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며 술자리가 많아지는 봄이다. 술이 나를 부르는지 내가 술을 부르는지 모를 정도로 술자리를 지키며 밤을 새다 보면 속이 망가지기 마련이다. 술자리에 웃음꽃이 필 때 쓰리게 우는 당신의 속을 위해 얼큰한 짬뽕 한 그릇 하는 건 어떤가. 망가진 당신의 속을 달래주기 위해 『The Y』가 연희동과 신촌의 짬뽕집 네 군데를 가봤다. 국물·건더기·면 세 가지를 기준으로 짬뽕을 평가해봤다. 챱챱챱, 그 열 번째 이야기는 짬뽕이다.

 

갑이다짬뽕 (갑이다짬뽕 6천 원)

가게 이름에서 사장님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기자들은 ‘갑이다짬뽕’의 짬뽕이 정말 ‘갑’이라고 불릴만한지 궁금증을 품고 먹어봤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진한 숙주향이 코를 찔렀다. 역시나 나온 짬뽕 위에는 볶은 숙주가 한 주먹 올라가 있었다. 국물에도 숙주향이 은근히 밴 불맛이 느껴졌다. 불맛에 은근한 고기의 기름진 향기까지 함께 느껴졌지만, 그리 무거운 맛은 아니었다. 시중에 판매하는 일반 라면보다 매운 정도가 덜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짬뽕 위에 있던 숙주를 몇 번 뒤적거려보니, 숙주의 양에 뒤지지 않게 면과 다른 건더기의 양이 매우 푸짐했다. 특히 숙주를 포함한 양파, 양배추 등의 야채, 그리고 해물과 고기의 양이 면의 양만큼이나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았다. 적당한 굵기의 탄력 있는 면발은 다른 건더기들과도 잘 어우러졌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면이었다. 다만, 짬뽕 전체적으로 불맛과 숙주향이 워낙 강해 먹을수록 질리는 감이 없지 않았다. 특히나 숙주 특유의 씁쓸한 끝 맛이 엄청난 양의 한 그릇을 끝내갈수록 크게 다가왔다. 

총평: 불맛 그리고 풀맛. 첫맛은 짜릿하지만 자극적인만큼 오래가지 않는 감동.

 

이품 (삼선짬뽕 9천 원)

연희동 골목의 여느 가게와 같이 조그마한 규모의 가게다. 그러다 보니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두터운 마니아 층 덕에 항상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이품’. 이곳에서 삼선짬뽕을 먹어봤다. 

네 곳의 짬뽕 중 가장 연한 색의 국물과 가장 적은 양의 건더기가 나왔다. ‘비싼 가격에 비해 허술해 보인다’는 생각은 국물을 한입 먹자마자 눈 녹듯 사라졌다. 국물은 맑고 가볍지만 깊이 있는 맛이었다. 고기의 기름진 향이 완전히 배제돼 끝맛이 깔끔했다. 국물만 따로 포장해 과음한 다음날을 위해 아껴두고 싶었다. 첫 술은 그다지 맵다 느끼지 않았지만,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은근한 얼큰함이 혀에 남아있었다. 

건더기로는 버섯과 죽순, 배추, 청경채, 대파, 마늘, 당근 등 진한 맛을 낼만한 채소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그에 비해 해산물의 양은 엄청나게 많진 않았다. 그러나 하나하나 매우 알차고 싱싱했다. 크고 튼실한 새우, 갑오징어에서부터 해삼과 복어살까지. 고급진 해산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면은 그리 두껍지 않으며 찰진 식감을 가졌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짬뽕에 잘 어울리는 질감이었다. 

총평: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 것. 술 마신 다음날 사무치게 그리울 맛.

 

복성각 (삼성육짬뽕 8천 원)

연세로에는 3대째 이어지는 화교 집안의 고풍스러운 정통 중국음식집 ‘복성각’이 있다. 이곳에서 기자들은 삼선육짬뽕을 먹어봤다.

첫 모습은 ‘일반적인 중국집 짬뽕’과 같은 모습이었다. 우선 국물을 먼저 먹어봤다. 맵지는 않지만 다소 진한 육향이 첫 맛으로 느껴졌고, 화끈하기보다는 알싸한 매운맛으로 마무리됐다. 강하지 않지만 잘 가시지 않는 매운맛은 ‘열라면’ 정도의 매운맛에 가깝다. 고기향을 베이스로 고춧가루와 후추, 약간의 땡초가 들어간 국물은 적절한 무게감이 있어 많이 마셔도 질리지 않았다.

삼선육짬뽕의 또 다른 매력은 실한 건더기였다. 오징어, 새우, 조개 등 해물과 양송이, 표고, 새송이, 목이 네 가지 버섯, 그리고 죽순, 양파 등등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 건더기를 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조개가 일품이다. 일반 바지락보다 껍데기가 두껍고 육즙이 느껴지는 조개다. 나머지 건더기들은 불향이 나지 않게 살짝 구워 고유 식감을 잘 살렸다. 건더기의 대부분에 국물이 배어있어 국물과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면 역시 국물이 잘 배어있었다. 약간 노란색을 띈 면은 매끈해서 후루룩 빨아들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많이 탄력적이지는 않고 적절히 쫄깃해서 국물을 많이 튀기지 않고 면을 먹을 수 있었다.

총평: 육향이 나는 중국 느낌 국물과 푸짐한 해물 건더기가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짬뽕

 

씽씽 (삼선짬뽕 8천 원)

연세대 서문으로 나와 연희동 방향으로 내려가면 자취생들의 한 끼를 책임지는 ‘씽씽’이 있다. 이곳에서 기자들은 삼선짬뽕을 먹어봤다.

한 그릇 받자마자 푸짐하다고 말로만 듣던 해물의 양에 놀랐다. 게가 한 마리 올려져있고 주꾸미는 여러 마리가 통째로 올라가 있어 넉넉하게 느껴졌다. 국물을 한 숟갈 먹어보니 첫맛은 가볍고 담백한 맛이었고, 끝맛은 맵지 않고 구수했다. 비교적 맑아 보이는 빨간 국물에는 고춧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게 들어가 있어 맵지 않다. 김칫국 정도의 순한 매운 맛의 국물 덕분에 마치 콩나물국을 먹는 것처럼 훌훌 먹을 수 있었다. 

이곳 짬뽕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해물이다. 게는 부드럽게 씹혀 껍데기까지 다 먹을 수 있다. 게보다도 더 매력을 자랑하는 게 바로 주꾸미. 5마리정도의 오동통한 주꾸미가 통으로 그리고 썰어서 들어갔다. 오동통한 다리에서 흘러나오는 육즙을 즐기다보면 쫄깃함도 느낄 수 있다. 야채, 버섯, 해물 등에서 나오는 육수는 짬뽕에 담백함을 한 층 더해줬다. 면은 일반 중국집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면으로 평범해보였지만 한 입 먹으니 쫀득쫀득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또 면에는 국물이 적절히 배서 면도 고소하게 먹을 수 있었다. 

총평: 쫀득한 주꾸미가 매력인 담백하고 부담 없는 짬뽕

글 이가을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김나영 기자
steaming_0@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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