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관리 체계와 더불어 미비한 대안까지

해부용 시체, 즉 ‘카데바’는 대부분 기증된 시체로 의예과‧간호학과 학생들의 실습에 사용된다. 「생명윤리법」에 의해 수급 체계가 관리되며, 이에 따라 대학에서는 시신 기증부터 화장 처리까지의 과정 전반을 담당한다. 하지만 현재 카데바의 기증 현황이나 수급 정도 등을 파악할 자료가 부족하다. 수급관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것이다.

 


실습대 위의 카데바

 

카데바의 수급 및 관리는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진행된다. 해당 법률에 따라 실습 대학은 카데바를 처리한다. 카데바 인수부터 유골 전달까지의 모든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카데바 기증은 사망 이전 기증자 본인이 희망 동의서를 제출한 경우와 사망 이후에 유족이 동의서를 제출한 경우로 나뉜다. 시신이 인수된 후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혈관 속에 포르말린 용액*이 투여된 상태로 냉동실에 보관된다. 대학은 실습이 끝난 카데바를 화장 처리해 유족에게 전달하거나 자체 추모공간에 안치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모 의과대 관계자 A씨는 “기증된 대학 이외의 공간에 카데바가 노출되지 않도록 학내에서 카데바 업무 일체를 전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정 법안의 실효성 또한 확인하기 어려워

 

하지만 이러한 관리 체계에는 맹점이 있다. 대학에서 전담하는 카데바의 관리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한 것이다. 지난 2009년 이후로는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한 번의 조사가 유일한 근거자료다. 모 의과대 관계자 A씨는 “대다수의 학교가 카데바 현황 자료를 작성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의과대 시신 기증 예정자인 김지운(인예철학‧17)씨는 “시신 기증을 약속한 입장에서 카데바를 다루는 자료 체계가 없다는 사실이 못 미덥다”고 답했다. 

카데바를 다루는 자료의 부족은 관련 법률 개정안의 실효성 판단을 어렵게 한다. 지난 2015년 국회는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내의 ‘무연고자’를 해부용 시체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개정 전 무연고자 시신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의과대 관계자에게 무연고자 시신 발생 사실을 통지한 후 의과대학 측에서 교부를 요청할 시 교육 및 연구용으로 수급돼왔다. 이 과정에서 무연고자 본인의 동의 없이 카데바로 사용하여 생명 윤리에 어긋난다는 점이 관련 법률의 개정 이유였다. 이후 카데바는 시신 기증 형식으로만 수급 가능해졌다. 법이 개정됨에 따라 대학 내에서 관리해왔던 무연고자 시신은 매장 또는 화장 처리만 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 자체에서 카데바 현황을 다루는 자료를 제출할 법적 의무가 없으니, 무연고자 시신이 매장‧화장 처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B씨는 “통계 자료를 내기 위해선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때문에 대학 내 카데바 관리에 대해 정부에서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디지털 카데바…
과연 적합하기만 할까? 

 

대학 내 실습용 카데바에 대한 관리 부족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디지털 카데바가 하나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기존 카데바의 경우 방부 처리부터 화장 처리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2년여에 달하는 것과 달리 디지털 카데바는 관리 및 사용이 용이하다. 지난 2012년 고려대 실용해부센터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카데바를 도입했다. 고려대 해부학교실 엄창섭 교수는 “디지털 카데바는 실습 중 시신이 손상돼도 이를 쉽게 복구할 수 있어 이전보다 용이하다”며 “기존 카데바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디지털 카데바도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디지털 카데바 관리 규제가 기존 카데바보다도 더욱 미비하다는 점 ▲디지털 카데바의 균일한 디지털적 속성 상 개별 환자의 상이한 신체 구조를 반영하기 힘들다는 점 등이다. 현재 대학 내 기존 카데바는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로 규제되지만, 해당 법률은 디지털 카데바와 관련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디지털 카데바 처리 과정 전반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B씨는 “디지털 카데바는 실물이 아니기 때문에 「시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엄 교수는 “디지털 카데바의 사용률이 높아지며 그에 따른 규정의 중요성이 생긴다”며 “빅데이터 수집, 보관, 처리와 인공지능 등에 관한 내용이 논의돼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디지털 카데바 사용 시 디지털적 속성으로 인해 모든 사람의 다른 신체적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고 균일화 된 경우에만 익숙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엄 교수는 “사람마다 신체 구조 등이 다른 것을 ‘변이’라고 한다”며 “아직 디지털 카데바는 변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습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실습 이후 실제 의료 상황에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추가적인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관계자는 “의료계열의 전문가라면 다양한 인간의 신체와 예측하기 힘든 질병 등의 많은 상황을 경험해봐야 한다”며 “실제적인 의료 상황에 대한 미숙함으로 치료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는 다분히 비윤리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 분야가 세분화되고 해당 분야로 진출하는 학생들이 많아짐에 따라 카데바 사용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당장 카데바로 의술을 익혀야하는 의대생들에게 카데바 관리 체계는 시급하다. 

 


*포르말린 용액 : 살균 및 소독의 역할을 하며 시체 방부 처리 과정에서 사용된다.

 

 


글 강현정 기자
hyunzzang99@yonsei.ac..kr
그림 민예원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