딴짓들을 응원하며, 이제는 딴짓이 부끄럽지 않다.

 

글 김가영 기자
jane1889@yonsei.ac.kr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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