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최고의료책임자 이영희 병원장

▶▶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의 최고의료책임자를 역임한 이영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병원장.

지난 3월 18일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아래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아래 평창패럴림픽)은 여느 올림픽보다도 많은 화제를 만들어냈다. ‘평화올림픽’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전 세계의 감동을 자아냈다. 이런 평창올림픽에서 연세인의 참여는 돋보였다. 그 가운데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에서도 연세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신문사는 평창올림픽 최고의료책임자를 역임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영희 병원장을 만나 당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한다.
A. 현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병원장 겸 의료원장을 맡고 있는 재활의학 전문의 이영희다. 평창올림픽과 평창패럴림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아래 IOC) 의무위원이자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의 최고의료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여기서 최고의료책임자란 IOC에서 요구하는 의료 서비스 기준을 조직위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담당자를 말한다.

 

Q. 평창올림픽과 평창패럴림픽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듣고 싶다.
A, 지난 1998년 일본 나가노 패럴림픽과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패럴림픽에 한국 패럴림픽 국가대표 주치의로 참여했다. 이후 국제 패럴림픽위원회 의무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올림픽 관련 스포츠 의료 경험을 많이 쌓았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2002년부터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유치위원회(아래 유치위)에서 의료와 패럴림픽 분야 전문가로 참여하게 됐고, 결국 최고의료책임자라는 직책까지 이르게 됐다.

 

Q. 패럴림픽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는가?
A. 내 전공분야인 재활의학은 몸의 기능을 회복시켜주고 신경과 근육을 다루는 학문이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스포츠 의료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내가 진료한 환자 중에는 뇌 손상과 척수 손상을 겪은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치료가 끝나도 장애를 갖고 퇴원하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이들이 사회에 나가 적응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장애인들에게 운동을 권유했다.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1994년엔 내가 진료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한 휠체어 농구팀이 창단됐다. 이어 2003년에는 해당 팀이 농구에서 휠체어 컬링으로 종목을 바꿔 활동하기도 했다. 그 팀이 2010년 벤쿠버 동계패럴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이런 활동을 이어나가다 보니 패럴림픽과 스포츠 의료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졌다.

 

Q. 스포츠 의료분야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A. 스포츠 의료는 하나의 독립적인 전공은 아니라, 스포츠를 위해 다양한 전공을 접목시킨 복합 의료 분야를 말한다. 보통 스포츠 의료라고 하면 부상당한 선수를 치료하는 것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부상의 원인이 운동인 것일 뿐 일반 환자들과 치료의 차이가 없다. 스포츠 의료는 선수들의 부상 요인을 발견하고 이를 예방하는 것, 영양관리, 심리상담, 생활방식 관리 등 선수가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의료 활동을 포함한다.

 

Q.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어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는지 궁금하다.
A.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촌 내 종합의료시설인 ‘폴리클리닉’을 위탁 운영했다. 또한, 평창올림픽 지정병원으로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는 환자 후송, 치료, 입원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번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기간 동안에는 약 1만 명의 사람들이 진료를 받았고 그 중 100명 정도가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땐 맞춤형 진료를 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선수가 대회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연습량을 조절하고 부상을 관리하는 선수 중심 치료를 제공했다. 또한, 경기 도중 생긴 환자에 대해 실수 없이 신속하고 정확한 1차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이를 위해 사전에 외국 전문가를 초청해 모의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Q.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A. 추운 날씨에 열악한 교통과 숙소, 빡빡한 스케줄까지 겹쳐 의료진 모두가 고생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숙소와 경기장이 약 5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셔틀버스 배차가 부족해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어 24시간 근무에 지장을 받는 어려움이 있었다. 의료진 모두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 일을 해줘 고마웠다.

 

Q. 이번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이 우리나라 의료계에 어떤 의미를 준다고 생각하는가.
A. 이번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 기간에는 외국 전문가 없이 순수 국내의료진 2천30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우리나라에 올림픽 의료 전문가가 많지 않다보니 IOC와 국제경기연맹 측에서 외국의 경력의료진을 현장에 투입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우리 의료진들이 이러한 큰 이벤트 의료서비스를 경험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해 해당 주문을 거절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 대형 스포츠 행사를 경험해본 인력이 늘어나 외국의 의존 없이도 대형 이벤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묻고 싶다.
A. 단기간 진행되는 행사에 특별하게 제공되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이벤트 의료서비스’라고 한다. 올림픽이 대표적인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예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산부족과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이벤트 의료서비스를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이벤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을 갖게 됐다. 일종의 올림픽 ‘건강유산’인 셈이다. 이런 인적자원이 지역 사회와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목표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경험을 쌓은 의료진이 앞으로 열릴 수많은 국내 대회도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고 싶다.

 

Q.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학생들은 다시 없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올림픽 수준의 국제적인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는 만큼 시야를 넓히고 글로벌한 마음가짐도 갖출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국제 대회에 참여하길 권한다.


  글 황시온 기자
zion_y2857@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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