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락교 경제학상 수상자 칸도리 미치히로 교수를 만나다

▶▶’조락교 경제학상 특별세미나’를 진행 중인 일본 동경대의 칸도리 미치히로(Kandori Michihiro) 교수

지난 2017년 5월, ‘제10회 조락교 경제학상’ 수상자로 동경대 경제학과 칸도리 미치히로(Kandori Michihiro) 교수가 선정됐다. <관련기사 1793호 2면 ‘‘제10회 조락교 경제학상 시상식’ 개최’> 칸도리 교수는 반복게임과 동태적게임 분야에서 인정받는 학자다. 또한 유명 논문「학습, 변형과 게임에서의 장기균형(Learning, mutation, and long run equilibria in games)」을 저술한 학자이기도 하다. 3월 13일~29일 중 4번에 걸쳐 우리대학교 경제학부에서 ‘조락교경제학상 특별세미나’를 진행한 칸도리 교수를 만나 그의 경제학 연구에 대해 들어봤다.

 

Q. 연구 분야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A. 연구 분야는 게임이론, 그 중에서도 ‘반복게임’이다. 반복게임 이론은 세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첫 번째 목적은 인간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인간 행동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원하는 행동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규칙을 설계하는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특정한 행동을 이끌어내길 원한다고 가정할 때, 어떤 규칙을 설계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가 주요 연구 목적이다. 투표에서 정해진 결과를 얻고자 할 경우 투표 방식을 특정한 방식으로 설계함으로써 이를 달성하는 걸 예로 들 수 있다.

 

Q. 어떻게 연구 분야인 게임이론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
A. 내가 대학원에 다니던 1980년대에 게임이론이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게임이론이 주목받기 전엔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의한 원리가 경제학의 주류를 이뤘다. 이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현상들은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았다. 그러나 게임이론은 기존에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많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때문에 당시 게임이론은 경제학에서 혁명적인 이론으로 여겨졌다. 나도 당시 학문적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아 게임이론에 관심을 가졌다.

 

Q. 게임이론은 인간의 사고나 행동 결과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여겨진다. 그런 만큼 사회과학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질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게임이론은 사회과학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치 물체가 떨어질 때 중력 뿐 아니라 공기 저항 등 다른 변수들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인간의 행동에 다양한 환경적 요소가 작용한다. 게임 이론 역시 다른 변수가 배제된 상태에서는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환경적 영향으로 인해 게임이론만으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때 환경적 영향을 설명하는 여러 사회이론을 접목시키면 현실에서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할 수 있다. 즉 게임이론과 사회이론을 융합시키면 인간 행동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Q. 이런 연구를 하기까지 대학 시절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두 가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첫 번째는 좋은 교수님이다. 나는 운이 좋아 동경대에 재학할 당시 경제성장 분야의 권위자였던 고(故) 우자와 히로후미 교수, 시장균형을 연구했던 네기시 다카시 교수 등 훌륭한 연구 업적을 이룬 경제학자들 아래에서 배울 수 있었다. 좋은 교수는 학생들보다 먼저 같은 길을 걸어간 사람이라는 점에서 ‘역할모델’이 된다. 나보다 앞서 교수들이 그 길을 걸어간 것을 보면 훌륭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두 번째로 영향을 미친 것은 친구들이다. 대학 시절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 영향을 받았는데, 그 중 한 명은 마츠시마 히토시 교수로 현재 동경대에 함께 교수로 재직하고 있기도 하다. 훌륭한 교수의 영향 아래 좋은 친구와 교류하는 것,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Q. 지난 2017년 조락교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조락교 경제학상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A. 조락교 경제학상은 기초 연구를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한국의 역동적인 발전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장학금 지원 및 투자는 당장 결과를 낼 수 있는 연구를 위주로 이뤄진다. 그러나 미시경제학, 특히 내가 연구하는 게임이론은 경제학에서도 매우 기초적인 학문에 속한다.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올리기 어렵지만 그만큼 몇십 년 뒤, 또는 한 세기 뒤에는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조락교 경제학상은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으로 이러한 연구를 선정해 지원해줬다는 점에서 매우 감사하다.

 

Q. 조락교 경제학상 수상 이후 우리대학교 경제학부에서 특별세미나를 진행했다고 알고 있다. 특별 세미나의 주제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A. 연구 분야인 반복게임과 관련 있는 수업으로, ‘이기적인 인간이 협력을 달성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한다. 인간이 이기적임을 전제로 할 때, 인간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목표를 가진다. 그러나 협력에는 많은 비용이 소모되므로 인간이 협력을 이루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통상적인 견해다. 그러나 내 수업에서는 이기적인 인간이 반복게임을 통해 어떻게 협력을 이룰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 예를 들어, 만약 게임이 단 한 번만 진행된다면 사람들은 협력을 깨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게임이 반복된다면, ‘신뢰’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협력을 깨지 않는 편을 선택할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해 ‘비록 모든 사람이 이기적일지라도 협력은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아주 흥미로운 주제라 생각한다.

 

Q. 앞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A. 기존에 연구한 반복게임을 실증적으로 확대하고 적용하는 것이 내 다음 연구 목표인데, 아직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나는 현재 일본의 실제 노동조합에서 어떻게 협력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Q. 특강을 함께한 우리대학교 경제학과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여태 여러 나라에서 강의를 진행해봤는데, 그 나라에 역할모델이 될 만한 학자가 많은지의 여부가 학생들의 직업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많이 봤다. 앞서 말했듯, 학생들에게는 역할모델이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역할모델이 많은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계속해서 연구에 관심을 갖지만, 역할모델이 적은 나라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연구를 계속하기보다는 금융 분야에 종사하거나 법조인이 되려고들 한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학 분야의 역할모델이 될 만한 좋은 선구자들이 많다. 그런 만큼 학생들이 훌륭한 학자로 성장해 앞으로 경제학의 학문적 발전에 기여할 거라 생각한다. 경제학은 중요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이론적인 발전을 이뤄온 학문이다. 이런 학문을 연구할 수 있는 경제학도들은 매우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글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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