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의 중간이다. 날이 풀리면서 옷차림이 얇아졌다. 그러다가도 가끔 내리는 부슬비에 뜨끈한 국물이 당길 때가 있다. 그럴 때 최적의 메뉴가 바로 쌀국수다. 뜨끈하고 깊은 국물에 든든한 한 끼 식사. 『The Y』 기자들은 신촌의 베트남 쌀국수 가게 네 곳을 방문했다. 

 

나트랑 (양지 쌀국수 6천500원)

신촌 명물 거리에서 이화여대 쪽으로 가는 골목에 좁게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나트랑. 가게 규모가 워낙 작고 ‘혼밥’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늑한 느낌을 준다. 

처음 쌀국수가 나왔을 때 그 소박한 양에 놀랐다. 우려와 달리 몇 번 뒤적거려보니 소박한 첫인상은 그릇의 작은 크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인 양은 충분했기 때문. 국물은 매우 깔끔했다. 고기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조금 밍밍하게 느껴질 정도로 맑고 깨끗한 맛이었다. 쌀국수에 들어간 고기의 양은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기 자체의 향과 질감은 우수했다. 면은 보통의 쌀국수보다 얇아 국물이 많이 배어있었다. 전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맛의 면, 숙주, 고기와 국물이 잘 어우러진 깔끔한 쌀국수였다. 

총평: 무(無)매력이 곧 매력.

 

베트남 식당 (양지 쌀국수 6천500원)

연세대 서문 쪽으로 난 골목 속 골목에 위치한 베트남 식당. 꽤 쌀쌀한 날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촉촉한 온기가 기자를 반겼다. 

쌀국수를 시킨 수만큼 양파절임을 제공해주는 사장님의 세심함에 기분 좋게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고기와 숙주의 양은 다른 가게에 비교해 적은 편. 그러나 국물 맛 자체는 아주 깊었다. 고기 향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고, 함께 나온 레몬 한 조각이 전체 국물에 산뜻함과 깔끔함을 더해줬다. 면은 두께가 있어 쫄깃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먹었는데도 끝까지 면이 그 탄력을 잃지 않았다. 한 그릇을 비워갈 때 쯤 쌉쌀한 생 숙주향이 혀에 은근히 남아있었다. 여느 쌀국수보다 양이 많아서 한 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총평: 고기 향과 레몬 향의 맛있는 ‘밀당’

 

카우키 (양지차돌 쌀국수 7천900원)

신촌 중앙의 골목에 있는 ‘카우키’. 깔끔한 내부와 실내장식으로 베트남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카페라는 느낌이다. 다른 쌀국수집은 일반적으로 차돌 쌀국수가 양지 쌀국수보다 비싸다. 하지만 카우키는 양지와 차돌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양지차돌 쌀국수’를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맛볼 수 있다.

쌀국수가 나왔을 때 가장 놀랐던 점은 바로 고기의 양. 차돌과 양지가 거의 국수의 면과 비슷한 양으로 담겨있었다. 방문했던 다른 쌀국수집과 비교했을 때, 고기와 숙주가 가장 많았다.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면 위를 덮고 있는 고기의 양과 고기에서 우러난 깊은 육수 때문에 쌀국수를 먹는다기 보단 고기 국수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국물은 깊고 진한 맛이었다. 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어 느끼할까 걱정했는데,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그런 생각은 나지 않았다. 다른 쌀국수에 비해 파가 많이 들어가 자칫 고기 때문에 느끼할 수 있는 국물을 깔끔하게 잡아줬다.

카우키에선 샐러드와 양파 초절임, 고추 절임이 기본 세팅으로 나온다. 양파 초절임의 레몬 맛이 너무 새콤하다는 것을 제외하곤 만족스럽게 식사할 수 있었다. 

총평: 깊고 시원한 고기 육수에 기자의 단골집으로 등극.

 

오시아 (차돌양지 쌀국수 1만 2천 원)

연세대 북문 바로 앞, 연희동에 있는 쌀국수집. 들어가자마자 향신료의 강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물가가 비싼 연희동에 있는 만큼, 방문했던 네 곳의 가게 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이었다. 쌀국수뿐만 아니라 다른 메뉴도 가격대가 높았다. 

오시아는 특이하게도 물 대신 메밀차를 제공한다. 메밀이 들어가 있는 컵에 따뜻한 물을 부어 직접 차를 우려낼 수 있는데, 이 차가 고소하면서도 달콤해 쌀국수를 먹기 전 입맛을 돋워 준다.

차돌양지 쌀국수의 국물은 방문했던 다른 가게에 비교해 맑은 편이었다. 맑은 국물에서 깊은 맛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의아했지만, 국물은 맑으면서도 깊었다. 비싼 가격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육수에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났던 향신료의 향 때문에 쌀국수에서도 그 향이 다소 과하게 느껴질까 걱정했는데, 향은 거의 나지 않았다.

쌀국수치고 비싼 가격에 비해 건더기나 면의 양이 푸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면발은 얇고 쫄깃했다. 쌀국수를 다 먹을 때까지도 면발이 거의 불지 않았으며 탱탱함을 유지했다.

총평: 맛있지만 독보적이진 않은. 그래서 가격이 아쉬운 집.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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