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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전공의 성추행 논란’, 끝나지 않은 징계 절차징계 결정 지연과 피해자 구제 미흡 지적 받아
  • 김유림 기자
  • 승인 2018.04.02 00:16
  • 호수 1809
  • 댓글 0

지난 2017년 10월,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산부인과의 두 전공의가 동반 사직했다. 동료 전공의들은 ‘두 전공의가 교수로부터 성추행과 보복성 폭언에 시달려 사직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관련기사 1801호 3면 ‘강남 세브란스 병원 교수, 본과 전공의에 성추행·보복폭언 가해 논란’> 그러나 진정서가 제출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해당 교수들에 대한 징계는 결정되지 않고 있다. 징계와 별도로 논란이 된 강남 세브란스 병원 산부인과는 보건복지부의 수련환경평가 결과 당직표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이 확인돼 2년간 전공의 모집이 중단된 상태다.

징계 논의 시작한 지 5개월,
결정은 ‘무소식’

논란이 불거진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A교수와 B교수 모두 병원 진료 및 의과대 강의를 중단했으며 B교수는 해외 연수를 간 상황이다. 연세의료원 홍보팀 관계자는 “논란 이후 병원장 직권으로 즉시 진료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세의료원의 조치에도 ▲교원인사위원회 결정 지연 ▲진상 조사 중 피해자와 가해자 공간 분리 미흡이 문제로 제기된다. 먼저 교원인사위원회의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 지적됐다. 해당 진료 분과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7년 8월이며, 10월 의과대 차원의 첫 진상조사위원회가 열려 이를 바탕으로 교원인사위원회가 열렸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징계는 결정되지 않았다.

교무처는 지난 2017년 12월과 1월에 1,2차 교원인사위원회를 진행했으며, 추가서류를 수령해 오는 4월에 교원인사위원회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재단 차원의 징계위원회가 남아 있다. 교무처 교무팀 기선아 과장은 ”피해 전공의의 진술과 부교수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아 추가서류를 요청했다”며 “징계 절차가 까다로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절차상의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징계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의과대 학생 C씨는 “아무리 사안이 민감하고 징계 절차가 복잡하다고 해도 징계 결정은 늦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사직한 피해 전공의들에 대해 병원 측에서 사과나 보상이 없었던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남 세브란스 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병원 측은 피해 전공의들에게 사과나 보상을 할 직접적인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관리 부족이라는 도의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17년 말 진상조사가 진행될 당시 B교수가 진료를 지속해 피해 전공의들과 공간 분리가 되지 않은 점 역시 문제로 제기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아래 대전협) 지민아 복지이사는 “피해 전공의들과 가해 교수가 약 2개월간 같은 병원에 있었으며 공간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에 2차 피해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연세의료원 측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대전협의 문제제기에 따라 B교수는 피해자와의 공간 분리를 위해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소속을 옮겼으며, 현재는 해외 연수를 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의과대 학생 C씨는 “연수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배우기 위한 것이므로 적절한 대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이 논란이 된 후 가해 교수의 구제를 청하는 탄원서가 제출되기도 했으나, 이는 해당 교수의 요청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 복지이사는 “가해 교수로부터 ‘징계하지 않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작성해달라’는 압박이 있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전공의는 탄원서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선 위한 병원 차원 노력···
사건과 무관한 모집 정지 처분도 받아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된 이후 강남 세브란스 병원은 ▲전문적인 성폭력 예방교육 확대 ▲신고시스템 정비 등을 통해 성폭력 예방시스템을 보완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기존에 법적으로 요구되던 수준의 성폭력 예방교육 외에도 전문가에 의한 추가적인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며 “성추행 뿐 아니라 근무환경 제반에 걸쳐 개선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병원 측은 교육수련부의 기능을 강화해 모든 과 전공의의 고충을 수렴할 수 있도록 신고 시스템을 정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의과대 학생 D씨는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이나 해당 사건은 단순한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이나 신고시스템의 미비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며 “뿌리 깊은 권력관계를 성찰하고 전공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강남 세브란스 병원 산부인과는 지난 3월 13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전공의 모집 정지 처분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수련환경 조사 이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아래 전공의법)과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강남 세브란스 병원 산부인과에 2년간 모집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조치는 성추행 논란 때문이 아닌 당직료 허위기재 등 전공의법 위반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보건사무관은 “성추행 논란 이후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수련환경 조사를 실시한 것은 사실이나 해당 처분은 성추행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성추행과 관련해선 직접적으로 병원 측에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전공의에 폭행 및 성희롱을 가할 경우 가해자에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전공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세브란스 병원 측은 수련환경에 대한 지적사항을 개선해 2년 안에 모집 정지를 해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공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7개월, 징계 논의가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해당 교수들에 대한 징계는 여전히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피해 전공의들은 많은 정신적 피해를 겪었으며, 긴 기다림으로 인한 고통도 겪고 있다. 의과대 학생 D씨는 “학교 측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피해자는 보호받고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분이 내려진다는 선례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또한 보다 피해자중심적인 태도로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그림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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