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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남북관계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이래도 되는가? -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그 반응
  • 김혜리(언홍영·15)
  • 승인 2018.05.05 17:01
  • 호수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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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
(언홍영·15)

요즘엔 각 뉴스 사마다 너 나 할 것 없이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사들로 가득하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며칠 사이에 익숙해졌다. 페이스북에는 김정은에 관한 온갖 TMI(too much information)성 정보 글이 올라오고, 인스타그램에는 ‘#역사적인 날’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들이 즐비하다. 지금처럼 종전을 향해 한껏 화해 분위기를 만끽한 순간이 없었으니 국민들이 기뻐하는 것도 당연지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반응 중에서도 넘기기 어려울 만큼 꺼림칙한 게 있다. 바로 김정은 지도위원장 ‘착즙’이다.

착즙은 아이돌 팬들이 ‘착즙기에서 즙 짜내듯’ 매력을 짜내어 덕질을 한다고 해서 생긴 단어다. 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김정은 착즙이 이렇게 쉽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알고 보니 따뜻한 마음씨의 남자였다느니, 제 아버지 장례식에서 울고 있는 사진을 가져와서 사실 저 사람도 아버지 죽음에 아파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느니, 지금까지 너무 편견을 갖고 그를 바라본 것 같다며 미안하다느니. 조안 코넬라 전시회에 있는 김정은 그림 앞에서 사진 찍은 걸 올리면서 김정은이 귀엽다는 글도 굉장히 많이 보인다.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김정은 관련 글이 떠서 클릭해보면 댓글에 김정은을 두고 농담 따먹기를 하는 사람들은 셀 수도 없고, 칭찬까지 하는 걸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물론 평화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만큼 설렐 수 있지만, 그것과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별개여야 한다. 애초에 북한은 핵 확산 금지 조약(NPT)에서 제멋대로 탈퇴해 핵무기 개발을 한 것 아닌가? 지난날의 과오를 되돌리는 것에 기뻐할 수는 있겠다만 칭찬까지 해줄 필요가 있나 싶다.

게다가 김정은은 온갖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인데 이런 인물을 ‘착즙’한다는 것은 도를 지나친 행동이다. 그는 북한 주민들을 굶기고 정치범 수용소에 집어넣어 고문한 사람이다. 어린아이들을 제 성 노리개인 기쁨조로 선발하는 사람이다. 김정은에게 호의적인 댓글들을 보고 있자면 탈북민들이 제발 그를 가볍게 농담거리로라도 소비하지 말라고 눈물 흘리던 게 생각난다. 장난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질 나쁜 장난을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장난으로 단 댓글들이 쌓여 수십 개, 수천 개가 되는 걸 보면 장난으로 시작한 것들이 쌓여 북에 대한 생각, 김정은에 대한 평가의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싶다. MBC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신뢰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77.5%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한다. 너무 경계심 없이 그를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남북통일에 가까워졌다고 기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와 별개로 과연 국민들은 통일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탈북민이 3만 명을 훌쩍 넘겼는데도 다수가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사회의 ‘차가운 시선’이다. 고등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억양이 낯설다는 이유로, 단순히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할라치면 냉대받기 일쑤라고 한다. 일자리에서 냉대받는다면 나머지 일상생활에서는 어떨까. 몇몇 학교에서는 ‘새터민 프로그램’이랍시고 탈북민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걸 학생들의 학생기록부 스펙 쌓기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평소에 북한에 대해 배우지도 않고, 사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학생들은 탈북민을 만나도 별로 생각이 없다고 한다. 검색창에 ‘탈북’이라고 치면 밑에 연관검색어로 ‘탈북녀’, ‘탈북녀 동영상’ 등이 뜬다. 탈북민들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는 뻔하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방식이나 말투를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웃음거리로 소비하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데 통일이 훌쩍 다가온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식도 과연 성장했을까 싶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분명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에 취해 앞에 남아있는 산들을 쉬이 여겨선 안 된다. 북한이 북∙미회담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하고, 기쁨에 취하기전에 우리가 통일에 걸맞은 대북인식을 가졌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김혜리(언홍영·15)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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