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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 개정의 무산은 국민주권의 침해다

지난 30년간 유지돼왔던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이 무산됐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돼 1988년부터 시행됐다. 현행 헌법이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30여 년간 변화된 우리사회의 시대상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헌법개정안에는 사형제 폐지, 실질적 평등권, 차별금지, 망명권, 집총 거부권 등 그동안 우리 사회가 변화하며 새로운 헌법적 쟁점으로 떠오른 쟁점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번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필수적이었다. 물론 이번 헌법 개정안의 쟁점 모두가 국회를 통과해 국민으로부터 찬성을 얻어 헌법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 국회의 논의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의 동의를 거친 것이 헌법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회심의조차 도달하지 못해 정작 주권자인 국민들이 헌법개정에 대해 찬반의 의사표시를 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다.

현행 헌법상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 헌법개정안에 대하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공고를 하고, 국회가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면 그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묻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으로, 국민투표에 이르기까지는 여야 모두의 노력이 필요했다. 물론 국회가 심의 후에 헌법개정안을 부결시키는 것은 국민이 위임한 국회의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가 개정안을 성실히 심의했다면 이를 시비할 수 없다. 그러나 국회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회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판단된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국회가 국민주권원칙을 침해한다면,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 기능은 국회 내에서 그 임무가 성실히 수행될 때 완성이 된다. 제안된 법률안 및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가 자신들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 때 이들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게 돼 헌법상 국민주권의 원칙이 완성된다. 그간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주체임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헌법 개정안의 국회심의 무산은 이들이 정작 국민에 대한 의무는 소홀히 해왔음을 보여줬다. 국회는 정쟁을 지양하고 국민 주권을 완성하기 위해 국회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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