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조교제도 폐지 이후, 학생조교들에게 남겨진 문제들

행정조교는 학과 사무실 직원들의 업무를 보조하며 학부의 행정업무, 내부거래 및 법인카드 정산 등의 일을 하는 대학원생이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사과대 소속 학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교육대학원생 행정조교가 최저시급보장과 4대 보험 적용을 요구하며 학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학교 측은 같은 해 8월 해당 대학원생을 해고하고, 행정조교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일부 단과대 조교로 근무하는 대학원생들은 2017년 12월 ‘사과대 학부 사무실 운영체제 변동에 대한 성명서’(아래 성명서)와 3월 26일 진행된 대학원생 학생회 회의를 통해 행정조교제도 폐지가 낳은 문제를 지적했다.

 

행정조교는 누구?
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행정조교제도 폐지 이전에 우리대학교 각 학과 사무실에서는 일반대학원생으로 구성된 ▲학부조교 2명 ▲대학원조교 1명과 야간교육대학원생으로 구성된 ▲행정조교 1명이 근무했다. 문과대 대학원생 A씨에 따르면 “행정조교는 법인카드 정산 및 예산관리 등 회계와 관련된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며 “학부조교·대학원조교(아래 학생조교)는 행정조교를 도와 간단한 업무만을 담당했을 뿐 주요 행정 업무는 모두 행정조교의 몫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대학원 총학생회장 김소미(언홍영·석사3학기)씨는 “학생조교는 시간제로 근무하며 장학금으로 한 학기에 250만 원을 지급 받는다”며 “반면 행정조교는 아침 10시부터 낮 5시까지 상시근무를 하며 학생 신분으로서 장학금 명목으로 매달 12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학과 재량에 따라 학생조교와 행정조교의 담당 업무 및 근무시간은 달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교육대학원 학생이 행정조교제도에 대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청에서는 해당 소송에 대해 학교가 노동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반대학원 소속 학생과 달리 야간대학원에 속하는 교육대학원 학생은 노동자로 간주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학교 측은 2016년부터의 장학금을 최저시급 수준으로 소급 적용해 학생들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노동청의 결론과는 별개로 학교에서는 소송을 제기한 교육대학원생을 해고하고, 행정조교제도도 함께 폐지됐다. 총무처 김우성 부처장은 “노동조건을 모두 맞추면서 행정조교제도를 유지하기에는 학교 측에도 재정적인 부담이 있다”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행정조교제도 폐지 이후
속속 발견되는 문제들

 

그러나 행정조교제도 폐지 이후 대학원생들은 ▲학생 조교 업무가 과중해졌다는 점 ▲행정조교를 대신해 충원된 인원이 행정조교 업무를 담당하기엔 부족하다는 점 ▲학생조교가 중요한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행정조교제도 폐지 이후 학생조교들은 과도한 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정조교제도가 폐지되자 학교 측에서는 행정조교를 대신할 행정직원을 채용하고 학부조교를 1명씩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조교가 학과 당 1명씩 배정됐던 데 비해 행정직원은 단과대 당 1~3명만 채용돼 절대적인 수는 줄어들었다. A씨는 “3명의 행정직원이 11개의 과의 행정업무를 담당하게 됐다”며 “절대적인 수가 적어지자 학생조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과대 대학원생 B씨 역시 “사과대의 경우 6개의 학과에 총 1명의 행정직원이 채용됐다”며 “또한 상시근무를 하지 않는 학생조교가 행정조교의 업무를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성명서에서 대학원생들은 ‘학부 행정업무는 각 과의 맥락을 알고 있어야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이 많지만 행정직원은 각 학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더욱더 각 학과에 배정된 학생조교의 업무 증가가 불가피하다.

행정조교의 업무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학생조교가 학부 사무실 내부의 자세한 회계 내역과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열람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로 대두됐다. A씨는 “일반 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학생조교가 법인 카드, 장학금 등의 자세한 회계 내역을 알게 된다”며 “이는 행정조교제도 폐지 이후 발생한 문제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한 문과대 대학원생 C씨 역시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행정 처리 과정에서 장학금 지급 내역, 학생들의 성적과 개인정보를 열람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부처장은 “학교는 행정직원을 채용했기 때문에 행정조교들의 업무를 학생조교에게 넘기진 않았다”며 관련 논란을 일축했다.

 

높아진 업무 강도에도 
장학금은 그대로

 

학생조교의 업무가 과중해진 데 비해 장학금이 이에 상응할 정도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행정조교에게 지급되던 장학금은 한 학기 720만 원이었다. 그러나 행정조교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학생조교들은 여전히 한 학기에 250만 원을 받고 있다. 성명서에 따르면 사과대 학생조교들은 ‘학교에서는 인력비용으로 지출돼야 하는 돈을 주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행정 일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행정조교들과 동일한 강도의 업무를 학생조교들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추가적인 장학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B씨는 “720만 원을 받던 일을 250만 원을 받으며 하는 것은 노동착취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난 2017년 12월에 진행된 2차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한 학생위원이 학생조교들을 위한 장학금 TFT 구성을 학교 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학교 측의 공식적인 답변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 부처장은 “한 학과 당 한 명의 행정조교가 있었으면 지금보다 나은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행정조교제도 폐지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대학원 김용운 행정팀장은 “장학금에 대해서는 학교본부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얼마 전까지 본관이 점거돼 관련 업무를 처리하지 못했다”며 “때문에 아직 행정조교제도 폐지 이후 장학금 관련 논의가 끝나거나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씨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행정조교가 졸속 폐지됐다”며 행정조교제도 폐지로 인해 발생한 문제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씨는 “아직 모든 학과의 의견이 수합되지는 않았으나 사과대와 문과대에서는 해당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향후에 대학원 교학팀과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해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 서혜림 기자 
rushncash@yonsei.ac.kr
윤채원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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